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승호 뉴스타파PD(전 MBC사장)가 “국정원이 탈북민 위장간첩 사건을 전수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상황에서 그 단초가 된 지난 24일 홍강철 씨에 대한 대법원 무죄판결 당시 법조기자단이 보였던 반응을 되새겨볼 필요가 있다”며 법조기자단을 비판하고 나섰다. 최PD는 2010년 MBC ‘PD수첩’ PD 당시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검사들의 민낯을 드러낸 바 있다. 

최승호 PD는 29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무죄판결 이후 홍강철 씨 변호인단은 기자회견을 하려고 했지만 뉴스타파와 민중의소리밖에 오지 않았다. 둘 다 법조기자단에 가입되지 않은 언론사”라고 전한 뒤 “알고 보니 법조기자단은 홍강철 씨 사건을 즉처(즉시 처리) 사건에서 제외했다. 법조기자단은 법원이 제공하는 중요사건처리목록 중 즉시 처리할 사건을 정한다. 즉처 사건 판결문은 기자단에 신속하게 제공된다고 하는데, 즉처 사건에서 제외된 사건은 2주일 동안 보도하지 못하는 엠바고가 적용돼 즉처에서 제외된 홍강철 사건 기자회견에는 법조기자단 소속 기자가 한 명도 오지 않은 것”이라 설명했다.

최PD는 이를 두고 “기자단은 국정원이 탈북민 간첩 전수조사를 결정하게 할 정도로 중요한 의미를 지닌 홍강철 씨 사건 대법 판결을 ‘2주일간 보도하지 말 것’을 소속 기자들에게 강제한 것”이라고 지적하며 “뉴스타파가 보도한 뒤에야 자동으로 엠바고가 풀려 연합뉴스가 기사를 썼고 몇몇 언론이 그 소식을 전했다”고 전했다. 

최승호PD는 “법조기자단은 대한민국에서 일어나는 중요 사건에 대한 자유로운 취재와 보도의 길목을 막고 서 있다”고 비판하며 “홍강철 씨 사건을 즉처 사건에서 제외한 것에서 보듯이 그들의 게이트키핑은 중대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만약 뉴스타파가 홍강철씨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고, 그래서 단 한 건의 기사도 나오지 않았다면 국정원은 탈북민 간첩사건 조사 TF를 만들지 않았을 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최PD는 “즉처 사건이 아닌 사건을 2주간 엠바고하는 규정은 그저 서로 물 먹지 말자는 카르텔에 불과하다. 그 카르텔은 소수의 언론사만 검찰이라는 거대 권력기구에서 나오는 정보를 향유하고 이용하자는 것”이라고 직격 비판한 뒤 “그 카르텔로 얼마나 많은 사건들이 언론의 조명을 받지 못하고 사라지는지 우리는 알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최근 3년 동안 법조기자단에 가입신청은 있었지만 허락된 언론사는 없었다고 한다. 그 폐쇄성과 특권의식이 시대착오적”이라고도 비판했다.

▲2010년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최승호PD의 모습.
▲2010년 MBC PD수첩 '검사와 스폰서' 편에서 최승호PD의 모습.

 

최승호 PD는 2010년 MBC ‘PD수첩’ PD 시절 ‘검사와 스폰서’ 사건 취재 당시를 언급하며 “검사들이 스폰서에게 향응과 성 접대를 받는다는 이야기를 모르는 법조 기자들은 거의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아마도 그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일이었기 때문에 기사거리가 아니었을 것이고 결국 기자단 소속이 아닌 PD수첩이 보도했고, 상식적인 국민은 그 보도로 검사들의 적나라한 행태를 봤고 분노했다”고 밝혔다. 이어 “PD수첩 보도에 이어 검찰 진상조사단이 조사를 했을 때 가까이에서 브리핑을 받고 조사과정을 들여다볼 수 있었을 기자단에서는 거의 기사가 나오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최PD는 “법조기자단은 검찰이나 법원이라는 큰 권력을 견제하는 데 유리하기 때문에 기자단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지만 그 명분은 한계가 큰 것 같다”고 했으며 “다음으로 드는 (기자단 존재) 명분이 ‘아무나 기자단에 가입하면 중요한 정보를 이용해 사익을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인데 뉴스타파의 가입 신청도 기자단이 거절한 것을 보면 그 명분도 아닌 것 같다”고 꼬집은 뒤 “그러면서도 기자단 기자들이 소속 언론사의 사주에 대한 수사를 무마했다는 등의 이야기는 파다한 것 아니냐”고 되물었다. 

최PD는 “정부도 문제가 많다. 정부가 나서서 기자단뿐 아니라 모든 언론인에게 정보를 제공하면 문제가 상당 부분 해결된다. 그런데 그러지 않고 있다”고 꼬집은 뒤 “정부와 기자단이 좋은 게 좋다고 끼고 도는 상황이 계속되면 결국 피해는 국민이 본다”며 관행의 전면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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