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이 뇌물 공여 등의 혐의로 기소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징역 2년6월의 실형을 선고하자 “형량이 턱없이 부족하다”, “형량 감경이 헌법에 배치된다”, “법원이 여전히 가진 자에 부드럽다”는 각계 비판이 쏟아졌다. 다만 과거와 달리 실형이 선고된 것은 다행이라는 반응도 있었다.

장태수 정의당 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이번 판결을 두고 “재벌총수에게는 징역 3년, 집행유예 5년이 곧잘 선고되었던 이른바 3.5법칙을 벗어났고, 준법감시위원회가 면죄부가 되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라면서도 “국정농단이라는 국기문란 범죄에 가담한 공범에 대한 단죄로는 아쉬운 판결”이라고 밝혔다. 장 대변인은 86억8081만원의 뇌물을 공여한 범죄가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형에 해당하는 범죄인데도, 재판부가 가장 낮은 5년 형을 적용하면서 다시 절반을 감경했다고 지적했다.

장 대변인은 이 법률이 특정경제인범죄 경감처벌법으로 변질됐다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며 “10억원을 횡령한 삼성물산 직원에게 징역4년형을 선고한 판결과 비교하더라도 형평성이 맞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서 평등하고, 사회적 특수계급제도는 인정되지 않는다는 대한민국 헌법에도 배치된다”고 했다.

김성회 열린민주당 대변인도 “죄질에 비해선 턱없이 부족한 형량이라는 점은 유감”이라며 “죄를 지은 자에게 공정한 벌을 주라고 사법부의 독립성을 지켜주기 위해 모든 국민이 애써왔는데 사법부의 판결은 오로지 돈 가진 자에게만 부드럽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확인시켜주는 판결이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원의 판결을 존중한다는 취지의 논평을 냈다. 최인호 더불어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이날 오후 현안 서면브리핑에서 “이재용 부회장의 뇌물죄는 결코 가볍지 않다”며 “이로써 국정농단 사건이 대한민국의 근간을 흔들고 국민을 농락한 헌법유린 사건임이 명백해졌다”고 밝혔다. 최 수석대변인은 “국정농단 사건의 당사자들은 즉각 국민 앞에 사죄해야 하며, 통렬한 자기반성의 시간을 보내기 바란다”며 “앞으로 대한민국의 역사에 정경유착이라는 부정부패의 연결고리를 끊어내고, 비극의 역사가 되풀이 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월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 선고 공판에 출석하며 기자들의 질문에 답을 하지 않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기자

 

홍경희 국민의당 수석대변인도 “이 부회장에 대한 법원의 판단과 양형을 존중한다”며 “우리 사회가 이번 사건을 통해 정경유착이라는 구시대적인 사슬을 끊고 미래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평가했다.

박용진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재판 진행 과정을 보며 많은 국민들이 우려했던 재벌총수에 대한 봐주기 판결이 아닌 국민 상식 선의 판결이 내려진 것으로 평가한다”며 “뇌물사건이 벌어지고 5년이 넘는 시간이 지나 내려진 판결이라 늦은 감이 있지만 사필귀정이라는 우리 국민의 소박한 믿음과 사법정의가 세워질 수 있어 다행”이라고 평가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집행유예로 선처받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실형이 선고되어 다행”이라면서도 “다만 지은 죄에 비해 형량이 매우 낮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국민의힘은 18일 오후 4시30분 현재까지 별도의 논평이나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시민사회와 노동계도 평가와 비판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놓았다.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는 논평에서 “국정농단과 86억원 상당의 횡령·뇌물공여의 중범죄를 저지른 재벌총수에 대한 최소한의 단죄”라고 평가했다. 참여연대는 재판부를 두고 “여전히 이 사건을 정경유착이라는 쌍방의 범죄행위로 보는 것이 아니라 이재용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요구에 소극적으로 응한 것이라는 잘못된 사실관계에 기초에 양형판단을 했다”며 “원래 취지에도 맞지 않는 잘못된 준법위 적용을 고수해 양형제도를 남용했다”고 비판했다. 특히 참여연대는 우려했던 집행유예 판결이 내려지지 않았으나 이 범죄의 중대성과 반복성, 국정농단과 탄핵으로 야기된 사회적 혼란, 대법원의 파기환송취지 등을 감안하면 2년6개월의 징역형은 매우 부당하다고 지적했다.

참여연대는 이 부회장의 범죄가 박 전 대통령의 요구에 편승해 묵시적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판단한 것을 두고 “이 사건의 핵심적인 사실관계와 본질을 파악하지 못한 매우 큰 잘못”이라며 “본인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이 부회장 스스로 적극적인 뇌물공여 의사를 밝히고 무려 86억 6천만원에 이르는 회사 자금을 횡령해 제공하고, 박근혜 정부가 삼성물산 불법합병 과정을 눈감아준 사건”이라고 반박했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변호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 부회장 실형 판결 결과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기자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측 변호인인 이인재 변호사가 18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 부회장 실형 판결 결과에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문현호 대학생기자

 

민주노총도 “오늘 서울고등법원의 국정을 농단한 재벌기업의 총수에 대한 실형 선고를 환영한다”면서도 “하지만 저지른 죄질과 특검의 구형량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선고 형량”이라고 비판했다. 재계를 향해 민주노총은 “삼성을 내세워 그동안 자본이 행한 악행을 가리지 마라”며 “몸을 낮추고 오늘의 판결을 거울삼아 세상이 자본의 뜻대로 돌아가지 않는 시대가 왔음을 인식하고 인정하라”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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