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통령선거 경합주 개표가 한창이던 4일, 내외신이 투표 집계 상황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접근한 태도는 달랐다. 한국 언론은 단기 흐름에 미뤄 승세 전반을 점치는 보도로 주목을 끈 반면, 미국 언론은 “아직 이르다”며 승세 판단에 신중했다. 국내 보도는 트럼프 대통령의 ‘거짓 승리선언’을 주로 단순 전달했지만 현지 보도는 검증에 초점을 둬 생중계 화면 송출을 중단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이튿날인 4일 새벽 2시20분께(현지시각) 백악관에서 ‘거짓 승리 선언’을 했다. 그는 이스트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는 이 선거에서 이길 준비가 돼 있고, 솔직히 이겼다”고 말한 뒤 이미 자신이 승자라는 취지로 개표를 중단하지 않으면 미 연방대법원으로 가겠다고 주장했다.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도 3일 밤 연설에서 ‘나나 트럼프가 승자를 결정하지 않는다. 미국 민중이 결정한다. 그러나 결과를 낙관한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연설 직후인 한국시간 오후 5시께 이를 그대로 전달하는 속보와 기사들이 쏟아졌다. 특히 포털 뉴스페이지에서 트럼프 대통령 발언에 대한 ‘따옴표’ 기사가 주요 순위에 올랐다. 뉴시스는 “트럼프, 대선 승리 선언… ‘개표 중단하라’”를 ‘종합’ 기사로 보도했다. 뉴스1은 ‘상보’를 “트럼프 사실상 승리선언…‘바이든은 나 못 따라잡아’” 제목으로 내보냈다. 이들 기사는 오후 5시께 포털사이트에서 많이 본 뉴스 1~2위에 올랐다.

다수 일간지와 방송사도 각사 홈페이지 대문에 트럼프의 승리 선언을 따옴표 제목으로 전했다. 한 통신사는 “뚜껑 여니 ‘정반대 결과’..또다시 혼란만 준 美여론조사”란 제목의 기사를 냈다. 제목만 보면 대선 결과가 나왔고 예측과 정반대의 승부가 났다는 어조의 표현이다. 일부 저녁 시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패널들이 트럼프의 선전 요인을 주로 분석하기도 했다.

▲가디언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인 현지시각 새벽 3시께 첫 페이지에 “바이든이 애리조나를 획득한 반면, 트럼프는 확실한 결과가 없음에도 거짓 승리를 선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걸었다.
▲가디언은 4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발언 직후인 현지시각 새벽 3시께 첫 페이지에 “바이든이 애리조나를 획득한 반면, 트럼프는 확실한 결과가 없음에도 거짓 승리를 선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걸었다.

같은 시각 현지 언론은 트럼프의 발언이 거짓이라고 지적하는 한편 개표가 접전으로 흐르는 가운데 개표가 끝날 때까지 결과를 알 수 없다고 전망했다.

가디언은 현지시각 새벽 3시께 첫 페이지에 “바이든이 애리조나를 획득한 반면, 트럼프는 확실한 결과가 없음에도 거짓 승리를 선포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걸었다. 뉴욕타임스는 첫 페이지 상단에 “선거가 며칠 동안 이어질 수도 있는 손에 땀을 쥐는 국면이 됐다”고 표제를 달았다. 제목 밑엔 지도와 도표 인포그래픽으로 각 주의 개표 결과나 비율을 전했다. 두 매체 모두 승기를 단언하지 않으면서 실제 개표 양태를 전했다.

▲뉴욕타임스는 첫 페이지 상단에 “선거가 며칠 동안 이어질 수도 있는 손에 땀을 쥐는 국면이 됐다”고 표제를 달았다.
▲뉴욕타임스는 첫 페이지 상단에 “선거가 며칠 동안 이어질 수도 있는 손에 땀을 쥐는 국면이 됐다”고 표제를 달았다.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 힐도 대문엔 “트럼프와 바이든이 판정을 필요로 하는 대접전을 향해 간다”는 표제를 내걸고, 트럼프의 승리 선언을 전하는 기사에선 “초당적 의원들이 트럼프가 섣불리 승리를 선언했다고 비난했다”고 제목을 달았다. 기사는 공화당 의원이나 우파 인사 4명과 민주당 의원 3명이 트럼프의 선언을 비판했다고 밝혔다. 트럼프의 말을 직접인용하는 제목은 없었다.

방송사들은 트럼프의 연설을 실시간 송출하다 거짓 주장하는 대목에서 중계를 끊고 진행자가 끼어드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MSNBC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앵커는 트럼프가 ‘이미 이겼다’고 발언하는 장면이 송출되자 화면을 전환한 뒤 “중도 개입을 꺼리지만, 그가 ‘우리가 이번 선거에서 이미 이겼다’고 말한 것은 전혀 사실에 근거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MSNBC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중계 도중 화면을 중단하고 허위 발언을 바로잡았다.
▲MSNBC의 브라이언 윌리엄스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중계 도중 연설 송출을 중단하고 트럼프 대통령의 허위 발언을 바로잡았다.
▲ABC뉴스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 “적어도 이 시각 현재 바이든이 선거인단 221명으로 트럼프의 213명에 비해 이기고 있고 총 득표수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승리 선언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ABC뉴스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앵커는 트럼프 대통령 연설 직후 “적어도 이 시각 현재 바이든이 선거인단 221명으로 트럼프의 213명에 비해 이기고 있고 총 득표수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며 승리 선언이 거짓이라고 지적했다.

ABC뉴스에서도 앵커가 트럼프 대통령에 이어 마이크 펜스 부통령 연설 도중 사실과 다른 발언을 바로잡았다. 조지 스테파노풀로스 앵커는 “적어도 이 시각 현재 바이든이 선거인단 221명으로 트럼프의 213명에 비해 이기고 있고 총 득표수에서도 선두를 달리고 있다”고 말했다.

사전 투표가 역대 최대 규모인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개표 도중 아전인수격 행보를 할 것이 예상됐던 만큼, 현지 언론의 보도 태도가 신중했을 뿐 아니라 보다 정확했다고 볼 수 있다.

다수 언론과 미 연방선거관리위원회 등에 따르면 선거일인 3일 아침 이미 투표수가 1억1천표를 넘어서는 등 최대 규모를 기록한 만큼 집계 결과를 파악하기까지 며칠 혹은 몇주가 걸릴 수 있다고 예상됐다.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이 이기는 것처럼 보이기만 해도 개표 도중 승리를 선언할 방침’이라는 예고도 선거에 앞서 다수 보도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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