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총장이 대선후보에 이름이 오르내리자 이번엔 고려시대 조선시대 윤 총장의 족보까지 조명한 중앙일보 보도가 논란이다. “노블리스 오블리주” “윤가는 나서지 않는다, 깐깐한 선비정신” 등의 표현을 쓰며 족보까지 파헤친 것은 도를 넘은 윤비어천가라는 목소리도 나왔다. 

중앙일보는 지난 12일자 23면 ‘“윤가는 나서는 성격 아니다”…尹대망론에 갈린 파평 윤씨’(지면기사 제목 : 장세정 논설위원이 간다 | 윤석열 충청 대망론 놓고 파평 윤씨 문중 갑론을박 “흔들리는 나라 바로잡길” vs “끝까지 선비로 남아주길”) 기사에서 윤 총장의 집안 사람들을 만나 족보와 내력을 추적했다. 중앙일보는 “정작 더 궁금한 것은 권력 앞에 고개를 치켜든 ‘배짱 검사’ 윤석열 그 자체”라며 “우리는 정작 윤석열을 잘 모른다. 그에게는 남들이 모르는 무슨 믿는 구석이 있는 것일까. 궁금증을 풀 단서를 찾기 위해 윤석열의 뿌리를 찾아가 봤다”고 썼다. 충남 논산시 노성(魯城)면에 모여사는 파평(경기도 파주) 윤씨 가문 사람들도 만나봤다고 했다.

중앙일보는 윤 총장의 족보를 살펴보니 △파평 윤씨로, 시조는 고려 태조 왕건을 도운 개국공신 윤신달이며 △시조 묘가 경북 포항시 기계면 봉계동에 있고 △이후 논산에 뿌리내렸다고 설명했다. 논선에 정착한 배경을 두고 윤여갑 충남역사문화연구원 국학자료조사위원의 말을 빌어 “논산에 처음 정착한 윤돈의 아들 윤창세(尹昌世)는 임진왜란 때 의병장으로 왜군과 싸웠고, 그의 3남 윤전(尹烇)은 병자호란 와중에 순국했다”며 “많은 조상이 나라를 구하기 위해 몸을 던졌으니 요즘으로 치면 노블레스 오블리주 정신을 실천한 셈”이라고 극찬했다.

논산에 처음 정착한 윤돈의 손자 문정공 윤황(尹煌)이 대사간(오늘날 감사원장)으로 활약했고 청나라와 화친에 반대하다 유배당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중앙일보는 “같은 집안이지만 윤석열 직계 조상은 ‘은둔파’에 가까웠다는 얘기”라고 조명했다. 이 신문은 차장섭 강원대 교수가 “임금이 불러도 평생 벼슬에 나가지 않아 ‘백의 정승(白衣政丞)’으로 불렸던 윤증을 비롯한 윤씨 가문의 깐깐한 선비 정신이 직간접적으로 후손의 DNA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고 전했다.

“정권 눈치를 안 보고 잘해온 것처럼 국민이 원해서 대통령이 된다면 그 이상 바랄 게 없다”(윤여진 노성 종중 총무유사), “임금이 주는 높은 벼슬을 물리친 조상의 피를 고려하면 우리 윤가는 앞에 나서는 성격이 아니다. 선비 정신을 지키며 사는 것이 더 아름다운 삶이 아닐까”(노정(魯亭) 윤두식 백록학회 이사장) 등 집안 사람들의 대선 출마 바람도 실었다.

▲중앙일보 2021년 1월12일자 23면
▲중앙일보 2021년 1월12일자 23면

 

이를 두고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4일 정책조정회의에서 이 신문을 성토했다. 박 의원은 “최근 도가 지나친 기사에 대해 한 말씀 드리겠다”며 “아직도 킹메이커 꿈꾸는 일부 언론 태도가 많은 국민들의 우려 낳고 있다”고 규정했다. 박 의원은 중앙일보가 윤석열 일대기와 가문의 족보까지 실은 것을 들어 “모 언론(조선일보)이 윤 총장 향해 순댓국 찬가 부르니 사주와 만남까지 가진 이 언론(중앙일보)은 이에 질세라 족보로 승부를 거는 형국”이라며 “윤 총장과 인연도 없는 특정 지역을 강조하고 가문의 깐깐한 선비 정신 운운 대목에서는 실소 금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박 의원은 “도를 넘어선 윤비어천가에 심각한 우려 표한다”며 “시대착오적 판단을 바탕으로 여전히 일부 언론이 기사를 미끼로 여론을 호도하고 특정 인물의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어서 킹메이커 될 수 있다는 과거의 오만한 상상 빠져있다면 하루 빨리 벗어나길 강력히 희망한다”고 촉구했다. 한마디로 족보까지 동원한 낯뜨거운 찬가라는 지적이다.

이에 기사를 쓴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은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장 위원은 14일 오후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노코멘트하겠다”고 밝혔다.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상혁 페이스북
▲박상혁 더불어민주당 의원. 사진=박상혁 페이스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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