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구속된 가운데 보수언론이 ‘경제 피해’를 부각한 데 이어 삼성이 코로나19 백신 조기도입을 위해 ‘전방위’로 노력해왔다는 점을 조명하는 기사를 썼다. 판결의 정당성 여부가 아닌 백신에 초점을 맞춰 판결을 부정적으로 보이게 만든 기사다. 이날 한겨레는 뇌물 단죄에 ‘기업 때리기’ 프레임으로 대응하는 보수언론을 겨냥한 사설을 냈다.

오늘의 1면 키워드 : 코로나19 1년, 미 대통령 취임, 세월호

20일 아침신문이 공통적으로 주목한 이슈는 조 바이든 미 대통령 취임 소식과 코로나19 1년이다. 다수 신문이 미 워싱턴 연방 의사당 앞 취임식 준비 모습을 1면 사진기사로 다뤘다. 취임식장엔 코로나19 상황을 고려해 시민들이 참석하지 않고, 성조기 19만개를 꽂았다. 중앙일보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 취임 당시 인파가 몰린 모습과 비대면 취임식으로 깃발이 꽂힌 모습을 대조하는 사진을 썼다. 

▲ 2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 20일 아침신문 1면 갈무리.

한겨레, 경향신문, 서울신문은 코로나19 1년을 조명한 기사를 1면에 부각했다. 특히 한겨레는 “코로나19습격 1년... ‘봄’은 기어이 오리라” 제목의 사진기사를 1면에 배치해 눈길을 끌었다. 추위에 떨며 핫팩을 들고 있는 의료진, 마스크를 쓴채 일상을 보내는 시민들의 삶을 사진으로 담았다.

세월호 참사 특별수사단이 황교안 당시 법무부 장관 등의 수사외압 의혹을 무혐의 처분했다. 한겨레는 1면 기사에서 “황교안에 면죄부”라는 비판적인 제목을 쓴 반면 조선일보는 “8번째 세월호 조사, 외압 사찰 무혐의” 기사를 1면 톱에 배치하며 숱한 조사에서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을 강조했다. 

‘경제 타격’ 이어 ‘백신 확보 노력’ 조명한 보수언론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판결 이후 다수의 신문은 연일 ‘뇌물죄’라는 본질이 아닌 ‘경제적 피해’를 강조하는 기사를 썼다. “이재용 구속은 한국만의 독특한 사례”(조선일보) “한국만 CEO에 과도한 형사책임... 이재용 구속 유감”(한국경제) “글로벌 협력 급제동 걸린 삼성... 반도체 비전 2030 좌초위기”(국민일보) 등 기사가 이어졌다.

▲ 20일 동아일보 기사
▲ 20일 동아일보 기사

이날 삼성과 특수관계인 중앙일보는 사설까지 내고 ‘경제 타격’을 부각했다. 중앙일보의 사설 제목은 “반도체와 한국경제 위기 부른 삼성 사령탑 구속”이다. 중앙일보는 “이 결정적 순간에 리더십 공백은 삼성의 기술 경쟁은 물론이고 자칫 한국경제의 핵심 기둥에 심각한 손상을 입힐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게 됐다”며 “정부와 여권은 교각살우의 위기를 어떻게 넘길지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이 가운데 동아일보와 한국경제는 이재용 부회장이 백신 확보를 위해 출장을 준비했다는 사실을 전하는 기사를 썼다. 특히 동아일보는 1면에 “이재용 백신 확보 위해 UAE 갈 예정이었다” 기사를 내는 등 이 소식을 부각했다.

동아일보 기사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백신 도입을 논의하려 이달 아랍에미리트(UAE) 출장을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는 두루뭉술한 표현으로 시작한다. 이어지는 내용을 보면 “삼성에 정통한 재계 관계자는”으로 시작하는 등 취재원을 불분명하게 표현했다. 사실이라 하더라도 이재용 부회장의 출장 준비는 ‘뇌물’ 문제와는 관련이 없음에도 ‘백신 확보’라는 여론전에 유리한 이슈를 강조한 모양새다. 과거 이건희 회장 재판 국면 때는 ‘올림픽 등 국제행사 유치를 위한 삼성의 역할’이 강조되기도 했다.

한겨레 “보수언론 낯 부끄럽다” 서울신문 “주가 회복”

이날 아침신문에선 보수언론의 ‘경제 타격’ ‘기업 때리기’ 프레임에 반발하는 기사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한겨레는 “뇌물 단죄가 기업 때리기라는 보수언론의 억지” 사설을 내고 보수 언론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한겨레는 “언론이 또다시 삼성 위기론을 들고나왔다. 삼성의 경영과 국가경제에 큰 사달이 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고 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조선일보 19일 사설 등을 직접적으로 거론하며 “마치 정치권력의 희생양으로 이 부회장이 처벌을 받았다는 식이다. 뇌물 공여자가 아닌 강요 피해자라는 이 부회장쪽 논리를 그대로 옮겨놓은 판박이요, 대법원이 확정한 법적 판단을 정면으로 부정하는 일”이라며 “입만 열면 법치 운운하는 언론들이 재벌 총수 앞에서는 법 앞의 평등이란 상식조차 잊게 되는 모양이다. 낯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고 했다. 

▲ 20일 한겨레 사설.
▲ 20일 한겨레 사설.

서울신문은 “삼성 관련주 시총 17조 회복” 기사를 통해 이재용 부회장 법정구속 다음날 삼성그룹 관련 주가가 오른 소식을 조명했다. 이재용 부회장 부재로 인한 타격만을 부각한 신문에선 찾아볼 수 없는 소식이다.

서울신문은 “증권가에서는 그룹 총수의 부재가 그룹 경영의 위험 요소인 것은 맞지만 주가에 큰 영향이 없다고 본다”며 “실제로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결과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이었다”고 분석했다. 기사는 “기업 총수의 구속 등이 그룹 경영에 악영향을 주거나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 일은 없었다”는 이창민 경제개혁연구소 부소장의 발언을 전했다.

코로나19 1년 ‘공공’ 화두 던진 한겨레 경향

지난해 1월20일 국내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온 후 1년이 지났다. 확진자는 7만3115명, 사망자는 1283명에 달한다. 

경향신문은 “참혹한 숫자지만 이것도 코로나19가 공동체와 개인의 삶에 끼친 심대한 영향을 온전히 보여주지 못한다”고 지적한 뒤 “위기가 일상화될 시대를 감당하기에는 공공의 역할은 여전히 부족하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경향신문은 적극적인 국가의 개입 등 ‘공공의 역량 강화’를 주문하며 공공 부문이 적극 개입한 방역, 자영업자 등 타격을 입은 이들을 향한 적극적 개입 필요성, 코로나19 이익공유제 등 공공부문의 적극적 자원 재분배 등을 조명했다.

▲ 20일 경향신문 1면.
▲ 20일 경향신문 1면.

한겨레는 K방역의 명암을 진단하며 취약한 공공의료 개선을 주문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2019년 12월말 기준 국내 공공의료기관은 전체 기관의 5.5%, 전체 병상의 9.6%에 그친다. 일본은 27.2%, 미국은 21.5%다. 한겨레는 “민간이 의료 공급을 주도하다보니 수요가 많은 대도시에 집중돼 지역 간 의료격차도 크다”며 “포스트코로나시대, 공공의료 체계를 다져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서울신문은 상권별 가방 판매점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오히려 명품 소비가 급증한 현상을 조명했다. 서울신문은 “코로나19가 주요 상권의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앞당기고 있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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