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기자단이 출입처를 제대로 견제·감시하기보다 오히려 출입처 이해를 대변한다는 비판이 나오는 가운데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을 폐쇄했더니 홍보기사·스트레이트 기사가 줄고 비판기사·기획취재기사가 늘었다는 과거 연구 논문이 주목된다.  

김대중·노무현 정부 당시 기자실 폐쇄 등 기자단 문제가 큰 파장을 일으킨 후 기자단 폐해가 비판을 받아왔지만 기자단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조기선 광주CBS 기자가 지난 2003년 발표한 전남대 석사학위논문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이 행정홍보에 미치는 영향-전라남도 순천시 사례를 중심으로’를 보면 전남 순천시청 기자실을 폐쇄하자 순천시정 관련 보도 중 비판성 기사는 늘어난 반면 홍보성 기사는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수십년 전이지만 기자실 폐쇄 이후 보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사례는 흔치 않다. 

▲ 취재도구. 사진=pixabay
▲ 수첩과 노트북. 사진=pixabay

 

조 기자는 논문에서 지자체가 홍보를 위해 홍보관실·공보관실 산하에 기자실을 두지만 지자체 정식 직제에는 포함돼 있지 않고 설치 관련 규정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그 비용을 지자체가 부담하고 있다는 등의 문제의식에서 해당 연구를 시작했다. 

전남 순천시는 지난 2001년 9월 기자실을 폐쇄했다. 조 기자는 당시 영국계 다국적 기업 삼성테스코 관계자 3명이 2001년 8월 중순경 순천시내 한 한정식 집에서 순천시를 출입하는 주재기자 8명과 점심식사를 하고 200만∼300만원이 든 돈봉투를 전달했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은 돈을 다시 돌려줬다고 주장했고 테스코 쪽은 금품제공 사실을 부인했다. 당시 삼성테스코는 순천에 홈플러스 입점을 추진했는데 지역상인들과 시민단체가 반대하는 중이었다. 

[관련기사 : "삼성태스코 기자에 금품" 보도 파문확산]

이러한 보도 이후 순천지역 주재기자들은 비판국면을 타개하려 기자실 폐쇄 카드를 꺼내들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김대중 정부 후반기 언론개혁과 공직사회 개혁운동의 일환으로 계도지 폐지와 기자실 폐쇄 등 시대적 요구도 있었다. 

이후 조 기자는 기자실 폐쇄에 대한 연구를 진행했다. 전남도청 공무원 107명을 설문조사한 결과를 논문에 실었다. 

‘기자실 운영이 도정홍보 기사를 늘리는데 영향을 미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 41.1%가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고 ‘그렇지 않다’는 응답은 26.1%에 불과했다. 이들에게 기자실 폐쇄 여부를 묻자 52.3%가 ‘개선해야 한다’, 42.1%가 ‘폐쇄해야 한다’로 응답자 대다수가 현행 체제를 비판적으로 본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도청 공무원들에게 개선방향을 물었더니 50.9%가 ‘공개 브리핑 룸으로 전환’, 24.6%가 ‘기자와 시민단체 공동사용’, 14%는 ‘모든 시민에게 완전 개방’을 요구했다. 기자단의 폐쇄적 운영을 문제 삼은 것이다. 

또한 조 기자는 순천시 기자실을 폐쇄한 2001년 9월 한달을 제외하고 이전 3개월과 폐쇄 후 3개월, 총 6개월간 광주전남지역에서 발행하는 8개 지방신문을 대상으로 순천시 관련 기사를 분석했다. 

▲ 기자실 폐쇄 전후 기사 성격별 기사 건수. 자료='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이 행정홍보에 미치는 영향'
▲ 기자실 폐쇄 전후 기사 성격별 기사 건수. 자료='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이 행정홍보에 미치는 영향'

 

기자실 폐쇄 전 전체 기사 233건 중 부정적 기사는 19.3%인 45건이었지만 폐쇄 후 부정적 기사는 전체 246건 중 73건(29.7%)으로 늘었다. 반면 긍정적인 기사는 폐쇄 전 45건(19.3%)를 차지했으나 폐쇄 후 16건(6.5%)에 그쳤다. 

조 기자는 “기자실 폐쇄를 전후해 부정적인 기사의 증가와 긍정적인 기사의 감소가 교차하고 있어 기자실 폐쇄에 따른 효과가 나타남을 보여주고 있다”며 “순천시 입장에서는 기자실이 폐쇄된 것이 순천시가 행정홍보를 하는데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고 했다. 

이는 기자실을 폐쇄하면서 순천시가 제공한 보도자료, 즉 ‘관급기사’의 비율이 감소한 점도 기자실 효과가 나타난 것으로 조 기자는 분석했다. 순천시는 보도자료를 기자실 폐쇄 전 176건, 폐쇄 후 175건을 각각 배포했다. 

그는 “기자실 폐쇄 이전에는 출입기자들이 상대적으로 관급기사를 많이 생산(83.3%)했지만 기자실 폐쇄 이후에는 관급기사를 생산하는 비율(67.5%)이 감소했다”며 “순천시 입장에서 볼 때 관급기사의 게재비율이 높을수록 행정홍보가 잘 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했다. 

보도자료가 줄어들면서 스트레이트 기사가 줄고 기획취재 기사가 늘었다. 폐쇄 전에는 스트레이트 기사가 전체 233건 중 170건으로 73%를 차지했지만 폐쇄 후 전체 기사수 246건 중 스트레이트 기사는 169건(68.7%)으로 줄었다. 하지만 기획취재 기사는 폐쇄 전 42건(18%)에서 폐쇄 후 74건(30.1%)으로 2배 가량 증가했다. 특히 홍보성 기사 범주에 속하는 인사·동정 기사는 폐쇄 전 12건에서 폐쇄 후 1건으로 크게 줄었다. 

▲ 기자실 폐쇄 전후 기사 종류별 기사 건수. 자료='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이 행정홍보에 미치는 영향'
▲ 기자실 폐쇄 전후 기사 종류별 기사 건수. 자료='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이 행정홍보에 미치는 영향'

 

조 기자는 “순천시가 기자실을 폐쇄한 후 기자들이 독자 취재한 기획기사를 많이 쓴 것으로 분석되는 반면 순천시청이 제공한 보도자료에 근거한 스트레이트 기사는 줄어든 것으로 풀이된다”며 “기획취재 기사 대부분이 홍보성 기사보다는 비판성 기사임을 감안할 때 기자실 폐쇄 이후 기획취재 기사의 증가는 순천시 행정홍보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볼 수 있다”고 해석했다. 

조 기자는 “기자실 폐쇄로 기자들이 감정적 대응을 한 것”도 감안해야 한다면서 공무원들도 “‘기자실 효과’를 인정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공무원들은 기자실 운영이 비판기사를 줄이는 데는 큰 도움이 되지 않지만 홍보기사를 늘리는 데 도움이 된다고 보는 입장이었다. 

이에 그는 “기자실 폐쇄 요구에도 기자실을 운영하는 게 지자체 행정홍보에 도움이 된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며 “하지만 현재 배타적이고 폐쇄적인 기자실 운영형태에 대한 개선의 목소리가 높은 만큼 기자실 운영방식의 개선이라는 전제 아래 기자실 존치가 바람직하다”고 했다. 지자체 입장에서 기자실 존치가 유리하다는 분석이다. 
 
조 기자는 기자실 개방을 주장했다. 그는 “기자실을 개방해 브리핑룸 형태로 운영하고 기자실 운영비를 언론사가 부담하는 방향으로 기자실 개선이 이뤄져야 한다”며 “장기적으로는 언론사가 기자실이 없어도 취재보도하는데 어려움을 느끼지 않도록 취재보도 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해당 연구를 진행한 조 기자는 현재 광주CBS 보도제작국장을 맡고 있다. 조 국장은 17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당시 기자실 폐쇄 논란이 뜨거워 연구를 해보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조 국장은 “벌써 20여년이 지나 현실적응성이 떨어질 수 있다”면서도 “그럼에도 행정홍보에 유리하다고 판단해 비용을 들여 기자실을 운영한다”고 말했다. 

기자실 폐쇄 사건이 2000년대 초반에 존재했고 최근에는 보기 드문 현상이라 당시 사례와 연구를 통해 기자실의 단면을 파악할 수 있고, 결국 다시 부활한 기자실의 공간 임대료 등을 지자체에서 감당하고 있어 근본적인 현실은 20여년 전과 크게 다르지 않다. 대다수 지자체에선 언론사에서 기자 1인당 1만~3만원 수준의 비용을 내는데 이는 기자실 비품·간식 등으로 사용할 뿐이다. 

당시 조 국장은 순천시청 출입기자들이 삼성테스코 관계자에게 돈봉투를 받았다고 보도한 직후 출입기자들은 조 국장을 검찰에 고소하고 광주CBS 기사를 언론중재위원회에 제소했다. 

광주CBS 소속이던 조 국장은 전남CBS를 개국을 위해 전남동부로 가서 일을 하던 중이었다. 조 국장은 “보도 이후 (나는) 순천시청 기자실에서 쫓겨났다”며 “기사에 문제가 없어서 결국엔 언론중재위 제소나 고소는 자진취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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