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기자를 제한하고 공공기관은 언론사 차별하는 나라
기자가 기자를 제한하고 공공기관은 언론사 차별하는 나라
법조기자단 운영방식 ‘배제가 원칙, 개방이 예외’…누구를 위한 기자단인가

※ 시사주간지 시사인 694호(2021년 1월5일자)에 실린 글을 시사인의 동의를 얻고 게재합니다.(원문 링크)

“지금 기자단 구조가 상식적일까?” 의문을 피부로 느끼게 된 계기는 2017년 국정농단 특검 때다. 특검 취재로 배치되면서 처음 법조 기자단을 알게 됐다. 배치되자마자 들은 말이 “기자단 아니면 브리핑룸과 상주 기자실을 못 쓴다”였다. 임대료를 낸 매체만 출입하자는 취지인데, 기자단이 아닌 매체(이하 비기자단)는 논의에 끼지도 못한 채로 기자단이 특검 측과 협의했다.

비기자단의 항의로 상황은 고쳐졌지만 의문은 계속됐다. 기자단과 기관 간 ‘배타적 일대일 관계’가 형성돼 있어 그 관계에 속하지 않은 매체들은 간단한 문자 공지조차 받지 못했다. 더 의아했던 건 양쪽의 대응방식이었다. 특검 공보담당이 ‘기자단과 논의하라’고 해서 기자단 쪽에 문의하면 ‘특검 쪽에 물어볼 문제’라는 답을 들었다. 양쪽이 같이 구조를 정해놓고 왜 책임은 서로에게 미루는지 답답했다.

차별이 억울했던 비기자단 기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2기자단’이란 임의 명칭 아래 모였다. 이쪽도 창구를 일원화할 테니 동등하게 대응해달란 것이었다. 당시 대표를 맡은 기자가 특검과 기자단에 “저희도 같은 기자입니다”라며 ‘읍소’하던 모습이 생생하다. 그렇게 해서 겨우 공식 일정 통지라도 받을 수 있었다.

▲ⓒpixabay.
▲ⓒpixabay.

특검은 양반이었다. 국정농단 특검 수사 후 검찰·법원을 취재하며 그렇게 느꼈다. 특검은 특검법에 따른 임시기관인 만큼 ‘언론을 차별해선 안된다’는 말을 들어주었다. 그러나 다른 공공기관에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소리다. 검찰 브리핑·기자회견은 금단의 구역이었다. 검찰 공보자료는 ‘기자단에만 주는’ 자료였다. 비기자단 기자가 정보공개를 문의하면 ‘기자단을 취재하라’는 답을 들었다.

법원은 더했다. 신청한 판결문을 받기까지 기자단은 몇 시간, 비기자단은 2주일가량 걸린다. 공개 재판 취재조차 제한돼 원성이 터져 나온 때도 있다. 일부 재판은 취재 경쟁으로 노트북을 쓸 수 있는 기자석이 따로 마련됐는데, 한동안은 기자단만 쓸 수 있었다. 빈 기자석에 앉아도 법원 경위나 기자단 기자의 ‘나오라’는 말에 노트북을 접어야 했던 비기자단 기자가 많다. 당시 이들은 눈치를 봐가며 좌석을 이동하며 취재하거나, 온종일 진행되는 재판을 휴대전화나 펜으로 기록했다.

경험을 길게 나열한 것은 ‘차별’이 이번 소송에 나선 이유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기자단 구조는 기형적이다. 기자가 다른 기자의 취재 자유를 제한하고, 공공기관은 언론사를 차별한다. 기관들은 기자단이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사실을 알면서도 기자단 취재만 배타적으로 지원하면서 운영은 기자단에 맡겨버렸다. 원리 원칙 없는 공공기관의 무책임과 기자단의 폐쇄성이 만나 지금의 출입처 제도를 만들었다.

가장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곳 중 하나가 서울의 법조 기자단이다. 서울중앙지법, 서울고등법원, 서울중앙지검, 서울고검, 대검찰청 등을 출입한다. 40개사 기자 260명가량이 법조 기자단을 구성하고 있다. 언론사들도 판검사들의 업무에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 법조 부문을 ‘고급 정보’가 집중적으로 나오는 기관으로 여기기에 많은 인력을 투입한다.

운영방식은 ‘배제가 원칙, 개방이 예외’다. 가입 자격부터 까다롭다. 6개월 동안 최소 기자 3명이 법조팀에서 법조 관련 기사를 써야 기자단 심사를 받을 자격을 얻는다. 소규모 매체나 프리랜서 기자에겐 불가능한 조건이다. 이후 기자단이 가입 여부를 정하는데, 기자들 각각의 마음에 달린 ‘정성 평가’다. 기자단 재적 3분의 2 이상에 과반 혹은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한다. 서울중앙지검이나 서울중앙지법 기자실 투표를 통과해도 ‘대법원 기자단’이 한 차례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들 마음에 들지 않으면 가입은 물거품이 된다. 그래서 3년 넘게 어떤 매체도 통과하지 못하는가 하면 최근 1년 동안은 신청 매체 2곳이 모두 통과됐다. 언론사 민중의 소리는 이유도 모른 채 2년간 두 번 연속 고배를 마셨다. 이 과정에서 기자가 다른 기자를 평가하고, 기자가 다른 기자의 마음에 들기 위해 애쓰는 기묘한 상황이 만들어진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 대변인이 2017년 2월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 상대로 브리핑을 갖고 있다.ⓒ민중의소리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수사 중인 박영수 특검팀 대변인이 2017년 2월3일 오후 서울 강남구 특검 사무실에서 기자들 상대로 브리핑을 갖고 있다.ⓒ민중의소리

공공기관도 언론도 요지부동

‘출입 제도 개선’은 또 다른 이유다. 한국 언론계에서 ‘출입’은 특정 영역을 취재한다는 표현이다. 그런데 대개 영역이 아니라 기관이다. 가령 의료·보건 정책을 맡을 경우 ‘의료를 담당’하기보다 ‘보건복지부를 출입’한다. 그럼 또 기자단이 만든 가입 요건과 투표를 통과해 보건복지부 기자단에 속해야 한다. 대부분 공공기관에서 출입 제도는 기자단과 동의어다.

학계에선 폐쇄적인 출입 제도가 저널리즘의 질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라고 오래전부터 지적해왔다. 취재 방법이나 취재 시간이 획일적인 ‘팩(Pack) 저널리즘’ 비판이 대표적이다. 대다수 기자가 출입처 기자단에 배속되면서 취재 영역을 다루는 관점이 공공기관 중심으로 좁혀지고, 보도자료가 기사 내용 대부분을 차지하는 현상이 두드러진다. 박재영 고려대 교수 연구팀(2020)이 중앙일간지·방송사·경제지 등 3곳의 기자 인력 배치를 조사한 결과, 전체 기자의 평균 73%가 출입처를 갖고 있었다. 한 외신기자는 연구팀에 “출입 기자들이 보도자료를 제공받는 형식을 보면 (기관이) 닭에게 모이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기자들이 자기도 모르게 기관에게 컨트롤당할 것이다”라고 평가했다.

“유착은 특별한 게 아니라 취재원과 지켜야 할 거리를 지키지 못하는 것이다. 언론의 건강함이 상실된다.” 10년 이상 수사기관을 출입한 기자가 최근 논란이 된 검찰 기자단을 두고 말했다. 채널A 기자의 강요미수 혐의처럼 명시적이지 않아도 출입처 견제·비판에 덜 엄밀해지는 경향성도 유착의 하나라는 지적이다. 그는 “언론이 취재가 어려운 검찰과의 관계를 저널리즘보다 중요시할 때 유착이 시작된다. 이러한 폐쇄적인 기자단 문화는 저널리즘 질 개선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라고 봤다.

▲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3개 매체는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냈다.
▲ 뉴스타파, 미디어오늘, 셜록 등 3개 매체는 지난해 12월 중순 서울고등법원과 서울고등검찰청에 기자실 사용 및 출입증 발급을 요구하는 신청서를 냈다.

기자단 카르텔은 오래된 문제다. 2001년 최경준 오마이뉴스 기자는 기자단이 아니란 이유로 인천국제공항 기자실에서 강제 퇴거를 당해 ‘출입방해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인천지방법원 제3민사부(재판장 권순일)는 오마이뉴스 손을 들어줬다. 2003년 노무현 당시 대통령의 개방형 브리핑룸 추진에 기자들이 강력 반발하면서 한 차례 큰 논란이 벌어졌다. 2008년 경기 부천시청에서는 카르텔에 반발한 기자가 기자실에 인분을 투척했다. 2011년 전북 익산시청에서는 비기자단 기자들이 기자실 문에 아예 대못을 박아버리기도 했다. 그런데 그동안 스스로 개선을 시도한 언론사나 기자단이 있을까.

이번 소송은 공공기관도 언론도 요지부동하기 때문에 시작됐다. 지난 수년간 기자 개개인들이 겪는 차별 피해를 봐왔다. 공공기관은 시민의 알 권리 증진이라는 원리 원칙 없이, 관성적으로 기자단만 상대하는 차별적인 공보 활동을 수십 년 동안 하고 있다. 기자단이 폐쇄적으로 운영되어야 하는 절대적 이유라도 있는 것일까. 언론계·학계 등에서는 폐쇄적 출입처 제도의 부작용을 계속 경고해왔다. 일부 기자들은 기자단의 순기능을 역설하지만, 순기능이 구조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 순기능을 지키는 대안 모색은 구체적으로 논의해갈 문제다.

같은 문제의식을 가진 기자는 적지 않지만 현실적 문제로 동참하지 못한 이들이 많다. 미디어오늘, 뉴스타파, 셜록은 12월 중순 서울 법조 기자단 운영을 관리하는 서울고검과 서울고법에 기자실 사용과 출입증 발급을 신청했다. 서울고검은 12월14일 신청을 거부하는 취지로 답했다. 서울고법은 아직 답을 주지 않았다.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다음 단계는 행정소송이다. 출입증 발급 등을 거부한 공공기관의 처분이 위법·부당하다고 소를 제기할 예정이다. 헌법소원도 함께 진행할 계획이다. 언론 활동의 자유가 침해됐다는 요지다.

이 기사를 후원합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