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언론 톺아보기] 언론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유럽언론 톺아보기] 언론은 누구의 것이어야 하는가

2015년 미디어 경제학자 줄리아 카제의 ‘미디어 구하기’가 출판됐을 때 한동안 언론의 대안적 경제 구조에 대한 논의가 뜨거웠다.

광고에 기대는 비즈니스 모델은 클릭을 유도하는 기사에 가치를 둘 수밖에 없고 사기업이 소유한 언론은 사적 이익 추구로부터 자유롭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정작 시민이 알아야 하는 정보 전달에 소홀해질 수밖에 없다. 하여 그는 독자의 신뢰와 언론 독립성 회복을 위해 광고가 아닌 독자 구독과 후원에 기댈 것과 미디어 거버넌스에 다수 시민이 참여하는 모델을 제안했다.

최근 프랑스에서는 카제가 제안한 모델과 유사한 시도가 하나둘 등장하고 있다. 르몽드의 ‘엉 부 뒤 몽드(Un bout du Monde)’와 메디아파르트의 ‘자유 언론을 위한 기금(Fond pour la Presse Libre)’이 그것이다. 이들의 운영 방식은 상이하지만 그럼에도 그 원칙은 동일하다. 언론이 소수 거대 자본가가 아닌 시민 품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2020년 7월에 등장한 ‘엉 부 뒤 몽드’는 카제가 그의 책에서 제안한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를 실험하는 모델이다. 비영리 미디어 주식회사는 주식회사 장점을 통해 자본을 원활히 투자받되 비영리적 목적을 강화한 시스템이다.

▲ 엉 부 뒤 몽드(Un bout du Monde) 홈페이지(https://www.unboutdumonde.org/) 갈무리.
▲ 엉 부 뒤 몽드(Un bout du Monde) 홈페이지(https://www.unboutdumonde.org/) 갈무리.

르몽드는 사실 오랫동안 기자들이 주주인 독립 언론이었지만 2008년 경영난으로 인해 매각되면서 소수 대주주가 지분을 나눠 가지는 구조로 변화했다. 최근 새로운 모델을 실험하게 된 계기는 2019년 9월 발생한 한 사건 때문이다.

당시 르몽드 대주주 중 한 사람인 마튜 피가스가 르몽드 구성원들에게 알리지 않고 체코의 에너지 분야 사업가에게 자기 지분의 49%를 매각한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이 사건으로 많은 독자와 언론인들이 혼란에 빠졌지만 다행히 편집권 독립과 르몽드의 안정적 재정 시스템 구축 필요성에 대한 인식이 확대되는 계기로 작용했다.

‘엉 부 뒤 몽드’는 바로 이런 르몽드 소유 구조를 변화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탄생한 비영리 협회로 수많은 독자와 언론인들이 매체 운영 자금 조달에 참여하는 주주가 될 것을 권장한다. 각 주주는 동일한 투표권을 갖게 되며 가장 활동적 회원은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소수 주주들이 편집권에 개입할 수 없게 하고, 집단적이고 투명한 의사 결정을 통해 독자 신뢰를 더욱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자유 언론을 위한 기금’은 지난 9월 정보의 자유와 언론의 다원주의 및 언론의 독립 수호를 목적으로 설립된 비영리 기금이다. 디지털 혁명으로 인해 수많은 정보 채널이 등장하면서 언론의 재정적 위기는 심각해지고, 언론의 소유권 집중으로 인해 편집권 독립을 보장받지 못하는 상황에서 사익으로부터 자유로운 독립 언론의 발전에 기여하고자 등장했다.

가디언의 ‘스콧 트러스트 기금’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메디아파르트 창립자들은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갔다. 매체 자본을 이 기금에 넘긴 것이다. 광고 수익이나 정부 지원금 없이 오직 독자 지원에 의해서만 의존하는 비즈니스 모델과 탐사 저널리즘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메디아파르트는 2020년 들어 구독자가 20만 명까지 늘어났다. 이에 따라 수익 규모도 커졌지만 비영리 기금에 ‘곳간 열쇠’를 넘기는 선택을 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사적 혹은 특정 이익으로부터 자본을 보호하고 완전한 독립성을 획득하겠다는 것이다.

▲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홈페이지(https://www.theguardian.com/international) 갈무리.
▲ 영국 가디언(The Guardian) 홈페이지(https://www.theguardian.com/international) 갈무리.

아울러 메디아파르트는 이 기금을 통해 ‘메디아시떼’, ‘막스악튀’, ‘르 풀프’ 등을 비롯, 소규모  독립 탐사저널리즘 매체들과 협업하고 이들을 지원하고 있다. 이런 방식으로 독립 언론 영토를 확장해나가고자 하는 것이다.

시민이 구독·후원하고 운영에 참여하는 언론. 오랫동안 비현실적으로만 느껴져 왔던 아이디어가 곳곳에서 시도되고 있다. 물론 성공 여부는 미지수다.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언론이 자본주의적 논리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것을 독자에게 인식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건강한 민주주의는 언론이 이윤 추구가 아닌 공공 이익을 위해 복무할 때 비로소 가능하고 이를 위해선 시민 독자에 기대는 언론 모델이 마련돼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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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 2020-12-06 15:33:25
나는 언론의 기본은 알리는 것이고, 시대 상황과 나라에 따라 소유의 의미는 다를 수 있다고 본다. 법 또한 나라의 역사/기록/시대 상황이 다 다르게 녹아있다. 하나의 기본적인 틀로 바라보는 것은 좋지만, 억지로 묶는 것은 여러 나라의 상황을 무시할 수 있다. 헌법과 역사/기록/시대 상황 그리고 나라의 고유한 특성을 알고 반영해야 한다. 국제기구를 통해 권고하는 것은 좋지만 강제할 수는 없다고 본다. 역사는 반복된다. 이 상황에서 해당 국가의 국민이 직접 나서서 문제를 알고 푸는 방법이 가장 좋지 않을까(국제적인 기구의 권고/자료/역사를 참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