지역신문이 만드는 연감 문제로 강원도 원주시가 시끄럽다. 

도 단위 지역신문인 강원일보와 강원도민일보는 매년 연감을 만들어 판매한다. 연감은 해당 신문사들이 1년간 발생하거나 변동한 강원지역에 대한 통계, 인물정보 등을 요약·정리해 펴내는 정기간행물로 가격은 한 부당 20만원이다. 지역신문에겐 수익사업인 동시에 강원지역의 각종 정보를 업데이트해 정리하는 기록이다. 

과거 일부 지역신문이 지자체를 출입하는 기자를 통해 연감을 파는 관행, 즉 강매 논란이 있었다. 공무원 입장에선 지역여론을 좌지우지하는 지역신문 기자들 눈치를 보느라 울며 겨자먹기로 연감 등 각종 서적을 구입해야 했고, 지역신문은 열악한 재정을 충당하는 수단으로 활용했다. 이에 연감은 본래 목적이나 책의 내용과 무관하게 ‘지역신문 갑질’의 상징으로 얼룩져있다. 

새해 들어 원주시 일부 부서에는 두 신문사에서 만든 연감이 택배로 도착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소속 원주시 공무원들은 “(두 신문사에서) 필요도 없는 연감을 보내고 사달라고 반복해 말하는데 이는 강매다”라고 주장했다. 지역신문 측에선 시대가 달라졌고 오히려 공무원노조가 정당한 연감영업을 방해하고 있다며 강매주장을 인정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사전에 동의를 받은 부서에 연감을 보내고 그렇더라도 중간에 거부의사를 밝히면 이를 회수하는데 무슨 근거로 강매냐는 주장이다. 

▲ 강원도 원주시 로고.
▲ 강원도 원주시 로고.

 

원주시 공무원노조 “나쁜 관행 근절되지 않아”

원주시 공무원들은 연감 강매관행을 근절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지만 여전히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 관계자는 “원주시 혁신도시 공공기관이나 경찰서에는 안 보내고 원주시에만 계속 보낸다”며 “원주시에는 관련 예산이 없는데 일부 부서는 이미 구매했고 택배로 연감이 계속 도착하고 있다”고 말했다. 원주시는 강원지역 18개 시군 중에 유일하게 계도지 예산이 없는 지자체이기도 하다. 

공무원노조에 따르면 이들은 지난 2019년 1월 두 신문사에 항의 방문해 신문사 경영진을 만나 ‘강매행위가 일어나지 않도록 조치하고 판매 방식을 개선하겠다’고 약속을 받았다. 시군과 협의해서 판매하도록 하고 구매의사와 무관하게 발송된 연감 등 도서는 공무원노조와 협의해 반납할 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도 요청했다. 

지난해 7월 미디어오늘은 두 신문사가 원주시에 연감 판매한 것을 두고 양측의 공방을 다뤘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설마 올해 또 (연감을) 보낼까 생각했다”며 “부서장들 중 일부가 부당하다고 노조로 찾아와서 알게 됐다”고 말했다. 

전국공무원노조 원주시지부는 각 부서장들에게 연감 강매 관련해 전국공무원노조 강원지역본부와 공동으로 강력하게 대응할 예정이라며 부서에서 보관 중인 연감이 있으면 노조사무실로 보내달라고 공지했다. 

공무원노조 관계자는 “하나도 필요가 없는 책을 보내고 사달라고 전화가 계속 오는데 거절하기 쉽지 않다”며 “신문사에선 강매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받아들이는 입장에선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말했다. 

▲ 강원도민일보가 만든 올해 연감.
▲ 강원도민일보가 만든 올해 연감.
▲ 강원일보가 만든 올해 연감.
▲ 강원일보가 만든 올해 연감.

 

지역신문 측 “정당한 영업, 공무원노조의 방해”

연감을 만드는 지역신문 입장에선 ‘강매’라는 표현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강원도민일보 독자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연감판매를 아웃소싱한지 10여년 됐다”며 “독자국 입장에서는 출입처에서 기자들에게 연감에 대해 질문하면 그때라도 사도록 말을 잘해줬으면 좋겠는데 기자들은 그런 문의만 받아도 도와주지 않는다. 그런데도 공무원노조에서 ‘강매’라고 하면 사실 무슨 얘긴가 싶다”고 말했다.

두 신문사 관계자들은 모두 “연감구매가 싫다고 하면 반품을 받고 반송비용도 신문사가 부담한다”며 정당한 영업활동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공무원노조가 마치 원주시 모든 부서에 연감을 보낸 것처럼 주장하지만 실제 연감을 보내거나 판매한 부서는 사전에 연락한 일부 부서라고 반박했다. 또한 두 신문사 관계자들은 진짜 강매할 의도라면 90여개 되는 원주시 모든 부서와 다른 지자체 모든 부서에도 다 보내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며 강매 주장을 반박했다. 

▲ 원주시청에 도착한 두 신문사 연감 택배물.
▲ 원주시청에 도착한 두 신문사 연감 택배상자.

 

도민일보 독자국장은 “1도1사 시절 지역신문도 아니고, 우리가 조중동처럼 대단한 권력을 가진 것도 아닌데 20년 전에야 위압적인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며 “2년 전인가는 공무원노조에서 (연감을) 출입구에 쌓아놓고 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신문사가 반드시 ‘갑’이 아니란 주장이다. 이어 “공무원노조가 오히려 정당한 영업을 방해한 거 아닌지 고문변호사에게 물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인물정보만 1만2000여명을 다 개인정보 동의받아서 싣는 등 많은 노력을 들여 만드는 책이면서 그동안 강원도의 역사를 기록한 책인데 작년에 했던 거 똑같이 찍어내는 것처럼 공무원노조에게 조롱섞인 말까지 들어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실제 사무관 이상 공무원들은 연감에 정보가 들어가니까 구매하는 경우도 있는데 공무원노조에서 반품조치하겠다고 나오니 사전에 전화해서 보낸 곳들도 되돌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도민일보 독자국장은 원주시가 자신들 이익만을 주장한다고 비판했다. 독자국장은 “공무원노조 집행부만 바뀌면 이러는데 또 어쩌다 온건한 분이 집행부로 오면 또 ‘좋은기사 쓰면서 잘 지내자’, ‘시군과 신문사가 협력하자’라고 한다”며 “우리는 누가 죽으면 부음, 결혼하면 결혼소식도 싣는다. 지역신문의 역할이다. 공무원들도 필요할 때는 작은 얘기까지 전해주는 지역신문을 찾다가 이럴 때는 지역신문이 나쁜짓하는 곳처럼 말한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해 7월 도민일보 독자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지역의 공적 정보를 담아 펴내는 언론사 상품 판매 행위에 대해 ‘강매·강압’ 등 표현을 사용하려면 비판·보복기사 등 실행까진 아니더라도 공문을 통합 협조 단계에서 ‘공갈·협박’을 받을 구체적 행위가 수반돼야 한다”며 “혹여 연감판매 과정에 물의가 빚어지지 않도록 외주판매를 통해 기자들과 지사장들까지 관여·판매를 원천 차단하고 있다”고 답한 바 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