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코로나19로 급변한 미디어 환경을 마주한 해외 공영방송의 위기가 2021년에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가 지난해 31일 공개한 ‘해외방송정보 1월호’를 종합하면 영국은 수신료 인상 협상에 돌입했고 일본은 수신료 인하 흐름을 겪고 있다.

지난해 영국은 코로나19 환자가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은 수준이었다. 이에 영국 방송가 신규 프로그램 제작이 중단되거나 취소됐고 지상파 방송 광고 매출도 급감했다. 전 세계적으로 SVoD(Subscription Video On Demand·월정액형주문형비디오) 시장이 성장한 것처럼 영국 역시 봉쇄령 기간 동안 약 1200만명이 SVOD서비스에 가입했다고 오프콤이 발표했다.

이러한 SVoD 시장 성장은 공영방송 주 시청층인 중장년층에게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2019년 영국 공영방송 중장년층 시청 실적은 하락했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에 따르면 2015년 93%였던 BBC의 55세 이상 장년층 시청자 방송 도달률은 2019년 89%로 4%P 감소했고 45~54세의 경우 동 기간 5%P, 34~44세의 경우 13%P 하락했다. 코로나19 이후 이런 실적 하락은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는 “65세 이상 시청자들이 BBC 서비스에 만족하지 않으면서도 다른 서비스 이용에 대한 진입 장벽으로 인해 BBC를 시청하고 있었다면, 향후에는 이미 15%에 달하는 65세 이상 SVoD 가입률이 보여주듯 고연령층의 SVoD 가입 및 BBC 시청 감소 경향이 더 강화될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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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별 BBC 방송도달률.  

한편 BBC는 영국 정부와 수신료 인상을 위한 협상을 개시했다. 영국 정부는 수신료 협상을 지원할 10명의 자문단을 구성했다. 이 협상은 2021년 가을까지 예정돼 있으며 2022년 4월부터 적용된다.

KBS공영미디어연구소는 BBC가 수신료 인상을 위해 설득할 명분을 분석하며 “BBC가 겪고 있는 예산 부족과 글로벌 SVoD 사업자들의 영국 미디어 시장 침공으로 인한 공영방송으로서 BBC의 시장 지위 약화”를 예상했다.

수신료 인상을 협상 중인 영국과 달리 일본은 수신료 인하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지난해 9월 취임한 스가 요시히데 총리는 휴대전화 요금 인하에 이어 수신료 인하를 요구했다. 특히 12월 다케다 총무대신은 코로나19로 인한 가계 부담을 이유로 수신료 인하를 주장했다.

실제로 NHK는 지난해 10월부터 수신료 월액 35~60엔(약 374~642원)을 인하하기 시작했다. NHK 수신료는 지상파와 위성을 함께 시청할 경우 월 2000엔(약 2만2000원)이 넘는다.

▲NHK 홈페이지.
▲NHK 홈페이지.

흥미로운 지점은 수신료 인하 주장을 하는 인사 가운데 공영방송의 교육 채널 매각을 주장하는 사람도 있다는 것이다.

일본의 다카하시 요이치 교수는 11월부터 NHK의 교육 채널을 매각해 수신료를 인하하자고 신문에 기고해왔는데 이런 주장이 찬반 논란으로 퍼졌다. 일본에서는 현재 이 방안에 “교육 채널을 매각하고 수신료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과 “공영방송 가운데 가장 공영방송스러운 것이 교육 채널인데 무슨 말이냐”라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

마에다 테루노부 NHK 회장은 지난해 12월3일 기자회견에서 “교육 채널은 NHK를 상징한다. 해당 자산을 매각해도 괜찮은지 이야기할 만한 사항이 전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반박했다.

참고자료 KBS공영미디어연구소 해외방송정보 1월호
‘英 오프콤, 2019/20년도 BBC 평가보고서 발간’
‘英 정부와 BBC, 수신료 협상 개시’
‘2020년 영국의 미디어 시장 결산 및 2021년 전망’
‘日 총무성, NHK에 수신료 조기 인하 요구’
‘포스트 코로나, 일본 미디어 생태계의 변화와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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