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1위 서열의 총수인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전직 대통령 박근혜씨에게 86억원 상당의 뇌물을 주며 회삿돈을 횡령했다. 최종 형량은 징역 2년 6월이다. 이는 중소기업 건설업자의 뇌물공여 사건 형량보다 적었다. 19일 9개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중 이를 물은 언론은 적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이 부회장의 뇌물공여, 횡령 등 혐의를 인정해 징역 2년 6월을 선고했다. 최지성 전 미래전략실장, 장충기 전 미래전략실 차장 등도 같은 형을 선고받았다. 70여억원 ‘승마 지원’ 뇌물에만 연루된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과 황성수 전 삼성전자 전무에겐 각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이 선고됐다.

▲19일 9개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1면.
▲19일 9개 전국단위 아침 종합일간지 1면.

 

뇌물·횡령 액수나 뇌물 수수자와 공여자 지위를 고려하면 양형은 일반 중소기업 뇌물 사건보다 적었다. 2013년 울산지법은 한국수력원자력 과장 등에게 9100만원 가량 뇌물을 공여한 한 납품업체 대표에게 징역 2년6월을 선고했다. 대전고법은 지난해 2월 가스안전공사 관계자에게 9여억원 뇌물을 공여하는 등 혐의로 기소된 한 대기업 통신업체 직원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다.

지난해 7월 부산지법은 부산 지역 3개 구청에서 펌프 사업 로비를 벌이며 공무원에게 500만원을 뇌물로 준 한 업자에게 징역 2년을 선고했다. 횡령 경우 회사 자금 10여억원을 횡령한 한 삼성물산 회계 직원은 2016년 징역 4년의 중형을 선고받았다.

▲19일 경향 7면
▲19일 경향 7면

 

경향신문은 “죄질과 특검의 구형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선고 형량”이라거나 “이번 판결은 현상 유지와 눈치 보기에 급급한 기회주의적 판결로 사법정의를 사법부가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시민사회단체들의 비판을 전했다.

‘경제 암담’ ‘생존 경쟁 어쩌나’ 호들갑

대다수 언론은 삼성 경영 위기를 더 우려했다. “삼성, 대규모 투자·M&A 차질… 미래 신사업 경쟁력 저하 우려”(서울신문), “4년 전처럼 대형투자 올스톱 되나, 삼성 또 시계제로”(중앙일보) 등이다.

주요 경제지 1면도 모두 삼성의 위기가 국가 경제 위기로 이어진다는 취지의 과장 보도를 쏟아냈다. “또… '리더' 없는 삼성 글로벌 전략도 멈췄다”(머니투데이), “생존경쟁 거센데…총수부재 삼성 '시계제로'”(매일경제), “이재용 법정구속 … 삼성 또 ‘총수 부재’ 비상”(한국경제) 등이다.

▲19일 동아 8면
▲19일 동아 8면
▲19일 서울 6면
▲19일 서울 6면
▲19일 중앙 8면
▲19일 중앙 8면

 

동아일보는 “또다시 ‘총수 부재’ 패닉빠진 삼성… ‘반도체 전쟁은 누가 이끄나’” 제목의 기사에서 삼성이 “최악의 시나리오가 현실이 됐다”는 분위기라며 “총수 부재 속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반도체 패권 전쟁, 미중 갈등을 헤쳐 나가야 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중앙일보는 “갈수록 신기술을 선점하는 타이밍이 중요한데, 이 부회장의 부재로 삼성이 기회를 놓칠 수 있다”며 “삼성의 혁신 속도가 떨어질 게 걱정된다. 삼성이 한때 추락했던 소니의 수순을 밟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없다”는 손욱 전 삼성종합기술원장 인터뷰를 전했다.

이병태 KAIST 교수는 중앙일보에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디지털 경제가 10년 이상 앞당겨졌고, 미·중 무역 갈등으로 중국의 ‘반도체 독립’ 의지가 강하다. 이런 때 굵직한 의사결정을 해야 할 오너 구속은 회사에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면 한겨레는 “2017년 2월~2018년 2월까지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돼 있던 때도 경영 공백 우려는 기우로 드러났다”고 짚었다. “특히 올해는 전기차에서 반도체 품귀 현상이 빚어지고 글로벌 ‘반도체 슈퍼사이클’ 대호황이 예상되는 등 경영 여건도 더없이 좋은 상황”이라며 총수가 구속된다고 경영에서 큰 공백이 생기는 일은 거의 없다는 전문가 발언을 인용했다.

▲19일 한겨레 6면
▲19일 한겨레 6면

 

사면론 선 그은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은 18일 청와대 춘추관에서 열린 신년 기자회견에서 “지금은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의) 사면을 말할 때가 아니”라며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이 제기한 사면론에 선을 그었다.

문 대통령은 “하물며 과거 잘못을 부정하고 재판 결과를 인정하지 않는 차원에서 사면을 요구하는 움직임에 대해서는 국민 상식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하고, 저 역시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국민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19일 한국일보 1면
▲19일 한국일보 1면
▲19일 국민일보 4면
▲19일 국민일보 4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서도 “그냥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라 말씀드린다”고 말했다. 또 여권이 감사원과 검찰 등의 월성 원전 감찰·수사를 두고 정치적 의도를 의심하는 가운데 문 대통령은 “정치적 목적이 아니라 생각한다”며 선을 그었다.

국민일보는 “여당 대선 주자인 이 대표의 제안을 거절한 반면, 야권 대선 후보로 분류돼 온 윤 총장에 대해선 ‘문재인정부 사람’으로 규정했다”며 “임기 후반기를 맞은 문재인정부의 당청 관계는 물론 대권 구도에 파장이 이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고 분석했다.

“‘김봉현 술접대 의혹’ 전·현직 검사 폰 폐기 의혹”

19일 경향신문은 “라임자산운용(라임) 사건 연루 인물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으로부터 술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에 연루된 전·현직 검사 4명 전원이 검찰 수사가 본격화되기 직전 휴대전화를 교체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19일 경향 1면
▲19일 경향 1면
▲19일 세계일보 11면
▲19일 세계일보 11면

 

보도에 따르면 부정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검찰 출신 변호사와 담당 수사 검사는 지난해 10월17일 휴대전화를 새로 개통했다. 함께 술 접대 의혹을 산 다른 검사 2명도 각각 10월 24일과 25일 휴대전화를 바꿨다. 경향신문은 “서울남부지검 수사팀의 압수수색은 이들의 휴대전화 교체 이후 진행돼 핵심 물증 확보에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이 두 검사는 중 한 명은 이프로스 메신저 대화 내역과 자신의 업무일지 일부를 파쇄했고 다른 한 명은 업무용 컴퓨터를 교체했다.

세계일보는 이와 관련 김 회장이 이 사건을 언론에 폭로한 뒤 국민권익위원회에 신고했으나 서울남부지검이 조사를 맡게 됐다고 전했다. 서울남부지검은 19일 김씨를 불러 관련 조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계일보는 “검사 술접대 의혹 사건과 관련해 부실 수사 비판을 받았던 검찰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출범을 앞두고 같은 공익신고 사안을 다시 수사하게 됐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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