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13일 네이버를 정조준했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10월 검색 알고리즘을 조작해 자사 쇼핑 상품과 동영상 콘텐츠를 우선 노출한 네이버에 과징금 267억원을 부과했다.

MBC 스트레이트는 이를 ‘더 깊게’ 다루면서 이어진 보도로 네이버 인공지능의 보수편향 뉴스 편집 경향성을 분석했다. ‘포털 뉴스의 보수매체 편중 현상은 여론 형성에 악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는 문제의식이다. “뉴스 편집은 사람이 아니라 인공지능이 한다”는 네이버 입장과 “인공지능 알고리즘도 결국 사람이 만드는 것”이라는 MBC 보도가 충돌했다.

▲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13일 네이버를 정조준했다. 이지선 MBC 기자가 보도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 MBC 시사 프로그램 ‘스트레이트’가 지난 13일 네이버를 정조준했다. 이지선 MBC 기자가 보도했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MBC 스트레이트는 빅데이터 업체에 네이버 뉴스 조사를 의뢰했다. 네이버 뉴스홈에 어느 언론사 기사들이 많이 노출되는지 알아보기 위함이었다. 조사 기간은 지난달 30일부터 지난 6일까지. 조사 대상은 이용자들이 똑같은 기사를 보게 되는 PC버전을 대상으로 했다고 밝혔다.

먼저 뉴스홈 첫 페이지 최상단에 위치한 헤드라인 뉴스(뉴스홈에서 가장 먼저 보게 되는 위치로 6개 기사가 노출)들을 조사한 결과, 이곳에 가장 많이 노출된 언론사는 중앙일보(점유율 15.7%), 연합뉴스(15.1%), 조선일보(7.9%), 세계일보(5.8%), 한국경제(5.3%) 순이었다. 네이버에 기사를 제공하는 언론사는 75곳으로, 이들 5개 언론사가 전체 절반(49.7%)을 차지했다는 지적이다. 연합뉴스를 제외하면 보수언론으로 분류되는 매체들이다.

MBC는 뉴스 소비가 많은 오전 7시부터 오후 7시까지 시간대만 분석해, 연합뉴스(21.6%), 중앙일보(16.1%), 한국경제(9.0%) 순이었다는 결과를 내놨다. 언론사 세 곳 기사가 절반 가까운 점유율(46.7%)을 보였다. 또 다른 포털 사이트 다음도 소수 언론사 편중 현상이 심각했다. 다음의 뉴스홈 최상단 기준으로 세계일보(8.0%), 뉴시스(7.5%), 머니투데이(7.4%), 연합뉴스(7.4%), 중앙일보(6.9%) 순이었다.

▲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3일 네이버 뉴스 편집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3일 네이버 뉴스 편집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종합해 보면 뉴스홈 헤드라인 기사 노출을 기준으로 네이버는 보수언론이 52.2%, 뉴스통신 3사가 21.1%를 차지했다. 전체의 4분의 3이었다. MBC는 “중도 언론과 진보 언론, 전문지와 잡지, 지상파 방송사 등 나머지를 모두 합쳐도 전체의 25.6%에 불과했다”고 했다.

이지선 MBC 스트레이트 기자는 15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이번 보도 계기에 대해 “공정위가 네이버 알고리즘 조작을 적발했는데도 간단한 스트레이트 보도 외엔 구체적 내용을 다룬 기사가 없었다”며 “심각한 문제인데도 왜 언론이 깊게 다루지 못했는지 의문이 들어 취재를 시작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알고리즘 조작은 공정위가 적발한 쇼핑과 동영상 분야만은 아닐 거라는 의구심이 있었고, 특히 매번 논란이 됐던 영역은 네이버의 뉴스 편집이었다”고 했다. 실제 네이버는 2017년 뉴스 편집에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도입했고, 지난해에는 사람이 뉴스 편집에서 완전히 손을 떼기로 했다. 거듭되는 편향성 시비에서 비롯한 조처였다. 이 기자는 “정말 문제점들이 사라졌을까 싶어 빅데이터 업체와 함께 직접 조사에 나섰다. 그러나 여전히 편중 현상은 심각했다”고 설명했다.

MBC가 조사한 대상은 네이버 PC버전 뉴스다. 네이버 이용자 대다수가 PC가 아닌 모바일로 뉴스를 소비한다는 점에 비춰보면, 조사 결과가 현재 포털뉴스 소비·편집 상황을 100% 설명하는 것은 아니다.

이 기자는 “보도 준비 시간이 촉박했다. 모바일 뉴스와 PC 뉴스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조사 설계에 시간이 비교적 덜 소모되는 게 PC 부문이었다”며 “개인 맞춤형으로 서비스되는 뉴스를 제외하면, PC와 모바일에 공통으로 제공되는 뉴스 영역이 있고 우리는 그 부분을 살폈다. 추후 모바일 뉴스 쪽도 조사해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 기자는 “뉴스 편집에 어느 정도 편중이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특정 소수 언론사에 이 정도까지 편중돼 있는 줄은 몰랐다”며 “보수 매체로 분류되는 언론사와 비보수 매체사 사이 차이도 분명했지만 보수 매체 가운데서도 노출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설명했다. 조선·중앙일보와 비교하면 동아일보의 뉴스 노출은 상대적으로 적었다는 것.

▲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3일 네이버 뉴스 편집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 MBC 스트레이트는 지난 13일 네이버 뉴스 편집의 편향성을 문제 삼았다. 사진=MBC 스트레이트 화면 갈무리.

각 언론사마다 포털 노출을 위한 사내 정책이 다르고, 기사 수도 매체별로 천차만별이다. 특정 아이템·이슈가 떠오르면 대동소이한 기사를 실시간으로 쏟아내는 매체도 부지기수다. 이른바 ‘어뷰징’ 매체와 이를 하지 않는 매체 사이의 편차도 크다. 이 기자도 이런 특성을 인정하면서도 “포털도 그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했다. “뉴스 편집에 문제가 발생하면 끊임없이 알고리즘을 개선해 나가는 게 포털 책무다. 왜냐면 네이버 등 포털 사이트는 공공 영역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에 맡기고 있다는 말로 책임을 회피해선 안 된다.”

네이버는 “우리는 특정 언론사를 우대하는 알고리즘을 쓰지 않고 있”고 “개인화한 영역(개인 맞춤 서비스)에서의 뉴스 소비가 90%에 달한다”고 MBC에 해명했다. 즉, MBC 조사 결과는 실제 포털 뉴스 소비 일부만 보여주고 있다는 취지다. 이 기자는 “포털들의 개인 맞춤 서비스는 오히려 뉴스 편식 현상을 더 심화한다”며 “이용자 개인 입맛에만 맞는 뉴스 소비 현상이 더 강화하는 것은 사회적으로 바람직하지 않다”고 주장했다. 온라인 구독자들이 ‘읽고 싶은 뉴스’만 소비하다보면 확증 편향은 더 공고화한다는 지적이다.

이 기자는 “페이스북은 지난해부터 ‘우리는 또 하나의 언론’이라고 인정하고, 그에 걸맞은 정책을 세우고 있다. 고품격 저널리즘을 지지한다는 의미”라며 “가장 노출도가 높고 조회수가 많은 톱섹션 뉴스의 경우 전문 편집인들이 엄선한 기사로 채운다”고 말했다. 이어 “사람이 만드는 알고리즘이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문제가 있다면 책임 있는 자세로 끊임없이 개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면서 “적어도 언론은 자기 이름을 걸고 보도한다. 여론을 형성하는 뉴스 편집에 더 높은 책임감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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