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여당 의석을 고려하면 언론 보도 징벌적 손해배상 도입이 담긴 법무부 상법 개정안은 통과될 가능성이 높다. 원안대로 법안이 통과되면 정말 언론은 나아질까. 언론 보도 피해자들의 피해구제는 가능할까. 14일 언론인권센터가 주최한 언론인권포럼에서 언론과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둘러싼 다양한 의견이 쏟아졌다. 

언론인권센터 언론피해구조본부장인 김준현 변호사는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은 필요하다. 잘못된 언론 보도에 따른 인격권 피해는 인생을 좌지우지할 만큼 크다”며 “지금처럼 500만원~1000만원 수준의 위자료는 안 된다. 피해구제가 현실화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변호사는 “신문협회 등에서 언론의 자유를 본질적으로 침해하는 법이라고 했는데 법의 취지는 언론의 자유는 보장하되 언론의 책임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그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상법이 아닌 언론중재법에서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 보도는 상행위가 아니다. 언론사의 상행위와 언론 보도행위를 구분해야 한다. 언론 보도는 민주적 여론형성과 권력 견제라는 공적 목적이 있다”고 지적하며 “비영리 법인의 보도를 상행위로 볼 수 없고, KBS 보도 또한 상행위로 볼 수 없어 상법으로는 통일적으로 규율할 수 없다”고 했다. 

또한 언론 보도는 일반 기업의 상행위와 달리, 설령 피해가 발생했더라도 공익성이 있거나 진실이라 믿을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면 책임을 면해주는 위법성 조각사유가 있어서 이를 고려해 징벌적 손배 요건에 해당하는 고의·중과실에 더해 악의성 등 추가적 법리 구성요건을 갖춰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서 다룰 경우 언론사로 등록하지 않았지만 언론 보도 기능을 하는 유사 언론 매체들이 징벌적 손해배상 대상에서 벗어나게 된다. 

이를 두고 김 변호사는 “언론중재법에 ‘언론사가 아니라더라도 사실적 주장을 통해 언론 보도 기능을 수행하는 자’라고 정의를 도입하고, 이들의 언론 보도 유사기능과정의 불법행위를 언론중재법에서 같이 규율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공백’을 메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게티이미지.
▲게티이미지.

이와 함께 논의해야 할 것이 언론 보도 피해에 따른 손해액 산정범위, 위자료 그 자체다. 김 변호사는 “3배, 5배, 징벌적 손배제로 배수액만 높여봤자 위자료 기준액이 낮으면 피해구제 실효성이 없다”며 “해당 언론사의 전년도 매출액의 몇 퍼센트와 같은 식으로 위자료 기준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 변호사는 “언론에 따른 정신적 고통에 대한 현실적 위자료 산정이 이뤄지면 징벌적 손해배상과 비슷한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했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전문위원은 언론 피해에 따른 위자료 현실화에 동의하고, 언론중재법에서의 논의해야 한다는 주장에도 동의한다고 밝힌 뒤 “오늘날 언론을 신뢰할 수 없다는 정서를 무시할 수 없다”면서 “시민들이 왜 징벌적 손배 도입을 지지하는지 (언론계가) 이해하고, 그 열망을 어떠한 방향으로 틀었을 때 언론이 조금이라도 신뢰를 얻고 시민들이 받을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을지를 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동원 전문위원은 그러면서 “상법 개정안은 언론의 떨어진 신뢰도를 높일 수 있는 법안이 아니다. 개정 목적이 언론개혁이었다면, (언론개혁이) 엉뚱한 방향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원 전문위원은 “언론개혁으로서 징벌적 손배 논의는 처벌과 부정의 언어인 ‘징벌’을 전제로 하고 있다”며 “(일련의 논의가) 언론개혁이 언론에 대한 처벌과 징계로만 이뤄질 수 있다는 식으로 비춰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동원 전문위원은 또한 “상법 개정안을 낸 법무부의 추미애 장관은 공인이다. 반박할 창구가 부족하다고 보지 않는다. 공인들까지 징벌적 손배 청구를 할 수 있게 하면 문제가 있다”며 “공인에 대해서는 징벌적 손배를 청구할 수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김준현 변호사는 “언론 보도 피해자 가운데 공인도 있을 수 있다. 공인이 제도를 활용할 수 있다고 언론 자유 위축으로 볼 수 없다”며 동의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날 토론자로 나선 문소영 서울신문 논설실장은 “여당에서는 이런 법안을 내면 본인들에게 비호의적인 언론에 대해 규제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허위정보를 내놓는 건 현 정부 지지자들도 만만치 않다”고 밝히며 개정안에 대한 명확한 반대 입장을 냈다. 문소영 논설실장은 “최근 금태섭 전 의원과 관련해 악의적인 허위정보로 금 전 의원을 공격한 일이 있다”며 “어느 진영은 정상적으로 언론환경을 만들고 있고, 어느 보수세력은 비정상적인 언론환경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문소영 논설실장은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언론은 고위 관료의 부정부패 보도에 상당한 제약을 받을 것”이라고 했으며 “언론인들은 언론중재위원회에 오라고 하는 것만으로도 스트레스를 받는다”며 과도한 입법에 따른 언론계 전반의 위축을 우려했다. 이어 “진보 정부가 들어설 때마다 오히려 언론규제를 더 심하게 한다”며 “상법 개정안은 문제적 악법이 될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박철우 법무부 대변인은 상법 개정안과 관련해 “현재 법제처 심사 중으로 향후 국회에 제출되면 국회에서의 법개정논의 과정을 거칠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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