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필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KBS·MBC·EBS 사장·이사를 국민추천제도로 임명하는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법안을 조만간 대표 발의한다. 지금까지의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 법안 중 가장 전면적인 변화를 담은 법안으로, 고인이 된 이용마 MBC 기자가 바랐던 개혁안과도 가깝다는 평가다. 정필모 의원은 KBS 기자 출신으로 오래전부터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의 필요성을 절감해온 인물이다.

정필모 의원은 공영방송 이사후보자를 공정하고 독립적으로 추천하기 위해 시민 100명이 참여하는 가칭 ‘이사 후보 추천 국민위원회’를 구성, 공영방송의 주인인 국민의 의사가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반영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공영방송 사장 역시 ‘국민위원회’ 투표로 선출토록 하되, 자질과 전문성에 대한 이사회 검증을 거쳐 특별다수제로 결정토록 했다. 이를 위해 정 의원은 ‘방송법’, ‘방송문화진흥회법’, ‘한국교육방송공사법’, ‘방송통신위원회 설치 및 운영에 관한 법’ 등 총 4개 법률의 개정안을 발의할 예정이다. 

정필모 의원은 “현행법은 KBS, MBC, EBS 이사 선임과정에 정치적 영향력을 배제할 수 없는 구조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정치적 종속성에 관한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는 실정”이라며 “KBS, MBC, EBS의 공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한 독립성, 정치적 중립성 및 합리적 운영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시청자인 국민 다수의 의사가 반영된 이사 선임 절차를 마련할 필요가 있다”며 법안 발의 배경을 밝혔다. 이번 개정안에 따라 11명인 KBS 이사, 9명인 방문진·EBS 이사는 모두 13명으로 늘어난다. 

▲디자인=안혜나 기자.
▲디자인=안혜나 기자.

우선 정 의원은 방통위 설치법을 바꿔 방통위에 ‘이사 후보 추천 국민위원회’를 설치, 각 분야별 전문성과 대표성을 고려한 이사 임명이 가능하도록 한다는 계획이다. 위원 임기는 3년이고 연임은 할 수 없다. 지역, 성별, 연령과 전문성을 고려해 방통위가 위원 100명을 위촉한다. 100명의 위원 중 공영방송사 임직원은 포함될 수 없다. 국민위원회는 이사후보자의 추천 절차 및 추천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

국민위원회는 방통위가 공모한 사람과 방송 관련 직능단체 추천을 받은 사람 중 투표를 통해 다득표순으로 KBS, 방송문화진흥회(MBC), EBS의 이사후보자 13명을 각각 추천한다. 이에 따라 지금까지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해온 방통위는 앞으로 ‘임명제청’을 하게 된다. 만약 지원자 인원이 국민위원회가 추천해야 할 이사후보자 인원의 3배수를 초과하는 경우 서류전형과 면접 심사로 초과 인원을 투표 대상에서 제외할 수 있다. 이사후보자의 특정 성별은 10분의7을 초과해선 안 된다. 

현행법상 KBS와 EBS 이사는 방통위가 추천해 대통령이 임명하고 있는데, 법 개정이 이뤄지면 국민위원회가 추천한 사람을 방통위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공영방송 사장은 국민위원회가 복수로 추천한 사람 중 이사회 제청으로 대통령이 임명하게 된다.

KBS와 EBS 사장 후보자 임명제청의 경우 이사회 재적이사 3분의2 이상 찬성으로 의결(특별다수제)하도록 하되, 국민위원회가 사장 후보자를 추천한 때부터 3개월이 경과하면 재적 이사 과반수 찬성으로 의결할 수 있도록 했다. 이는 특별다수제 도입 시 장기간 후보자를 의결하지 못해 파행이 이뤄질 것을 대비한 장치다. MBC 사장 후보자 임명 절차는 KBS·EBS와 동일한 원칙을 적용하되, 사장은 방문진이 MBC 주주총회 승인을 받아 임명한다. 

이 같은 법 개정이 이뤄지면 여당과 야당이 7대4(KBS), 6대3(MBC)으로 이사 추천권을 나눠 갖는 기존의 관행이 깨지며 지금보다 공영방송 이사들이 특정 정당으로부터 독립성을 가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일종의 국민대리인단이 직접 공영방송 이사를 추천할 수 있게 돼 민주주의 정신을 공영방송 지배구조에 확대하고 국민 참여의 폭도 넓히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KBS '저널리즘토크쇼 J' 에 출연했던 고 이용마 MBC기자. 그는 눈을 감기 전까지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KBS '저널리즘토크쇼 J' 에 출연했던 고 이용마 MBC기자. 그는 눈을 감기 전까지 국민이 공영방송 사장을 선출하는 지배구조 개선을 강조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2016년 12월16일 암 투병 중이던 이용마 기자를 만나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을 가리켜 “우리가 정권을 교체해내면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문 대통령은 2019년 2월17일 이용마 기자를 또 한 번 만났는데, 당시 이용마 기자는 “공영방송 사장 선임과정에 공론화위원회 방식의 국민대표단을 운영하는 방안에 대해 (대통령이) 적극 찬성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러나 공영방송 지배구조는 이명박·박근혜정부 시절 그대로다. 

향후 대선 일정 등을 고려하면 현 정부에서 지금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변화시킬 마지막 시기라는 지적이다. 앞서 방통위 역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 공영방송 지배구조개선과 관련, “국민 참여가 더 보장되는 방식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낸 바 있다. 법안이 발의되면 국민적 공감대를 확대하기 위한 작업과 함께, 100명의 국민위원회 구성과 관련한 구체적 논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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