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NS와 포털 사이트를 중심으로 문재인 정부가 경찰 폭력을 합법화하는 법안을 추진한다는 게시글이 퍼지고 있다. 

지난 20일 네이버 블로그에 올라온 한 게시물은 ‘경찰의 물리적폭행 정당화 추진 법률안’이 있다고 언급하며 “부정선거 시위를 의식한듯 경찰이 국민들에게 물리적 폭행을 하는 것에 대한 권한을 부여하려는 법안을 다급하게 추진하려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 블로그는 “경찰이 중국 공안처럼 국민을 패고 진압하게 하는 악법” “이제는 즉 패서라도 말을 듣게 할 것이다라는 취지의 공산화 통제 법안 사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며 “많은 반대 부탁드린다. 현재 이천명 이상 반대중이다. 계속해서 꾸준한 화력 부탁드린다. 반드시 악법을 막아야 한다”고 했다. 페이스북에도 대동소이한 내용의 글이 확산되며 반대 의견을 낼 것을 촉구했다.

▲ 서울 시청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 서울 시청앞 태극기 집회. ⓒ 연합뉴스

이 법안은 지난 19일 발의된 ‘경찰관 직무집행법 일부개정 법률안’을 말한다. 29일 오후 2시 기준 국회입법예고 사이트에 해당 법안에 2913건의 의견이 올라왔다. 같은 날 발의된 수도법 개정안(7건), 청소년기본법 개정안(19건), 공공기관의 운영에 관한 법률 개정안(5건)과 비교하기 힘들 정도로 많은 의견이 제출된 것으로 ‘집단 행동’이 이어진 결과로 보인다.

대부분 해당 법안에 반대 의견으로 “중국 공안처럼 애국보수우파 탄압해서 지들 멋대로 나라 주무르려고 작정했음” “자유를 짓밟으려는 응큼한 수작이다” “사회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해 경찰국가로 통제하려는 속셈이네. 중국 공안경찰처럼 만들려고 하는구나. 정말 역겹네” 등의 내용이다.

▲ 경찰 직무집행법 관련 네이버 블로그(왼쪽)와 페이스북 댓글.
▲ 경찰 직무집행법 관련 네이버 블로그(왼쪽)와 페이스북 댓글.

그러나 이 법안을 살펴보면 일부 누리꾼들의 주장은 근거가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법안은 “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은 경찰관이 제2조 각 호에 따른 직무의 수행으로 인하여 민형사상 책임과 관련된 소송을 수행할 경우 변호인 선임 등 소송수행에 필요한 지원을 할 수 있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내용이 전부다. 즉, 경찰력 행사에 따른 ‘소송 지원’이  골자다.

법안의 발의 이유를 보면 “경찰관과 소방관은 직무 특성상 국민의 생명‧신체 및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물리력을 사용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사상이나 재산상 손해가 발생하여 해당 경찰관 또는 소방관이 민·형사상 소송에 휘말리는 경우가 있다”며 “경찰관의 경우 법률에 소송지원 근거 규정이 없다”며 관련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2018년 5월 현직 경찰관이 술 취한 시민들에게 아무 이유 없이 20번 넘게 맞았다는 동료의 사연을 전하며 공무집행 관련 소송을 하게 될 경우 법률 지원을 요청하는 등의 내용을 ‘청와대 국민청원’에 올려 주목을 받았다. 20대 국회에서 홍문표 자유한국당 의원이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고 밝힌 적도 있다. 

이 법안은 직접적으로 경찰의 폭력 행위를 정당화하는 내용이 아니다. 다만, 시위를 과도하게 진압하는 경찰을 지원하는 결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를 할 수는 있다.

▲ 경찰 직무집행법 개정안 발의자 명단. 모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다.
▲ 경찰 직무집행법 개정안 발의자 명단. 모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다.

그러나 정부가 특정한 의도를 갖고 이 법안을 만들었다고 볼 수도 없다. 대표 발의자는 경찰 출신인 김석기 국민의힘 의원이다. 공동 발의자는 김상훈, 김선교, 지성호, 이철규, 정희용, 송언석, 김병욱(金炳旭), 태영호, 구자근, 김희국, 정진석 의원으로 모두 국민의힘 소속 의원들이며 여권 의원은 1명도 없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 개정안’ 가운데 다른 법안에는 문제가 없을까. 국회 의안정보시스템 확인 결과 21대 국회에서 김석기 의원의 법안을 제외하고 ‘경찰관 직무집행법’을 통해 경찰 권한을 다룬 법안은 3건 발의됐다. 모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는데 △ 살수차(물대포)의 무분별한 사용을 법으로 제한(진선미 의원) △ 경찰의 광범위한 정보수집활동을 제한하기 위한 ‘치안정보’ 개념 규정(서영교 의원) △ 경찰 업무에 인권보호 의무 명시(이형석 의원)를 담는 등 오히려 경찰력의 오남용을 줄이는 내용이다.

즉 정부가 경찰의 물리적 폭력을 합법화하기 위해 관련 법안을 발의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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