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저널리즘토크쇼J 시즌2(이하 J)가 12월13일 마지막 방송을 앞두고 있다. KBS는 개편 중이라는 입장이지만 사실상 폐지에 가까운 수순을 밟고 있다. J가 폐지될지 아니면 VCR 형태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 개편할지 알 수 없다. VCR 형태의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된다면 더는 ‘토크쇼’라고 할 수 없기에 ‘저널리즘토크쇼J’ 이름은 사용할 수 없게 된다. 사실상 폐지 수순이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KBS가 비정규직 제작진 20여명에게 개편을 통보하면서 문제가 더 커졌다. 정주현 프리랜서 PD는 “사실상 일방적 계약 해지”라고 주장하며 J 공식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기까지 했다. 한승연 KBS 기자는 J 공식 카페에 “이번 개편 과정에서 잘못한 부분은 같이 일해온 프리랜서 제작진들을 개편 논의에 참여시키지 않은 점”이라고 썼다. J 작가 중 3명이 마지막 방송 집필을 거부한 상황이다.  

J 시즌2 마지막 방송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J 공식 카페에는 ‘J의 마지막 방송은 KBS 언론개혁 의지와 한계’가 되어야 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이 주제가 아니라면 현재 집필을 거부하는 작가들의 마음을 돌릴 수 있을까.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송화면.
▲저널리즘 토크쇼 J 방송화면.

왜 이렇게까지 꼬인 것일까. 우선 비정규직 제작진들은 생계가 달린 ‘일방적 계약해지’에 분노하고 있다. 또 그동안의 상황을 종합해보면, ‘J에 대한 KBS의 태도’에 분노했을 거라 짐작한다. J의 사정을 잘 알고 있는 한 관계자는 “일방적 계약해지를 하고 내부에서 집필 거부가 나올 정도로 상황이 악화했는데도 특별한 조치가 나오지 않는 상황”이라며 “이전부터 KBS 내부에서 J를 꺼렸기 때문이 아닐까”라고 전했다. J는 KBS 내에서 고립된 지 오래라는 것이다. 

KBS 기자들이나 의사결정권자들이 J를 불편해했다는 건 공공연한 사실이다. 누군가는 그 이유로 ‘편향성’을 꼽을 것이고, 누군가는 ‘언론학자들의 탁상공론’이라고 말할 것이며 누군가는 ‘취재를 안 해봐서 현실을 모른다’고 할 것이다. 

편향성 논란을 부른 대표적 회차는 89회 언론개혁 편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관련 보도 비평을 하며 사건 관계자로 분류되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가 출연한 것을 두고 KBS 기자는 사내 게시판에 “이건 저널리즘 비평이라 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내부 비판을 해야 하는 프로그램 특성도 보도본부 기자들이 J를 꺼린 이유였을 것이다. 44회 ‘대통령에게 묻는다’ 편부터 J와 KBS 보도본부 관계는 이미 틀어졌다고들 말한다. 이 방송은 문재인 대통령과 인터뷰를 한 KBS 기자를 비판하는 취지의 내용으로, 전파를 탄 후 KBS 사내게시판 등에서는 J를 비판하는 글이 게시됐다.

▲저널리즘 토크쇼 J 44회.
▲저널리즘 토크쇼 J 44회 'KBS 대통령에게 묻는다, 무엇이 불편했나?'편. 

KBS 기자들이 가기 싫어하는 프로그램 중 하나가 J라는 이야기가 전해졌다. 시즌1 이후 조직을 이끌 팀장을 찾을 때 수많은 기자가 팀장 인사를 거절했다. 이러한 이야기는 J의 유튜브 라이브 등에서도 다뤄졌다.  

KBS의 한 관계자는 내부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KBS를 개혁해야 하지만 그 주체가 ‘나’는 아니다. 이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여러 이유로 J를 싫어했지만 막상 J 구성원으로서 변화를 만들려는 의지가 부족했던 이들을 비판하는 말이다. J를 변화시키기보다 폐지해야 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하는 내부 분위기를 전한 것이다.

수많은 편향성 논란과 비판이 있었지만 J는 KBS가 긴 파업 후 만든 ‘개혁의 상징’ 중 하나였다. KBS에서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이 갖는 역사성을 생각하면 더 그랬다. 이명박 정부 원년 KBS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미디어포커스’는 폐지 위기를 맞았다. 내부 구성원들 반발로 ‘미디어 포커스’는 ‘미디어 비평’으로 개편됐고 이를 이어받은 ‘미디어인사이드’는 박근혜 정부 때인 2016년 폐지됐다. 정권이 교체되고 파업이 끝난 후 태어난 것이 J 였다. 

이번 사태로 알 수 있는 건 ‘개혁의 상징’인 J가 이제 KBS 내에서 애물단지가 돼버린 현실이다.

어쩌면 KBS는 개혁을 사실상 외주화 해왔다. KBS 정규직 기자들은 J로의 인사를 꺼렸고, J에 출연하는 기자들은 자주 바뀌었다. 반면 J 공식 페이스북에 계약해지 부당함을 호소한 정주현 프리랜서 PD는 19회부터, 사실상 거의 처음부터 J를 만들어온 제작진이었다. 프로그램 종영에 분노를 느끼는 이들은 비정규직 제작진, 외부 출연진들, 그리고 J의 오랜 시청자들뿐인것처럼 느껴진다. KBS 내부와 의사 결정권자들과는 다른 모습이다. 

KBS는 상징의 효용이 떨어지자 이들을 외딴섬처럼 버려둔 것은 아니었나 반추해야 한다. 외주로 넘긴 상징조차 수명이 끝나는 듯하니 그 섬마저 없애려 한다. 상징을 변화시켜보려는 노력은 없는 걸까. 이렇게 또 한 번 지상파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이 사라져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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