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두야, 밖에서 놀 땐 선크림 좀 바르고 다녀.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자두 아빠)
“(자두야) 어차피 그 얼굴로 결혼은 무리다.”(한복집 할머니)
“엄만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부 잘해도 못 생기면 결혼도 못하는 세상이라고! 그러게 처음부터 예쁘게 낳아줬으면 됐잖아!”(자두)

어린이들이 보는 애니메이션 프로그램 ‘안녕 자두야’에서 나온 발언들이다. 여성 외모 중요성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는 등 어린이들의 성별 고정관념을 공고화한다는 비판이 제기된 채널들에 대한 법정제재가 추진된다.

▲대교어린이TV·AniOneTV·디즈니채널·챔프 채널 등은  지난해 ‘예뻐지고 싶어’라는 주제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사진=안녕 자두야 방송화면 갈무리.
▲대교어린이TV·AniOneTV·디즈니채널·챔프 채널 등은 지난해 ‘예뻐지고 싶어’라는 주제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사진=안녕 자두야 방송화면 갈무리.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소위원장 허미숙)는 6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지난해 대교어린이TV·AniOneTV·디즈니채널·챔프 채널 등이 방송심의규정 ‘양성평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주의’를 결정했다.

4개 채널은 지난해 ‘예뻐지고 싶어’라는 주제의 에피소드를 방송하면서 여성 외모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 에피소드를 포함한 ‘안녕 자두야’ 시리즈는 지난 2011년 제작됐다.

이를 테면, 자두의 가족들이 식사하던 중 자두 아빠가 자두에게 “자두야. 밖에서 놀 땐 선크림 좀 바르고 다녀. 여자 얼굴이 그게 뭐냐”라고 말하자, 자두 엄마는 “걔는 그거 발라도 소용없어요. 원체 잘 타는 얼굴이라서”라고 답한다.

자두가 TV프로프램 ‘동물의 세상’을 보던 중 구관조가 검은색 암컷을 외면하고 하얀 암컷을 선택하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자 “어쩔 수 없는 자연의 섭리”라는 내레이션 후 검은 암컷이 악어에게 잡아먹히는 모습이 등장하고 “어차피 살고 싶지도 않았을 텐데 차라리 잘 된 건지도 모른다”라는 내레이션이 흘러나온다.

또 자두가 얼굴이 예뻐지는 비법을 보유하고 있는 한복집을 찾아 “앞으로 설날과 추석, 결혼식 때 한복을 여기서 할 것”이라고 말하자 한복집 할머니는 “어차피 그 얼굴로 결혼은 무리”라고 응답했고, 자두가 “그러니까 알려주세요. 이 얼굴에서 벗어날 수 있는 그 방법을 말이에요”라고 호소하자 할머니가 비법서를 건네준다.

▲대교어린이TV·AniOneTV·디즈니채널·챔프 채널 등은  지난해 ‘예뻐지고 싶어’라는 주제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사진=안녕 자두야 방송화면 갈무리.
▲대교어린이TV·AniOneTV·디즈니채널·챔프 채널 등은 지난해 ‘예뻐지고 싶어’라는 주제의 에피소드를 방송했다. 사진=안녕 자두야 방송화면 갈무리.

할머니에게 얻은 비법서를 보고 자두가 백설탕 물로 세수를 하고 잠들자 얼굴에 개미들이 붙는다. 개미들에 물려 얼굴이 부은 자두와 자두 가족들이 저녁 식사를 하던 중 자두 아빠는 “자두야. 아빠 눈엔 자두가 세상에서 제일 귀엽고 예쁜데 왜 그런 짓을”이라고 말하자, 자두는 “아빠니까 하는 소리지”라고 답한다. 

이에 아빠는 “무슨 소리야. 자두 네가 아직 어려서 네 매력을 잘 모르고 있는 거야. 요즘엔 일부러 까맣게 하려고 썬탠도 하는데. 너는 까무잡잡하게 태어나서 얼마나 좋냐. 안 그래?”라고 설명한다.

이에 자두 엄마가 “얘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겉치장에 신경 쓸 시간 있으면 공부나 그렇게 악착같이 해”라고 말하자 자두는 “엄마는 아무것도 모르면서. 공부 잘해도 못 생기면 결혼도 못하는 세상이라고! 처음부터 예쁘게 낳아줬으면 됐잖아!”라고 발언한다. 

심의위원 4인(허미숙 소위원장, 강진숙·이소영·박상수 위원)은 법정제재 ‘주의’를, 황성욱 상임위원은 홀로 행정지도 ‘권고’를 주장했다. 

박상수 위원은 “외모 지상주의적 표현도 문제지만 짝짓기에서 악어에 잡아 먹힌 후 나온 내레이션이 진짜 문제다. 이런 표현은 어린이가 아니라 일반인 대상으로 할 경우에도 부적합하다”고 비판했다. 

강진숙 위원은 “10년 전 성인지 감수성 수준에서는 용인될 수 있는 방송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이 콘텐츠에 대한 개선 없이 2020년 방송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히 우려스러운 상황이다. 여성의 외모와 성 역할에 대한 다양성 가치를 무너뜨리는 방송”이라고 지적했다.

[기사 수정 : 26일 16시 3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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