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출신 이연주 변호사가 “(법조)기자들이 검사들과 친분 자기장에 걸려 시각이 오염된다”며 ‘검언유착’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 변호사는 최근 출간한 저서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검찰 부패를 국민에게 고발하다’에서 10여년 전 검찰의 기자 관리 관행부터 이번 정권에서 보인 검언유착 사례를 들어 검찰과 언론을 비판했다. 

검찰총장의 ‘돈봉투 이벤트’ 사건

이 변호사는 “2009년 김준규 검찰총장은 번호표를 뽑아 당첨된 기자들에게 돈 봉투를 건네는 ‘촌지 뽑기 이벤트’를 하기도 했다”고 지적했다. 

당시 언론보도를 보면 2009년 11월3일 서울 중구 장충동에서 임명 100일이 채 안 된 김준규 총장은 대검찰청 간부들, 출입기자 24명과 술자리를 가졌다. 같은 번호 두 개가 적힌 종이를 한 장씩 기자들에게 돌렸고 나머지는 통에 담았다. 김 총장과 대검 간부들이 종이를 한 장씩 뽑았고 당첨된 기자들은 50만원 상당이 든 봉투를 받았다. 2차 술자리에서도 추가 추첨 이벤트가 벌어졌다. 

이 사실이 알려지면서 정치권에서는 김 총장 사퇴 등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하지만 대검 대변인은 “추첨 이벤트는 했지만 촌지는 아니다”라며 “공개적인 자리에서 추첨해 주는 촌지가 어딨느냐. 총장이 분위기 띄우려고 순간적으로 한 행동”이라고 해명했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기. 사진=민중의소리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 검찰기. 사진=민중의소리

 

이런 소동에도 임기를 유지하다 막판에 사퇴한 김준규 총장에 대한 한 언론의 평가를 책에 인용했다. 김 총장은 2011년 7월 김 총장은 임기 만료 40여일을 남기고 검경 수사권 조정을 담은 형사소송법 개정에 항의하면서 사퇴의사를 밝혔다. 검경합의안이 국회 의결과정에서 변경된 것에 대한 항의 차원이었는데 이 변호사는 “사퇴라는 건 포장일 뿐 실은 조폭 패거리처럼 ‘나와바리’를 지키지 못한 우두머리를 부하들이 쫓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러한 김 총장에 대해 한 언론에서 “김 총장은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실감과 책임감을 느꼈을 것”이라며 “임기를 불과 40여일 남긴 채 세계 각국의 검찰총장을 서울로 초청한 자리에서 ‘직’을 내놓아야 했던 김준규 총장의 고뇌와 충심을 후배 검사들은 가슴 깊이 새겨야 할 것”이라고 했다. 이는 같은해 7월4일 아시아투데이 법조기자의 기사 내용이다. 

이 변호사는 해당 보도를 두고 “검찰 내부 소식지라 해도 손색이 없다”며 “이런 기사들이 왜 나오게 된 걸까, 기자들이 검사들과 친분 자기장에 걸려 시각이 오염되기 때문”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이 변호사는 검찰이 피의사실공표 등 기사소재로 기자들을 관리하고 친분을 쌓는 것을 언급하며 “수사상황을 실시간으로 기자에게 제보하고 사모임을 만들고 고충을 토로해 인간관계가 돈독해지면 ‘검언유착’이 아니라 ‘검언우정’이 되는 것”이라고 했다. 

검찰발 기사를 증거로 내민 검찰

이 변호사는 “검사들의 언론 활용을 둘러싼 대단히 한심한 사례”로 정경심 동양대 교수 재판을 지적했다. 

지난 1월31일 정 교수 2차 공판기일에서 검사가 언론보도를 증거로 신청했다. 검찰 측은 “당시 2만7000여 건의 언론 보도를 통해 피고인의 혐의들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며 “이러한 보도를 통해 국민들이 다 알게된 것은 사실”이라고 했다. 

이에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부는 “2만7000여건의 기사 하나하나가 피고인과 직접 관련이 있다고 보기 어렵다”며 “검찰이 의도한 바는 이해한다. 그렇다면 포털 사이트에서 2만7000여건이 검색되는 화면을 캡쳐해 제출하면 증거 채택을 고민해보겠다”고 증거채택을 거부했다. 

이 변호사는 “지난해 8월27일 서울대, 고려대, 부산대, 정 교수가 투자한 사모펀드 운용사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했는데 검사들이 강제수사의 방법으로 확보하지 못한 증거를 언론이 가지고 있을 리가 없지 않은가”라며 “같은해 9월 청문회 무렵 보도의 대부분은 검찰발일 수밖에 없다. 돌려막기도 이런 돌려막기가 없다”고 지적했다. 

▲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지음/ 포르체 펴냄
▲ 내가 검찰을 떠난 이유/ 이연주 지음/ 포르체 펴냄

 

조선일보의 일관성없는 검찰 보도

이 변호사는 조선일보가 진영논리에 따라 관점을 바꾸는 보도행태도 지적했다. 

지난 2017년 11월6일, 국가정보원 댓글 수사방해 혐의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앞둔 변창훈 전 서울고검 검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2년 후인 지난해 12월1일 청와대 민정비서관실 행정관으로 근무하던 검찰수사관 A씨가 검찰 수사를 앞두고 스스로 세상을 떠났다. 조선일보는 전자에 대해 윤석열 등 검찰을 비난했지만 후자에 대해선 검찰이 아닌 청와대를 문제 삼았다. 

변 검사는 박근혜 정부인 2013년 4월 국정원에 파견돼 약 2년간 법률보좌관으로 일했는데 국정원은 2012년 대선때 불거진 국정원 댓글 의혹 사건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었다. 변 검사는 국정원 내 TF에 참여해 ‘7인회’라는 조직을 꾸려 이를 은폐했다는 의혹을 받는다. 탄핵과 정권교체 이후 꾸려진 서울중앙지검 국정원 수사팀에서 변 검사의 혐의를 포착했다. 

조선일보 입장에서 2017년 당시 검찰, 특히 윤석열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이 이끄는 수사팀은 전 정권을 ‘탈탈 터는’ 정적이었다. 조선일보는 변 검사 사망 다음날인 11월7일 사설에서 “권력의 충견이 된 검찰은 겉으로는 법치 수호자의 옷을 입고 칼을 휘두르지만 그 본모습은 결국 다 드러난다”며 검찰을 비난했다.   

조선일보는 이날 보도에서 “이 사건 검찰 수사팀은 2013년 댓글 수사에 참여했던 윤 지검장과 휘하 검사들이 주도하고 있다”며 “이들은 당시 인사에 불이익을 입다 현 정권 들어 서울중앙지검 요직으로 들어와 과거 자신들과 연관됐던 일을 파헤치는 수사를 한 것”이라고 보도했다. 사적인 보복에 기반한 수사라는 주장이다.

하지만 윤 지검장은 검찰총장이 되고 ‘조국사태’를 지나면서 반정권 인사로 분류됐다. 윤 총장이 이끄는 검찰에 대한 조선일보의 시선도 달라졌다. 지난해 12월1일 청와대에서 근무하다 서울동부지검으로 복귀한 수사관 A씨가 세상을 떠났다. A씨는 울산시장 하명수사와 선거개입 사건의 참고인이었다. 

지난해 12월 A씨가 사망하자 조선일보는 2일자 사설 “靑 ‘백원우 별동대원’ 극단적 선택, 왜 그랬겠는가”에서 백원우 전 청와대 민정비서관과 함께 일했던 A씨의 사망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거짓해명과 연관 지었다. 

‘울산시장 하명수사’란 2018년 지방선거 때 문재인 대통령의 친구인 송철호 후보의 울산시장 당선을 위해 청와대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의 경찰수사를 지시하고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했다는 의혹사건이다. 야당에서는 이를 근거로 청와대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노영민 실장은 검경 갈등을 빚게 된 고래고기 환부 사건을 조사하러 울산에 갔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조선일보는 “민정비서관이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다는 의심을 받게 되자 (노 실장이) 둘러댔다”고 주장하며 “노 실장 설명이 사실이라면 A씨(행정관)이 극단적 선택을 할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A씨가 노 실장 말을 거짓이라고 할 수도 없고, 사실이라고 할 수도 없었다는 취지다. 조선일보는 “청와대의 거짓 강변이 그를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넣은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조선일보 보도에 대해 “추측성 보도”라고 지적하며 다른 사망 가능성에 대해 서술했다.  

이 변호사는 “검찰 내부의 풍문은 조선일보와 전혀 달랐다”며 “A씨가 어느 건설업자로부터 골프접대 및 금품을 받았다는 첩보가 있었고 이를 통해 검찰이 A씨를 압박했다”고 전했다. 검찰이 A씨에게 ‘그 건은 눈감아줄테니 청와대 하명수사 건은 검찰의 그림대로 진술해달라’고 요구했다는 주장이다. 결국 검찰의 무리한 수사가 A씨에게 압박이 됐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이 변호사는 변 검사 사망 당시 조선일보 보도와 비교하며 “그때그때 다른 입장을 취하는 것이야말로 조선일보의 매력”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이렇듯 검찰과 언론의 수사기법과 보도 방식은 그 궤를 같이 한다”며 “진실이 아니라 자신들이 원하는 방향을 설정해놓고 사건을 몰고 가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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