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 전쟁이 시작됐다. 근로소득세 최고세율인상, 주식거래세 인하, 주식양도세 확대, 금융투자소득 분류과세와 종합부동산세 인상, 부유세와 글로벌 자본세 도입 논란 등 우리를 포함해 전 세계에서 세금 때문에 전투 아닌 전투가 벌어지고 있다.

당장 지난해 말 아르헨티나에서 일회성 부유세를 도입하기로 하자 화들짝 놀란 친재벌 언론사들은 부유세는 절대 안 된다며 두 손 두 발을 젓고 나섰다. 이재용의 삼성전자 주식 상속과 관련해서 전 세계에서 가장 무거운 상속세를 가지고 있다며 상속세 폐지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대주주 주식양도세와 관련해 정부가 대주주 기준을 가족합산 10억원에서 3억원으로 기준을 낮추겠다고 하자 친재벌 언론사들은 영끌까지 해서 불태운 동학개미의 열정을 들먹이고, 시아버지가 숨겨놓은 삼성전자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신파까지 덧붙여 3억원 기준을 철회시키는 데 일조했다.

아이러니하게도 국가 지출을 늘려야 할 때는 항상 경제가 안 좋을 때다. 시장경제에 위기가 닥쳐 기업의 수익성이 저하되고 임금소득이 떨어져 가계의 소비지출이 줄어드는 것을 국가 지출 증대로 막아야 한다. 그런데 경가가 안 좋으니 세수는 줄어들 수밖에 없고 정부는 빚을 늘리든가 세금을 늘리든가 해야 한다. 당장은 빚을 늘리지만, 국가부채 증가가 화폐 시스템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어쨌든 빚을 갚아야 하고 그렇게 하려면 세금을 또 늘려야 한다.

가장 이상적 형태는 국가가 빚을 내어 위기 시 지출을 늘리고 경기가 좋아져 세수가 다시 늘어나면 이것으로 빚도 갚고 국가부채 상황도 안정시키는 것이다. 이런 상황이 2차 세계대전 이후 1970년대 초까지는 그런대로 맞아 들어갔다. 그러다 스태그플레이션이 발생하면서 더 이상 국가 부채를 경제성장을 통한 세수 증가로 막을 수 없는 상태가 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신자유주의 발흥과 동시에 ‘감세’ 기조로 전환하게 됐다. 정부는 적게 벌어 작게 쓰고, 공공자산 민영화로 부채를 갚는 방식이 일반화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악화한 경제 상황에서 국가 지출은 늘 수밖에 없고 국가부채 증가도 막아야 하므로 세금을 줄이는 게 아니라 늘려야 했다. 특히 2008년 세계금융위기와 2019년 말 시작된 코로나 위기 대응은 각국 중앙은행의 전무후무한 통화 공급과 정부의 재정 지출을 야기했다. 이런 상황에서 경기가 좋지 못해 줄어든 세수를 만회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금을 더 늘려야 한다. 세금전쟁이 일어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오늘의 세금은 일반적 조세정의나 불평등 개선뿐 아니라 코로나 위기 대응을 하면서 명백하게 정부와 중앙은행의 통화공급에 따른 부채 폭증, 불평등 증가에 대한 책임도 함께 물어야 했다.

부자 감세, 낙수효과는 없다

역사적으로 증세와 감세에 대해 논쟁해 왔는데 주류의 증세 반대론, 즉 감세론은 세금 특히 부자들에게 세금을 더 많이 걷는 것은 이른바 낙수 효과를 없애고 민간 투자를 위축시켜 성장에 걸림돌이 된다는 이유다. 주류 특히 신자유주의 경향에서는 부자 감세뿐 아니라 세금인상 자체를 반대한다. 국가 개입이 민간투자를 위축시키기 때문에 세금을 걷어서 국가 지출을 확대할 것이 아니라 민간에 그냥 맡기라는 것이 이유다.

국가지출 확대가 민간투자 위축으로 나타난 사례가 없지는 않다.(주류경제학 비판과는 달리 정부투자로 민간투자가 위축되거나 시장이윤을 잠식한 것은 ‘죄악’이 아니다.) 그러나 민간자본이 투자 가능하고 이윤을 남길 수 있는 영역에 국가가 투자하지 않는다. 특히 신자유주의가 팬데믹처럼 번진 1990년대 이후 오히려 수익이 나는 공공자산을 민간에 매각하는 ‘민영화’가 대세가 됐고, 민간투자를 위축시킬만한 국가지출, 국가투자는 할 수 없는 상황이 됐다. 공공투자와 국가투자는 시장이윤율에 미달해 사업성이 없지만, 사회적으로 필요한 영역으로 제한됐다. 그러나 이런 국가투자로 시장이 형성되고 이윤이 나기 시작하면 민관합작 또는 거버넌스라는 명분으로 또는 민영화를 통해 민간으로 사업을 이전했다.

다른 한편 경험적, 실증적 분석으로도 부자들의 세금 삭감이 소비와 투자를 늘려 낙수효과를 일으킨다는 증거는 없다. 가장 최근 런던정경대(LSE)의 데이비드 호프(David Hope)와 킹스 칼리지 런던의 줄리언 림버그(Julian Limberg)의 논문은 영국과 미국을 포함한 OECD 18개국 자료를 조사해 지난 50년 동안 일어난 조세제도 변화를 “선진국에서 부자에 대한 세금 감면”과 “대규모 감세”로 특징지었다. 특히 대규모 감세는 1980년대 후반 집중적으로 일어났고 이는 미국 레이건 행정부와 영국 대처 영국 총리를 필두로 신자유주의 모태가 된 작은 정부론에 기반해 일어났다. (The Economic Consequences of Major Tax Cuts for the Rich, David Hope, Julian Limberg, LSE International Inequalities Institute, 2020.12.)

▲ 영국 제71대 총리를 지냈던 마거릿 힐다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총리.
▲ 영국 제71대 총리를 지냈던 마거릿 힐다 대처(Margaret Hilda Thatcher) 총리.

논문에 따르면 부유층에 대한 세금 인하 혜택이 소수의 슈퍼울트라 부자에게 집중되기 때문에 이들 국가의 대다수 사람은 거의 받는 것이 없다. 낙수효과(trickle down effect)라 불리는 부자들의 소득증가와 세금축소로 부자들로부터 소비확대 또는 투자 확대가 일어나 고용 창출이나 성장률 개선으로 확대돼 사회 전반에 이익이 널리 공유된다는 경험적, 이론적 증거는 없다. 경기가 죽어 있는데 부자들이 돈이 남아돌아도 이윤이 남지 않는 곳에 투자할 리도 없고, 부자들의 명품 소비 확대가 일반 상품 소비 확대로 연결된다는 증거도 없기 때문이다.

연구자들은 “우리 연구는 부유층에 대한 세금을 낮게 유지하면 경제가 취약해진다는 사례를 보여준다”며 1980년대 이후 부유층에 대한 대규모 감세는 소득 불평등을 증가시켰을 뿐 경제성장을 부채질하거나 실업을 줄이지 않았다“라고 결론지었다.

불평등 조장하는 조세정책

조세정책의 두 번째 목표는 불평등을 개선하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소득세 등에 누진제를 적용해 더 많은 소득에 더 많은 과세로 일정한 소득재분배 효과가 있도록 세율을 조정한다. 특히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국가의 재정통화 정책으로 인해 자산 불평등이 자본주의 역사적 고점으로까지 확대됐다.

실증적으로 보면 과세 전, 소득의 ‘1차 분배’에서부터 불평등이 심각하게 확대하고 있다. 자본과 노동 구분 외에도 임대소득과 금융소득 등이 신자유주의 이후부터 훨씬 더 규모가 커졌고, 임금 격차도 더 벌어져 임금 수준이 양극화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조세 정책은 물론이고 정부의 재정정책을 통한 재분배 효과를 과장하는 것도 현재 불평등에 대한 포괄적 이해를 떨어뜨리고 있다.

코로나 위기에서 한국은행은 금융시장 붕괴를 막기 위해 쓰레기 등급 채권까지 매입한다는 의지를 보이며 무제한의 통화 공급을 약속하며 모든 금융시장을 떠받쳤다. 정부는 또한 수백조원의 코로나 대응 재정을 집행했다. 그러나 영세상인과 노동자를 지원하는 데는 현재 3차 재난지원금을 포함하더라도 50조원에 미치지 못한다.

반면 시장경제 안정을 명분으로 대기업을 살리기 위해 정부는 수백조원의 자금을 지원했고, K-뉴딜 사업을 계획하면서 대부분 재벌 독점을 유지하고 확장하는 데 치중했다. 통화정책뿐만 아니라 재정정책으로도 불평등은 더 조장되고 있다.

여기에 심지어 조세정책으로도 불평등은 더 심화하고 있다. 우리가 조세정의 기본 원칙인 누진제라고 믿고 있는 조세 체계가 알고 보면 누진적이기는커녕 역진적이기 때문이다. 조세정의 기본원칙은 소득이 있는 곳에 세금이 있다는 것과 모든 소득-일(노동)에서든 자산에서든-은 균등하게 과세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오늘날 자본소득(주로 금융소득)은 노동소득(근로소득)보다 훨씬 적은 세금이 부과돼 소득이 균형적으로 재분배된다는 일반적 가정과는 전혀 다르다.

먼저 법인의 소득세인 법인세의 경우 세율이 10~25%로 구성돼 있다. 직전 사업연도 과세표준에 따라 2억원 이하는 10%, 2억원 초과 200억원 이하는 20%, 200억원 초과 3000억원 이하는 22%, 3000억원 초과는 25%다.(누진공제는 표시하지 않았다) 법인세의 경우 최고세율이 25%에 불과하고 각종 감면 등을 적용하면 실효세율은 더 낮다. 게다가 2018년까지는 매출액이 최상위급인 대기업이 더 많은 공제·감면을 받아 실효세율이 오히려 그보다 못 번 기업보다 낮은 역진 현상이 나타나 문제가 됐다. 2019년에 ‘3000억원 초과 25%’ 법인세 구간을 신설하면서 이 역진 현상이 다소간 개선됐다.

자본소득 문제는 더 심각하다. 정부는 기존에 ‘과세 사각지대’에 있던 채권 등을 모두 포함해 전체 금융투자 상품에서 발생하는 소득을 하나로 묶어서 종합소득, 양도소득, 퇴직소득과 별도로 분류과세 되는 ‘금융투자소득’을 신설하기로 했다. 금융투자소득은 5000만원이 넘는 소득부터 양도차익이 3억원 이하에서는 5000만원을 뺀 나머지 양도차익에 대해 20%의 세금을 내고, 3억원을 초과할 경우 25%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 또한 국내 상장주식 소득금액을 제외한 비트코인 같은 기타 금융투자소득 금액에 대해서는 250만원의 기본공제를 적용해 (가상)자산을 팔아 얻은 연간 소득이 250만원 이상이면 마찬가지로 20%의 소득세가 부과된다.

조세제도, 알고 보면 “역진적”

그동안 제대로 과세조차 하지 않다가 그나마 과세가 돼 다행이라고 할 일인지도 모르지만 금융투자소득세와 같은 자본소득세는 근로소득세보다 턱없이 낮다. 아래 표에서 보듯이 근로소득에 대해서는 면세 없이 모든 소득에 대해 전면 과세하고 있다. 최고 세율도 10억원 초과 시 45%로 주식양도세, 금융투자소득세 등 자본세의 두 배에 달한다.

▲ 2021년 종합소득세율(근로소득세율)표. 표=저자 제공
▲ 2021년 종합소득세율(근로소득세율)표. 표=저자 제공

이처럼 현재 법인세는 별도로 하고 금융투자소득세만 놓고 보더라도 기존 주식양도세와 마찬가지로 20~25%의 세율을 적용받고 그나마 5000만원 이하는 면세이고 공제된다. 반면 근로소득세(종합소득세)는 전면과세라 세율 차이는 있지만 모든 근로소득에 대해 과세한다. 금융투자소득세는 5000만원까지 면세이지만 근로소득은 4600만원이 넘으면 24%까지 과세한다.

통계청의 ‘2020년 가계금융복지조사 결과’를 보면 소득 상위 10%의 순자산 점유율은 43.7%이며 하위 10%는 -0.3%에 불과하다. 현재 개인 소득이 임금보다도 주식 등 금융소득이 더 많은 경우가 있고 특히 소득 상위계층으로 갈수록 금융과 자산소득 비중은 상대적으로 증가한다.

가령 금융소득 없이 임금으로만 5000만원 받은 사람은 총소득의 24%를 세금으로 낸다. 금융투자소득 3000만원과 임금 5000만원을 받아 총소득이 8000만원인 사람은 총소득의 12.5%에 불과하다. 또한 주식으로만 1억원을 벌어들인 사람은 총소득의 10%를 세금으로 낸다. 세금이 소득에 따라 누진적이 아니라 역진적으로도 된다. 게다가 모든 금융투자 손실(결손금)에 대한 이월공제 기간도 3년에서 5년으로 확대됐다.

금융투자소득을 종합소득세에 포함해 과세하면 되는데도 이와 같이 분류해 더 낮은 세율로 과세한다는 것 자체가 금융소득에 대한 특혜적 세금 삭감과 같다. 게다가 근로소득세의 면세 구간은 아예 없이 모든 근로소득에 과세한 데 비해 금융투자소득은 5000만원까지 세금이 없다. 이에 용혜인 의원이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에 밝힌 내용에 따르면 “근로소득 분포 소득분위와 비교하면 금융투자소득 5000만원 기준이 소득 상위 15~16% 사이에 위치해 이들은 근로소득 대비 6% 수준의 소득세를 납부했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지적했다.

또한 용 의원은 2015~2021년 조세지출 예산상 국세감면액 증가율이 국세수입 증가율의 2배에 육박한 현실을 지적했다. 이 기간 국세수입액은 연평균 5.0% 증가했지만 국세감면액은 9.7% 증가해 조세지출이 세수를 크게 앞질렀다. 특히 신용카드 소득공제, 기업을 대상으로 한 각종 투자세액공제의 재연장 등을 문제로 제기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자영업의 과세소득을 정확히 파악한다는 목적으로 도입된 이래 감면액 기준 2000년 346억원에서 2021년 3조1725억원으로 약 92배 늘었다.

지난 2016~2018년 3년간 연평균 968만5300명이 23조7356억원의 신용카드 소득공제 혜택을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이를 소득별로 구분하면, 근로소득 8~10분위(상위 30%)가 전체 소득공제액의 52.5%, 6~10분위(상위 50%)가 79.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근로소득세에서도 신용카드 소득공제와 같이 소득이 많을수록 세금감면 효과가 커져 명목상의 누진성이 사라지고 오히려 역진성이 나타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주식 매매차익과 같은 금융투자수익은 종합소득세와의 분류과세 근거인 소득발생 기간과도 맞지 않는다. 분류과세는 근로소득과 같이 1년 이내 단기간에 발생하는 것이 아닌 장기간 소득이 형성된다는 이유로 종합소득세에서 분류해서 더 낮은 세율로 과세하는 것을 말한다. 그런데 주식은 장기보유자도 물론 있지만, 단기 보유자가 그 이상으로 많다. 2020년 8월 말 기준 국내 주식투자자 평균 주식 보유기간이 코스피 4.9개월, 코스닥 1.1개월이다. (종합소득세에 포함되는) 이자나 배당금을 받는 1년 단위의 절반도 안 되고 코스닥은 심지어 10분의1 수준이다. 이 때문에 증권거래세가 별도로 있는 것 아니냐는 반문이 가능하지만 코스피 거래세율 0.1%→0.08%, 코스닥 0.25%→0.23%로 대규모 단타매매가 아닌 한 별 의미 없는 세금인 데다가 그나마 올해부터 세율이 더 낮아졌다.

세금만으로는 불평등 개선 못 하지만…

세금은 단순하고 명확할수록 조세정의에 더 부합한다. 문자 그대로 종합소득세에 모든 소득을 포함하고 최고세율을 더 올려야 ‘누진제’에도 부합하고 불평등을 조금이라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얼마나 올려야 할까? 21세기 자본의 저자 피케티는 (자본) 소득세율을 80%까지 올려야 한다고 봤다. 이 조건이라면 현행 50% 수준인 증여세와 상속세도 폐지하고 종합소득세로 일원화하는 것이 더 바람직해 보인다.

▲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 ⓒ 연합뉴스
▲ 토마 피케티 파리경제대(EHESS) 교수. ⓒ 연합뉴스

그런데도 세금으로 이런 불평등이 다소라도 완화되리라고 보지는 않는다. 피케티 방식으로 하면 자본수익률 r이 경제성장률 g를 한참이나 초과하고 역전의 대역전을 거듭한 상황이 코로나 위기를 거치면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실물경제는 여전히 마이너스 상태인데 자산시장은 불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피케티 방식을 적용해도 이제는 자본소득의 80% 수준이 아니라 100%를 넘어 소득 자체보다 더 큰 과세 즉, 자본에 대한 몰수조치가 이뤄져야 현재 수준의 불평등도가 다소라도 완화될 수 있다.

또한 아무리 평등하게 세금을 잘 걷어봐야 불평등을 조장하는 방식으로 돈을 사용하면 조세정의를 완전히 무력화할 수도 있다. 재정과 통화정책이 부자와 자본소유자에게 유리한 시스템을 유지하기 위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하며 사는 사람들이 더 잘살기 위한 방식으로 움직일 때라야 불평등도, 소득재분배도 어느 정도 완성될 수 있다. 과세 전 1차 분배부터 불평등한 현실에서 그나마 2차 분배로 불평등을 다소 개선할 수 있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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