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에서 취재 보도에 대한 보복으로 살해 당한 언론인 수가 올해 두 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자신의 보도와 관련해 투옥된 언론인 수는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미국에 본부를 둔 언론인 권익보호 비영리단체 언론인보호위원회(CPJ)는 22일(현지시간) 발간한 특별 보고서를 통해 전 세계에서 언론인 31명이 취재 중 살해당했다고 밝혔다. 21건은 보복 살해로, 지난해 10건에 비해 2배 이상 증가했다.

멕시코와 아프가니스탄에서 각각 5명이 숨져 언론인에게 가장 위험한 국가로 꼽혔다. 살해 사건은 주로 범죄 조직에 의해 일어났다. 멕시코에선 4명의 보복 살해를 포함해 5명이 피살됐다. 언론인보호위는 “멕시코에서 취재하는 언론인들은 폭력적 마약 거래자들이 있는 뿌리 깊은 부패 환경에서 일하며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즈 오브라도르 대통령은 (이들이 범죄를 저지르고도 무사한) 면책에 맞대응할 정치적 의지를 보이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필리핀이 3건으로 그 뒤를 이었다.

가장 끔찍한 살인으로는 이란 정권이 2017년 반정부 시위 보도를 이유로 반체제 언론인 루홀라 잠에 대해 지난 12일 사형을 집행한 사건이 꼽혔다. 언론인보호위는 “잠의 죽음은 국가가 지원한 살인에 지나지 않는다”고 밝힌 뒤 “미국은 잠의 피살에 항의하며 목소리를 낸 반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2018년 자말 카쇼끄지 피살에 대해선 사우디아라비아 정부를 비판하지 못하는 등 언론자유 보호에 기회주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도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웹사이트 갈무리.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웹사이트 갈무리.

사이먼 언론인보호위 상임이사는 “전 세계에서 기자 살인이 증가하고 투옥 언론인 숫자가 기록적 수치에 도달한 사실은 정보가 핵심인 세계적 팬데믹 상황에서 언론 자유가 전례 없이 공격 받고 있다는 점을 명백하게 보여준다”며 “우리는 이 끔찍한 추세를 뒤집기 위해 뭉쳐야 한다”고 했다. 언론인보호위는 현재도 최소 15명의 언론인의 사망 동기를 조사 중이라고 밝혔다.

올해 세계에서 자신의 보도와 관련해 체포, 투옥된 기자의 수는 지난 1일 기준 274명으로 1990년대 초 단체가 기록을 시작한 이래 역대 최대치였다. 해당 분야는 5년 연속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

언론인보호위는 지난 15일 낸 특별보고서에서 이같이 밝힌 뒤 “정부가 시민 소요 사태와 코로나19 대유행에 대한 보도를 탄압하면서 수많은 언론인이 수감됐다”고 밝혔다. 중국과 터키,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가 언론인을 가장 많이 투옥한 국가로 꼽혔다.

사이먼 상무이사는 “세계적 유행병 와중에 수감된 기자들의 기록적 수치를 보는 것은 충격적이고 끔찍하다”며 “이 억압의 물결은 정보 흐름을 혼란시키고 인포데믹(정보전염병)에 기름을 붓는 일종의 검열이다. 코로나19가 감옥을 휩쓰는 상황에서 이는 언론인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는 일이기도 하다”고 했다.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웹사이트 갈무리.
▲언론인보호위원회(CPJ) 웹사이트 갈무리.

이 중 34명이 “가짜 뉴스(false news)”라는 이유로 투옥돼 지난해(31명)보다 증가했다. 언론인보호위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비판적 보도를 ‘가짜 뉴스’라고 부르는 등 임기 중 거친 레토릭을 지속해 독재자들이 자신의 나라에서 언론인을 탄압하는 데 연막을 제공했다”고 밝혔다. 사이먼 이사는 “기록적인 언론인 수감 수치는 트럼프 대통령이 언론 자유에 관해 남긴 유산”이라며 “바이든 정부는 이 숫자를 줄이기 위한 국제적 협동에 참여해야 한다”고 밝혔다.

언론인보호위는 “유행병 속에 권위주의 리더들이 언론인을 체포해 담론을 통제하고, 재판을 미루고 방문객을 제한하고, 감옥 내 건강 위험을 등한시해왔다”고 했다. 최소 2명의 언론인이 투옥 중 코로나19에 걸려 숨졌다. 언론인보호위는 코로나19와 관련된 언론자유 침해 사례를 200건 넘게 수집했다고 밝혔다.

올해 전투나 포격 속에 취재하다 숨진 언론인은 3명으로 나타났다. 보고서는 “미디어 주목이 코로나19 팬데믹에 쏠리고, 여행이 제한됨에 따라 전쟁 중 사망한 언론인 숫자가 2000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이들 모두 시리아에서 러시아가 실시한 것으로 추정되는 공습에 의해 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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