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처럼 열의 갖고 일할 기분은 아니죠. 일방적 계약해지 통보에 상심했고, 그동안 밤새우며 일했는데…. 배신당한 느낌이 들 수밖에요.”

KBS는 지난 19일 “급격하게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유용한 역할을 하기 위해 시즌2를 마무리하고 새 모습의 프로그램을 기획할 예정”이라며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 ‘저널리즘토크쇼J’ 개편 소식을 전했다. 내달 13일이 시즌2 마지막 방송으로 알려졌다. 

미디어 비평 프로그램은 유지하되, 시즌2를 잇는 ‘시즌3’가 될지 이름과 포맷이 바뀐 새 프로그램이 될지 현재까지 정해진 건 없다. ‘시즌 오프’ 외에 결정된 게 없는 상황에서 개편 작업은 최소 6주 이상 걸릴 전망이다.

정규직 인력들이야 고용 조건이 안정돼 있지만 지난 17~18일 통보 받은 20명 안팎의 비정규직들에겐 ‘마른하늘의 날벼락’ 같은 소식이었다. 대다수 구성원들은 사실상 폐지로 받아들이고, 출연자들 역시 하차를 수용한 상황이다.

▲ 저널리즘 토크쇼J가 시즌2를 마무리한다. 이후 프로그램 이름과 형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진=KBS 홈페이지 갈무리.
▲ 저널리즘 토크쇼J가 시즌2를 마무리한다. 이후 프로그램 이름과 형식 등은 정해지지 않았다. 사진=KBS 홈페이지 갈무리.

자막 크리에이터는 출근한 지 일주일, 막내 작가는 고작 3주. 진짜 실력 발휘도 전에 당장 나가야 할 어려움에 직면했다. 임장원 시사제작국장과 정규·비정규직 J 구성원들은 지난 20일 오후 간담회를 가졌다. 이 자리에서 임 국장은 “충분히 여유를 갖고 구성원들과 개편 결정을 공유하지 못해 죄송하다. 어려운 결정이었다”고 사과의 뜻을 밝혔다.

이날 나온 이야기를 종합해보면, 중단 결정은 KBS 보도본부 수뇌부들의 ‘정성적 판단’ 결과다. 저조한 시청률 등 그간의 성과지표가 미미했던 점도 개편 결정에 힘을 실었겠지만 무엇보다 정무적 판단이 전제된 조치라는 취지다. 이날 회의에서 일부 비정규직 구성원들은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KBS 안팎에선 예견됐다는 반응도 있다. 야권과 보수 언론 중심으로 오랜 시간 프로그램 편향성 시비가 제기돼 왔고, 기자 집단에 대한 무차별적 희화화와 전문가들의 인상 비평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친조국 인사’ 최강욱 열린민주당 의원이 J에 출연해 조국 전 장관 보도를 비평하는 등 공정성 논란도 적지 않았다.

시즌2 패널이기도 했던 손석춘 건국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과 교수가 “저널리즘을 바로잡겠다는 KBS의 저널리즘토크쇼J가 보여주듯 KBS·MBC, 교통방송(TBS) 시사프로그램들은 친정부 편향 세력의 영향권 아래 있다”고 혹평한 것은 상징적이다.

KBS 내에서도 J를 제작하는 부서(시사제작1부)에서 일했던 기자는 다음 인사 때 원하는 부서로 가게 해준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J는 기자들 사이에서도 비선호 프로그램이었다. 직전 팀장인 김양순 팀장의 특파원 발령에도 후임 팀장 선임이 바로 이뤄지지 않고 일주일여가 소요된 것도 개편을 요구하는 ‘윗선의 무언의 압박’이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전과 달리 제작 책임자들의 프로그램 관여도 늘었다는 지적도 흘려듣기 어렵다.

프로그램에 평가가 어떻든, ‘시즌 오프’ 결정으로 당장 피해 보는 건 비정규직이다. 일방 계약해지 통보에 담당 작가들은 마지막 회 집필 거부를 선언했고, CG 디자이너들은 11월까지만 근무하겠다고 선언했다. 남은 방송에 차질이 예상되는 이유다.

▲ 저널리즘 토크쇼J는 22일 오후 노동자 전태일을 다룬다. 그가 사망한 지 50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 등이 주제다. 정권교체 후 정상화한 방송사들은 좋은 노동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자사 노동 문제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사진=KBS 제공.
▲ 저널리즘 토크쇼J는 22일 오후 노동자 전태일을 다룬다. 그가 사망한 지 50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 등이 주제다. 정권교체 후 정상화한 방송사들은 좋은 노동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자사 노동 문제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사진=KBS 제공.

J가 시청자 눈길을 사로잡았던 이유 가운데 하나는 타 방송에서 보기 어려운 수려한 화면 효과와 CG, 라이브 방송 등 비정규직들의 ‘노동’에 있다. J 소속의 정규직 KBS 기자들의 취재와 패널들의 비평을 더욱 빛내는 조연을 담당한 그들이다. 그런 그들이 갑작스런 통보에 상심하고 있다.

“저희도 J에 대한 비판과 시선,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작가와 디자이너, 디지털 콘텐츠를 만드는 선후배들 모두 프로그램에 애정과 열의를 갖고 정말 밤을 새우며 일했어요. 일방 통보에 정말 침울했어요. 이번 회의에서 국장님이 사과 뜻을 전했지만, 비정규직 구성원 감정이 쉽게 풀리진 않을 것 같아요. 배신감이 들 수밖에요.”

22일 오후 J 방송은 노동자 전태일을 다룬다. 그가 사망한 지 50년 동안 달라지지 않은 언론의 노동보도 문제점 등이 주제다. 정권교체 후 정상화한 방송사들은 좋은 노동 보도를 쏟아내고 있지만 자사의 노동 문제에는 여전히 취약하다. J 너 마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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