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 위반은 아니더라도 개편 논의 과정에서 스태프들이 의사결정에 충분히 참여하지 못했다고 느낄 수 있다.”

KBS 저널리즘토크쇼J(이하 J)의 프리랜서 PD가 23일 J 공식 페이스북을 통해 “사실상 해고 통보”를 받았다고 공개하자 KBS 측이 같은 날 내놓은 입장이다.

KBS 측은 “정부가 마련한 방송영상프로그램제작스태프 표준업무위탁계약서를 쓰고 일하고 있다”면서 프리랜서 PD 글에 대해 “계약 종료가 왜 부당한지 다투는 근거보다는 제작진 노고가 담긴 프로그램이 갑작스럽게 폐지 기로에 섰다는 우려와 실망감을 표명하는 내용”으로 이해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J 공식 페이스북에 “사실상 해고 통지” 글을 올린 정주현 PD는 24일 미디어오늘과 인터뷰에서 “시즌1에서 시즌2로 개편하는 당시에는 스태프들이 함께 개편 논의를 했다”며 “이번 개편을 통보받는 상황에서 많은 스태프들이 ‘멘붕’ 상태가 됐다. 2년 동안 같이 일한 스태프에게 개편을 ‘통보’한다고 해도, 어떤 방향성 갖고 있으니까 기다려달라거나 혹 프로그램이 그대로 끝나는 것이면 아쉽게 됐다고 하든지 구체적으로 밝혀야 하는데 일언반구가 없었다. 부당의 기준은 양쪽이 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KBS의 한 내부 관계자는 “23일 KBS가 발표한 내용은 대부분 지난 20일 (J 제작진 내부) 간담회에서 나온 내용이었지만 ‘개편 프로그램에서 다시 본인의 열정을 발휘하도록 하겠다’는 부분은 처음 들었다”며 “개편이 급작스러웠더라도 제작진에게 개편에 대한 의견을 구하고, 대강의 이유와 내용을 전달했다면 상황이 이렇게까지 오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마지막 방송 한 달 전에 고지를 했다고 하지만 ‘일방 통보’로밖에 느낄 수 없는 방식이었다”며 “방송 재개 시점 등이 미정인 상황에서 개편 방향이나 내용도 전혀 알 수 없었다”고 전했다. 표준계약서를 작성했다고 하더라도 ‘부당한 계약해지’라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KBS.
▲KBS.

원진주 방송작가유니온지부장은 “계약서상 문제가 아니더라도 많은 시간 함께 일했는데 개편에 관한 이야기를 미리 언질해주고 상의했다면 모두가 당황스럽지 않았을 것”이라며 “개편은 민감한 이야기라고 하지만 미리 이야기를 깊게 했다면 다른 일자리를 알아볼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과 비정규직, 프리랜서가 오랜 시간 함께 일했다고 해도도 개편 같은 민감한 이야기는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와 원활히 소통하지 않는 경우 그들에게 상처가 될 수 있다”며 “개편을 손쉽게 비정규직이나 프리랜서를 내칠 수 있는 수단으로 생각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J 출연자이기도 했던 하종강 성공회대 노동아카데미 주임교수는 “법률적으로 잘못이 없다고 끝나는 건 아니다”라며 “이번 건은 KBS는 물론이고 방송사 비정규직 문제를 풀어나가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하 교수는 “TBS의 경우 상시적 업무를 하는 작가들을 정규직화한 경험도 있다. KBS 역시 이번 계기를 통해 머리를 맞대고 비정규직TF를 만들어 논의하는 등 선진적 선택을 하길 바란다”고 전했다. 

최정기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실장은 “기본적으로 상시 지속 업무는 정규직화해야 한다는 원칙을 지키고, 그 외 프로그램 단위에서 프로젝트용 노동 운영에 대해 근본적이고 구조적인 시스템 논의가 필요한 시기”라고 말했다. 

최 실장은 “무엇보다 스태프 노동자들을 대하는 태도의 문제가 기본”이라며 “불안정한 인력을 채용했다가 프로그램이 없어지면 퇴사하는 방식의 관행을 언제까지 지속할 것인지 돌아봐야 한다”고 전했다.

KBS 측은 비정규직 제작진들에게 충분한 설명을 했다는 입장이다.

KBS측은 25일 미디어오늘에 “KBS는 개편 결정 당일 스태프별 고지와 그 후 전체 간담회를 통해 여러 여건상 개편 결정이 촉박하게 이뤄져 스태프들에게 충분한 여유를 주지 못 한데 대한 유감 표명과 개편 프로그램에서 스태프 상당수와 다시 일할 기회를 마련하겠다는 방침, KBS 내 다른 프로그램에서 일하기를 원할 경우 이를 알선하기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바 있다”며 “J에 대한 스태프들의 열정과 기여를 감안해, 계약상 의무를 넘어, 회사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뜻을 공개적으로 표명한 것”이라고 전했다.

이어 “또, 개편되는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저널리즘토크쇼J 시즌1과 시즌2에 대한 시청자와 저널리즘 학계, 미디어계의 평가와 자문을 거쳐 그 형식과 내용의 방향성을 잡을 것이며, 그 결과에 따라 프로그램명은 J 시즌3 또는 다른 이름이 될 수 있으나 J가 지향하는 미디어 비평의 가치는 이어질 것임을 설명했다”며 “이같은 설명과 노력은 모두 위 정주현 PD가 ‘부당 해고’라는 게시글을 올린 지난 23일 이전에 이뤄진 것이다”고 밝혔다.

※ 기사 반론 추가 : 2020년 11월25일 오전 10시2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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