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사 사찰 의혹 문건’ 원본을 사진으로 그대로 보도했다가 대검찰청 기자단에서 ‘출입정지 1년’ 중징계를 받았던 오마이뉴스에 대한 대법원 기자단 판단에 관심이 쏠린다. 대법원 기자단 측은 1일 미디어오늘에 투표 일정은 미정이나 다음주에 진행될 것이라고 밝혔다.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6일 오후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제목으로 윤석열 검찰총장 측이 공개한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전문 보도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이 문건은 윤 총장 측이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내린 검찰총장 직무집행정지 명령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며 행정법원에 제출한 것이다. 윤 총장의 소송대리인인 이완규 변호사는 9페이지의 ‘주요·공안사건 재판부 분석’ 문건을 익명 처리해 대검 출입 기자단에 공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건은 성상욱 의정부지검 고양지청 형사2부장검사가 지난 2월 당시 대검 수사정보정책관실 소속으로 작성한 것으로 판사들의 출신과 특이사항, 세평, 주요 판결 등 정보가 담겼다.

윤 총장은 “공판 업무와 관련 대검의 지도·지원 업무에 필요한 참고자료를 작성한 것”이라는 입장이지만 보도 후 판사 사찰 의혹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치열하다.

오마이뉴스 보도가 기자단에서 문제가 됐던 이유는 ‘엠바고 파기’다. 문건을 활용한 기사 작성과 문건 그래픽화를 통한 전문 공개 등은 가능하지만 문건을 사진으로 찍어 원본 그대로 노출하는 것은 양해해달라는 조건으로 기자단에 공유된 문건인데도 오마이뉴스가 이를 위반했다는 논리다.

오마이뉴스 법조팀장도 사과의 뜻을 밝히고 징계를 따르겠다고 밝힌 만큼 오마이뉴스가 ‘취재원과의 약속을 어겼다’는 점은 기자단 내에 이견이 없는 듯하다.

이를 이유로 일부에선 오마이뉴스가 지난 2018년 2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국정농단 항소심 판결문을 공개했다가 ‘출입정지 1년’을 받은 사례와는 다른 케이스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판결문 전문 공개는 국가기관이 독점하고 있는 정보를 세상 밖으로 꺼냈다는 공익성이 큰 반면, 이번 사안은 그래픽화를 통해서 충분히 전문 공개가 가능했다는 점, 무엇보다 취재원과의 약속 위반이라는 점에서 오마이뉴스를 지지하기 어렵다는 의견이다.

물론 ‘징계 수위 적절성’에 관해선 지난달 27일 대검 기자단 투표에서도 5표 차이로 ‘출입정지 1년’에 의견이 모였다는 점에서 기자단 내부 판단도 엇갈리고 있다.

▲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6일 오후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갈무리.
▲ 오마이뉴스는 지난달 26일 오후 “[전문] ‘존재감 없음’… ‘검찰 대응 수월’… ‘판사 불법사찰’ 문건 공개”라는 제목으로 이른바 판사 사찰 의혹 문건 전문을 공개했다. 사진=오마이뉴스 보도 갈무리.

또 JTBC가 26일 오후 같은 내용의 문건 원본을 공개했음에도, 이 문건 출처가 ‘법무부가 국회에 공개한 문건’이라 오마이뉴스와 달리 징계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도 중징계 명분을 약화하는 요인이다. 법무부는 이 변호사가 기자단에 ‘판사 사찰 의혹 문건’을 공개한 직후 국회에 같은 문건을 공개했다.

윤 총장 측과 기자단의 문건 공개 조건 자체에 대한 의문도 제기됐다. 노종면 YTN 기자는 페이스북에 “(문건 원본 비공개) 약속을 지키느냐 마냐의 문제 이전에 이런 약속이 가능한 현실은 잘 이해가 안 된다”며 “내용은 되는데 사진은 안 된다? 윤 총장 측에서 그리 요구한 의도를 따질 필요가 있는 만큼 최소한 사진 없이 보도할 때 왜 문건 공개 기사에 사진이 없는지 설명을 담는 게 합리적”이라고 썼다. 미디어오늘은 이완규 변호사에게 문건 공개에 조건을 단 이유 등을 묻고자 연락했으나 그는 취재에 응하지 않았다.

오마이뉴스 중징계 소식 후 법조 기자단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크다. 서기호 변호사는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윤 총장 측은 기자단이 문건 원본 비공개 조건을 위반할 리 없다고 방심했다가 오마이뉴스에 딱 걸린 것”이라며 “기자들을 통해서 (문건 관련) 기사를 쓰게 하면 기자단의 90% 이상이 윤 총장 편이기 때문에 (문건을) ‘마사지’해서 윤 총장 측에 유리한 내용을 중심으로 기사를 쓸 거라는 걸 기대했던 것”이라고 주장했다. “오마이뉴스 기자단이 용기와 희생을 각오하고 국민들에게 직접 (문건을) 공개해 그 꼼수가 만천하에 드러났다”는 주장이다.

법조 기자단에 대한 이 같은 분노와 증오는 여론으로도 확인된다. 지난달 26일 청와대 국민청원에 게시된 “검찰기자단 해체” 요구 청원은 이번 오마이뉴스 징계 사안을 거치며 지난달 30일 20만을 돌파했다. 2일 오후 현재 이 청원은 23만7325명의 동의를 받았다. 청원인은 “검찰이 출입 기자에게 당신에게만 준다며, 피의사실을 슬쩍 흘리고, 기자들은 그것을‘단독’이라며 보도한다”면서 검찰기자단이 “무소불위의 검찰과 그에 기생하며 특권을 누리고 있다”고 주장했다. 기자단에 대한 합리적 비판과 맹목적 비난이 뒤섞여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대법원 기자단의 최종판단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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