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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허위정보 제재에 도피처 된 네이버
유튜브 허위정보 제재에 도피처 된 네이버
‘강력한 타율규제’의 역설, 코로나19 음모론·혐오표현 대응 자율규제 유튜브보다 미흡

A씨는 한 종교 단체의 카카오톡 대화방에 가입돼 있다. 이 곳에서 평소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을 담은 영상을 접하곤 하는데, 최근에는 유튜브가 아닌 네이버TV 링크의 영상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클릭해보니 미국 다큐멘터리처럼 보이는 영상이 떴다. 영상은 “왜 전세계적으로 수천명의 의사들, 과학자들이 검열 당하고 있습니까?”라는 문구로 시작한다. 코로나19 백신을 맞으면 몸 속에 칩이 이식돼 감시와 통제를 받고, 기형아를 출산하게 된다는 황당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유튜브 검열’ 반발하며 네이버TV 업로드

유튜브 차원에서 허위정보와 음모론, 혐오표현에 대한 제재가 강화되면서 네이버TV를 도피처로 활용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실제 네이버TV에 올라온 관련 영상 가운데는 제목에 ‘유튜브 검열로 삭제’ ‘유튜브 삭제’라는 표시를 심심치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유튜브에서 삭제돼 네이버TV에 업로드했다는 의미다.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와 음모론, 혐오표현 영상을 지속적으로 올리는 네이버TV 채널을 조사한 결과 ‘진실가수 제노TV’ ‘last place’ ‘집참새김동현’ 등 12곳으로 나타났다. ‘진실가수 제노TV’채널은 298건의 영상을 올렸고, 총 20만여회 조회수를 기록했다. ‘Last place’ 채널은 영상 358개를 올렸고, 22만여 조회수를 기록했다. 유튜브에 비해 규모가 크진 않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주목도가 높아지고 있다.

▲ 네이버TV에 올라온 코로나19 음모론 콘텐츠.
▲ 네이버TV에 올라온 코로나19 음모론 콘텐츠.
▲ 네이버TV에 올라온 코로나19 음모론 콘텐츠.
▲ 네이버TV에 올라온 코로나19 음모론 콘텐츠.

‘코로나 사기-한국은 노예 프로그램 실험국가’ 영상은 조회수 4만5000여건에 달했다. 한국은 노예 프로그램의 실험장으로 백신을 접종하면 칩이 이식돼 24시간 감시를 받게 된다고 경고하는 내용이다. ‘가나 대통령 록펠러재단 LOCK STEP(삭제버전) 문서를 국민들에게 폭로’ 영상은 빌 게이츠가 의도적으로 코로나19를 계획하고, 다른 질병에 걸린 사람도 코로나19 감염자로 둔갑시킨다는 내용이다. 이 영상은 2만여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 외에도 △ 5G가 인체에 유해한 영향을 미친다는 음모론 △ 전세계 의사들이 통제당하고 있다는 주장 △코로나19가 인구감소 프로젝트라는 주장 등이 네이버TV를 통해 유포되고 있다.

▲ '유튜브 삭제영상'을 표기한 네이버TV 영상.
▲ '유튜브 삭제영상'을 표기한 네이버TV 영상.

네이버·블로그 카페도 허위정보 ‘확산’

문제적 영상은 네이버 내의 다양한 서비스와 연계되고 있다. ‘네이버TV’를 통해 영상을 올리고 블로그와 카페 글을 통해 세부적인 내용을 담아 공유를 유도하는 식이다. 네이버 카페·블로그 16곳에는 코로나19 관련 문제적 영상이 주기적으로 올라왔다. 

네이버TV를 연계하지 않더라도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통해 허위정보와 음모론, 혐오표현이 유포되는 경우도 많다. 조승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해 10월 방송통신심의위원회로부터 제출받은 코로나19 관련 심의 내역에 따르면 시정요구 조치를 가장 많이 받은 사이트가 네이버 카페로 나타나기도 했다.

네이버 블로그와 카페를 검색하면 '5·18 북한군 개입 주요증거’ ‘미국 대선부정과 재검표 없는 4·15부정선거의 실체’와 같은 음모론 및 허위정보는 물론 ‘남성동성애 에이즈환자는 우리나라 최고의 귀족집단’과 같은 혐오 게시글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네이버TV 규정 있지만 추상적·소극적

네이버TV는 코로나19 관련 허위정보와 음모론 영상에 대한 문의에 “네이버TV 운영정책의 미신숭배 등 비과학적인 생활태도를 조장하거나 정당화하는 내용, 사회적 혼란을 야기할 우려가 있는 내용에 대해서는 집중 모니터링 하고 있다”고 밝힌 뒤 “말씀 주신 콘텐츠 역시 위의 정책에 의거해 채널에 경고 및 삭제 처리가 진행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들 영상은 업로드 이후 수개월동안 아무런 조치를 받지 않았다.

네이버가 밝힌 자체 규정과 해외 사업자의 규정을 비교하면 ‘디테일’면에서 차이가 컸다. 유튜브는 삭제 및 수익제한 조치 대상으로 코로나19 관련 정보 가운데 △생물무기로 바이러스를 만든 정부 △5G 기술을 통한 코로나바이러스 확산 △팬데믹이 사기, 은폐, 고의적인 공격이라는 주장을 담은 영상 등을 구체적으로 나열한다. 페이스북은 코로나19 관련 ‘긴박한 신체적 피해를 초래하는 잘못된 정보’를 삭제해왔고, 마이크로칩 관련 음모론, 백신 안전성·효능·성분·부작용에 대한 허위 주장을 제재한다.

▲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상의 '코로나19' 관련 규정들.
▲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상의 '코로나19' 관련 규정들.

해외 플랫폼은 ‘기준’이 구체적일 뿐 아니라 영상 삭제 외에 다양한 조치를 한다는 점에서도 차이가 있다. 유튜브는 △허위정보가 많은 이슈 검색창 및 영상 하단에 위키백과 사전정보 제공 △ 언론, 보건당국의 공식 채널 등 신뢰도 높은 영상에 가중치 주는 배열 △논란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 알고리즘 노출 비율 조정 등 조치를 취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독립 기관의 팩트체크를 통해 문제적 콘텐츠에 ‘블라인드’처리 및 팩트체크 결과를 안내하고, 노출 비율을 조정하고 있다. 

일례로 초기화된 유튜브 화면에서 ‘빌게이츠 코로나 조작’ 키워드로 검색하면 언론사와 대학병원의 영상이 우선적으로 나오는 반면 네이버TV에서는 ‘코로나 통계조작이 일어나고 있는 구글검색창’ ‘코로나19백신을 만들면 인간의 유전자가 변형된다’ 등의 영상이 상단에 뜬다. 해외에서 코로나19 관련 음모론의 영향력이 크다는 점을 고려해야겠지만 국내에서도 백신 불신이 강화되는 변화를 감안하면 보다 적극적인 대응이 필요하다.

‘타율규제’ 강력한 네이버의 역설

네이버가 규제 사각지대인 건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네이버는 국내 사업자로서 블로그, 카페 등 서비스에서 당사자의 권리침해 항의가 있으면 무조건적으로 차단하는 임시조치 제도의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심의 조치를 무조건적으로 이행한다는 점에서도 유튜브와는 차이가 있다.

송경재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연구교수는 “한국의 법적 규제가 강화되면서 자율규제가 약화되는 결과로 이어졌다. 이 규제도 ‘신고’에 의한 차단 중심이다. 반면 외부적인 규제가 없어서 비판받는 해외사업자는 다양한 자율규제 노력으로 ‘기술적 차단’을 활용하려는 의지가 강해졌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등 사업자들이 법적 규제에 의존하다 보니  자율적인 노력이 줄어들고, 그 결과 법적 쟁점이 아닌 사안에서 사각지대가 생겼다는 얘기다.

▲ '팩트체크'를 게시물 노출에 응용한 페이스북 서비스. 네이버는 SNU팩트체크에 펀딩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플랫폼 내 허위정보와 연계해 서비스하지는 않고 있다.
▲ '팩트체크'를 게시물 노출에 응용한 페이스북 서비스. 네이버는 SNU팩트체크에 펀딩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플랫폼 내 허위정보와 연계해 서비스하지는 않고 있다.

네이버 서비스 가운데 자율적 조치가 이뤄진 경우는 ‘강력한 사회적 논란’이 잇따른 경우가 많다. 특히 댓글 서비스의 경우 악성 댓글을 판독하는 알고리즘을 고도화하는 등  적극 대응하는 반면 블로그·카페·영상 속 허위정보나 음모론, 혐오 콘텐츠에 대한 논의는 비교적 소극적이다. 팩트체크 결과를 게시글 노출에 적용하는 페이스북과 달리 네이버는 ‘SNU팩트체크’에 펀딩을 하면서도 정작 그 결과를 자체 서비스에 연계하지 않고 있다.

네이버와 해외 사업자를 비교할 때 대표적인 사각지대가 ‘혐오표현’이다. 물론 네이버가 주축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는 서비스 전반에 ‘사회갈등 완화’ ‘차별적 표현 완화’ 등 조항을 두고 있다. 문제는 ‘적용’에 있다. 2020년 방송문화연구에 게재된 ‘소셜미디어 플랫폼상의 혐오표현 규제’(김민정 한국외대 교수)에 따르면 현재까지 관련 심의는 7건에 불과했다. 더구나 ‘개쌍도’는 삭제하고 ‘동성애는 비정상’과 같은 소수자를 향한 분명한 혐오표현은 방치하는 등 논쟁적인 결과로 이어졌다.

이 연구는 “해외 소셜미디어 플랫폼 두 곳이 국내 양대 포털보다 혐오표현 규제에 대해 적극적인 입장을 취해오고 있다는 평가가 가능하다”며 “페이스북과 유튜브는 혐오표현을 규제대상 정보 유형에서 개별, 독립 항목으로 정해 놓았고, 혐오표현의 정의, 예시, 정책 적용의 예외 등을 명시하고 있으며, 투명성 보고서를 통해 혐오표현 규제 관련 집행 현황을 개괄적이나마 공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네이버TV 신고화면과 유튜브 신고화면.
▲ 네이버TV 신고화면과 유튜브 신고화면.

일례로 네이버TV 영상 신고란은 ‘성인 음란성’ ‘청소년에게 부적합’ ‘불법제품 판매 및 부적절한 홍보’만 별도로 규정한다. 반면 유튜브 신고란엔 ‘증오 또는 악의적인 콘텐츠’ ‘스팸 또는 오해의 소지가 있는 콘텐츠’ 항목을 통해 허위정보와 음모론, 혐오표현을 별도의 항목으로 다루고 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2016년 발행한 ‘혐오표현 실태조사 및 규제방안 연구’는 대책으로 “사이트 별 ‘불법적 온라인 혐오표현 대응을 위한 행동강령’을 제정하도록 유도하고, 포털의 유해게시물신고제도에 혐오표현을 포함시킬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송경재 교수는 “혐오표현 논의는 법적 근거에 대한 기준이 모호한 문제가 있어 차별금지법 제정 등을 우선 추진할 필요가 있다”며 “포털의 심의조치 내역을 사업자가 자발적으로 투명하게 공개하는 투명성 보고서에 대한 논의도 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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