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두순 보름 만에 집 밖 나섰다...30분 간 그의 행적은”(지난해 12월31일 조선일보)
“‘시장에서 조두순 봤다’ 목격담 인터넷서 일파만파” (1월3일 동아일보)
“‘킹크랩 사갔다’ ‘매섭게 째려봤다’ 조두순 목격담의 진실은” (1월3일 중앙일보) 

출소 이후 조두순을 둘러싼 언론 보도와 관련, “조두순의 개인적 인물에 관한 단죄방식의 관심과 보도는 자칫 우리 헌법상 최고의 가치 기준과 해석기준으로서 ‘인간의 존엄성’ 문제와 충돌할 수 있다”는 문제 제기가 나왔다.

이수종 언론중재위원회 교육본부장은 언론중재위원회가 발간하는 ‘언론중재’ 겨울호에서 ‘조두순과 레바하-출소 전후 조두순의 신상 공개 문제’라는 제목의 원고를 통해 “인간의 존엄성을 모든 개별적 기본권의 정점으로 삼고 있는 우리 헌법은 ‘누구든지’라는 전인칭적 관점에서 출발한다. 헌법상 기본권은 예외적으로 조두순과 같은 악인적 범죄자에게는 보호를 거둔다는 관점을 거부한다”고 강조했다.

이수종 교육본부장은 “오히려 민주적 헌정 국가의 인간 존엄성 가치는 아무리 악인일지라도 그에게 남겨진 가장 협소한 영역으로서, 인간으로서의 존재감을 지켜주려 한다. 왜냐하면 이러한 영역의 보호에 예외를 허용하기 시작하면 나중에는 누구든지 예외가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이수종 본부장은 “언론을 비롯한 사회영역은 국가의 처리 과정을 비판하고 감시하는 방향에 집중돼야 한다. 지금 우리 사회의 조두순을 바라보는 관점, 흉악 범죄자의 격리와 차폐방식에만 몰두하는 비인권적 재범방지 조치의 논의에만 집중하는 우리 현실은 헌법의 구상과 동떨어져 있는 것 같아 아쉽다”고 밝혔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그러면서 그는 1973년 독일의 ‘레바하 판결’에 주목했다. 1969년 독일 레바하에서 군인 4명을 무참히 살해하고 무기와 탄약을 탈취한 사건이 있었다. 두 명은 종신형을 받았으나 제3의 범인 A는 습격을 공모했지만 습격에 직접 가담하지는 않았고, 범행에 대해 적극 반성한 점을 들어 징역 6년형이 선고됐다. 

독일 공영방송 ZDF는 형이 확정된 이후 이 사건 다큐멘터리 제작에 나섰다. A는 자신의 사진과 이름이 공개되는 것은 자신의 인격권과 초상권을 침해한다며 방영금지 가처분 신청에 나섰으나 기각됐다. 이에 A는 헌법소원을 제기했다.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형사소추 및 형사상 유죄판결과 함께 공중의 관심을 야기한 행위에 관한 정보가 공동체의 정당한 경험과 반응을 통해 충분히 대중들에게 제공된 이후, 이를 넘어서는 지속적이고 반복적인 범죄자의 인격 영역으로의 침입은 더 이상 정당화되지 않는 사회적 제재”라고 판단했다. 

독일연방 헌법재판소는 그러면서 ‘범죄자의 사회로의 복귀이익’이라는 새로운 인격권 관점을 처음 도입했다. 헌법상 인간의 존엄성 가치를 누리는 기본권 주체로서 범죄자 역시 복역 이후 공동체로 편입될 기회를 얻는 재사회화 이익이 보장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재사회화는 범죄인이 그의 석방 이후에 정상적으로 자유롭게 사회로 복귀하는 것을 위한 외적 전제조건이 마련되어야만 성공할 수 있으며 사회의 협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독일 언론평의회는 독일 대통령에게 “신속하고 방해받지 않는 형벌수형자의 재사회화 이익을 고려해, 범죄자 개인의 이름이나 자세한 참고사항, 즉 석방된 죄수, 그의 가족 혹은 석방지역을 추론할 수 있는 사항을 공표해서는 안 된다”는 내용의 범죄자 석방에 관한 강령 기준을 조언했다. ZDF 방송은 A의 재사회화를 위해 부정적 결과를 야기할 정도로 당사자를 노출 시키는 것으로 판단됐다. 

이수종 교육본부장은 이 같은 레바하 판결을 언급하며 “조두순이 저지른 범죄의 죄질을 보면 끓어오르는 분노를 참을 수 없다. 당연히 국가와 사회, 언론 입장에서는 재범 가능성이 매우 높은 조두순의 출소와 관련해 많은 관심과 주목을 가질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밝히면서도 “재범률이 높은 범죄자가 출소할 경우 국가가 담당해야 할 역할과 언론이 담당해야 할 역할은 서로 다르다. 우리 사회에서 범죄자 출소 관련 보도가 가져올 당사자의 인격권 침해문제 관련 논의는 여전히 부족하며 이 문제를 다룬 언론계 미디어비평 역시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