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소속 25개 자치구의 1년 계도지 예산을 합하면 100억원이 넘는다. 미디어오늘은 지난 2018년부터 여전히 사라지지 않은 서울 자치구의 계도지 예산규모와 이에 대한 구청의 입장, 계도지 폐지를 주장하는 목소리 등을 보도했지만 매년 계도지 예산은 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자치구에서 계도지 등 신문구독료를 명목으로 하는 세금으로 소위 ‘언론관리’ 실태를 기록한 문건을 확인했다. 

계도지는 박정희 정권이 1970년대부터 정부에 유리한 여론을 조성하기 위해 세금으로 통·반장 등이 볼 신문구독료를 대납하는 것을 말하는데 최근엔 ‘주민 홍보지’, ‘주민 구독용 신문’ 등으로 부른다. ‘관언유착’의 대표 사례로 일부 지자체에서는 없어졌지만 서울 25개 각 구청에선 매년 3억~6억원을 계도지에 쓰고 있다. 

금천구 홍보디지털과가 올해 초 작성한 ‘[정책] 2021년 신문 구독 계획’을 보면 지자체가 세금으로 어떻게 계도지 등 신문구독부수를 유지·확대하는지, 이를 통해 구청 홍보를 유인하는지 알 수 있다. 해당 계획에는 통반장에게 지급할 계도지와 각 부서에서 구독하는 신문을 포함했다. 계도지는 그 자체로 관언유착의 상징으로 비판받지만 각 부서에서 구독하는 신문 역시 합리적 기준없이 구독부수를 정한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금천구는 신문구독 부수를 “구정 보도 실적 및 언론사별 우리구 정책의 적극적인 홍보 의향 등을 검토해 신문사별 구독부수 조정”하고 “반장 지급 범위 상향(90%→100%)으로 통반장신문 구독부수 조정”한다고 했다. 금천구를 홍보해주는 신문의 구독부수를 늘리고 현재 통반장이 줄고 있는데 이를 감안해 지급비율을 높여 모든 통반장에게 신문을 지급한다는 계획이다. 

금천구는 중앙지·광역지·지역신문 등 신문을 세 가지로 구분했다. 이중 중앙지에 대해 “중앙일간지는 통·반 현원 대비 지급비율에 따른 증가분과 언론사별 보도실적과 우리구 정책의 적극적 홍보 의향 등을 고려해 예산 범위 내에서 구독부수 조정”한다고 했다. 

▲ 신문. 사진=pixabay
▲ 신문. 사진=pixabay

 

홍보기사 써주면 신문구독 늘리나

금천구는 구체적으로 각 신문들을 평가하며 지난해보다 구독부수를 증가한 이유를 밝혔다. 

서울신문에 대해 “자치구 구독부수 23위, 자치구 평균 1462부 대비 여전히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금천구가 다른 자치구보다 서울신문 구독부수가 많지 않다는 평가다. 서울신문은 계도지의 대명사로 과거부터 계도지로 지급해오던 신문이다. 이에 지금도 서울 내 모든 자치구에서 가장 많은 계도지 등 신문구독부수를 기록하고 있다. 

내일신문에 대해 “현장취재 등 우리구 정책 홍보에 우호적”, 한겨레에 대해 “2020년 특수기사(현장취재 등) 실적 증가”, 문화일보에 대해 “2020년 홍보 실적 상승” 등으로 평가했다. 서울경제에 대해 “경제지 우호적인 관계 유지, 홍보실적 상승”, 국민일보에 대해 “2020년 홍보실적 상승”, 아시아투데이에 대해 “2020년 최초 구독 후 인용건수 증가”, 이데일리에 대해 “2020년 홍보실적 상승”으로 각각 평가했다. 

한국경제 등은 1부에서 5부로 부수를 늘렸는데 “구독부수 현실화”를 이유로 들었다. 금천구는 한국경제·아주경제·머니투데이·파이낸셜뉴스 등 4곳의 신문을 지난해 1부 구독하다 올해 5부로 부수를 늘렸다. 

금천구는 지난해보다 올해 서울신문 100부 등 중앙일간지 12개 신문에 대해 총 245부를 증가시켰다.

▲ 금천구 지난해와 올해 중앙지 구독부수 증감 현황.
▲ 금천구 지난해와 올해 중앙지 구독부수 증감 현황.
▲ 지난해와 올해 금천구 계도지(통반장 구독)현황.
▲ 지난해와 올해 금천구 계도지(통반장 구독)현황.

 

주목할 부분은 내일신문이다. 내일신문은 계도지와 부서구독을 합해 지난해 250부를 구독했고 비슷한 부수를 구독한 곳은 한겨레(200부)였다. 중앙지 보도실적을 보면 금천구에 유리한 보도는 2019년에 내일신문 87건이었지만 2020년에는 내일신문 64건으로 줄었다. 반면 한겨레는 2019년 98건에서 2020년 115건으로 늘었다. 주요 중앙지 중 ‘보도실적’이 현저히 떨어진 곳은 내일신문이었다. 

이에 따라 구독증감 현황이 달라졌다. 금천구는 지난해 한겨레를 200부 구독하다 올해 250부 구독하기로 해 50부를 늘렸다. 반면 내일신문은 지난해 250부에서 올해 260부로 10부만을 늘렸다. 특히 통반장 구독(계도지)현황을 보면 12개 신문 중 내일신문이 27부가 감소했다. 계도지 구독부수가 가장 많이 감소한 게 내일신문이었다. 

최근 종합일간지들이 서울 내 자치구 보도를 늘리는 분위기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광역지의 경우 지난해보다 시대일보 등 4개 매채에 각 5부씩 증가, 산경일보 3부 증가 등 총 23부를 증가해 올해 총 91부를 구독하기로 했고, 지역신문의 경우 뉴서울금천신문이 발행을 중지해 해당 신문 구독분 210부를 제외하고 금천뉴스 등 4개 지역신문 총 840부를 구독하기로 했다. 

금천구가 해당 문건에서 밝힌 ‘지역신문 구독 기준(안)’을 보면 “예산범위에서 지역신문 구독부수 조정” 정도의 조항이 있을 뿐 홍보기사에 대한 기준은 따로 없었다. 

다만 “타인의 명예훼손 및 의도적 왜곡기사 등을 보도할 경우 구독부수 횟수별 삭감 및 중지”란 조항에서 1회(보도)에 20% 삭감, 2회에 50% 삭감, 3회에 구독 중지를 규정했다. 이는 여러 지자체에서 지역신문 구독기준에 넣은 조항인데 ‘왜곡기사’에 대한 판단주체가 구청이기 때문에 ‘비판기사를 막으려는 의도라’는 비판을 받기도 한다. 

통반장은 줄지만 계도지는 늘어

해당 문건을 보면 금천구의 중앙일간지 계도지 예산은 지난해 3억942만원(예산안 3억9898만원)에서 올해 3억1439만원(예산안 3억9899만원)으로 약 500만원 늘었다. 

지난해 계도지 구독부수는 1743부로 통장 정원 383명과 반장 현원의 90%인 1360명에게 신문을 지급했다. 금천구 통장 정원은 383명이고 현원(실제인원)은 375명이다. 현재 통장 인원보다 더 많은 부수를 구독하고 있는 것이다. 

올해 계도지 구독부수는 1767부로 24부가 늘었다. 통장 정원 383명 전원과 반장 현원 1384명 전원으로 대상인원을 늘린 것이다. 반장 정원이 2888명인데 이런 기준을 적용하면 계도지 구독부수를 더 늘릴 여력이 있다. 

없애야 할 계도지 예산을 늘린다는 지적에 금천구 언론팀 관계자는 18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금천구는 서울 자치구 중 하나로 다른 자치구와 발맞춰 가는 게 기본 원칙이고 서울 내 다른 지자체와 비교대상이기 때문에 큰 틀에서 같이 운영하는 것”이라며 “통반장 인원이 줄어들기 때문에 (계도지 예산은) 자연감소하는 부분”이라고 답했다. 

중앙일간지가 금천구를 어떻게 홍보했는지를 파악해 신문구독 부수를 늘리는 것에 대해 금천구 관계자는 “구정 홍보가 필요하기 때문에 1년간 모니터링해 결과를 보고 괜찮다고 하면 부수를 올리고 있다”며 “부정적 기사를 가지고 평가하진 않는데 그건 권언유착으로 문제가 있다. 비판기사는 그것대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 서울 계도지 예산, 지난해에 이어 또 늘어]
[관련기사 : 계도지 109억원, 어떤 근거로 지급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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