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시각으로 3일 치러진 미국 대선 개표가 접전으로 흐르고 있다. 개표 초반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공화당 후보)이 핵심 경합주에서 우세했으나 개표가 진행되면서 조 바이든 민주당 후보(전 부통령)가 전세를 역전하고 있다. 우려했던 대로 일찌감치 ‘승리선언’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우편투표 개표 중단’을 주장했다. 바이든 후보는 “우리는 승리로 가고 있다”면서도 “모든 표가 개표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고 밝힌 상황. 5일자 국내 주요일간지들도 미국 대선에 주목했다. 아래는 1면 머리기사 제목들이다.

경향신문: 승률 높아진 바이든…미국, ‘트럼프 심판’ 택하나
국민일보: 트럼프도, 바이든도 “내가 이겼다”…승자는 안갯속
동아일보: 트럼프 “우리가 이겼다”…바이든 “승리로 가고 있다”
서울신문: 바이든, 초박빙 위스콘신·미시간 뒤집었다
세계일보: 트럼프도 바이든도 “내가 이겼다”…美 대선 혼전
조선일보: 美대선 대혼전, 우편투표에 달렸다
중앙일보: 미 대선 초유의 대접전, 피말리는 개표전쟁
한겨레: 미시간 막판 역전…바이든, 승기 잡았다
한국일보: 서로 “이겼다”지만…누구도 웃지 못했다

바이든 후보의 압승을 예상했던 여론조사는 이번에도 빗나갈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지지가 견고할 거라 예측된 ‘앵그리맘’ 즉 ‘백인 교외 여성’들이 실제 트럼프 대통령에게 표를 몰아줬다는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펜실베이니아·미시간·위스콘신 등 러스트벨트와 플로리다 등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선전하면서 ‘트럼프를 찍지 않겠다’는 바이든 지지 표심이 확대 해석됐다는 지적도 있다. 서울신문은 “4년 전엔 ‘샤이 트럼프’… 이번엔 ‘네버 트럼프’에 속았다”고 분석했다.

워싱턴포스트 출구조사 결과 백인 여성의 55%가 ‘트럼프를 찍었다’고 답해 44%에 불과한 바이든 후보를 11% 포인트 압도했고, 저학력층 백인 계층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높은 ‘샤이 트럼프’ 현상도 여전했다. CNN에 따르면 히스패닉 유권자들은 지난 대선 때보다 더 트럼프를 지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신문은 “남부 선벨트에서 바이든 후보가 고전한 것도 히스패닉계의 절대적 지지를 확보하지 못한 결과로 풀이된다”고 했다.

▲ 11월5일자 서울신문 2면 기사.
▲ 11월5일자 서울신문 2면 기사.

경향신문(경합주 예측,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은 “4년 전 여론조사기관들은 전국 단위 득표율보다는 주별 예측을 잘못해 실패했다”고 전했다. “당시 트럼프 지지 성향을 밝히기 꺼리는 ‘샤이 트럼프’의 규모를 낮잡아봤고, 한 표라도 더 받은 후보가 해당 주 배정 선거인단을 독식하는 간접선거제도의 특성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며 “이 때문에 조사기관들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경합주를 중심으로 트럼프 지지층인 저학력 백인 유권자 비중을 높이는 등 조사 설계를 보정했다. 입소스와 퓨리서치센터는 거주지·인종·교육수준별 가중치를 변경해 투표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시골 거주·백인·고졸 이하 유권자의 가중치를 높였다”는 것이다.

바이든 후보의 역전세에 트럼프 대통령은 ‘우편투표는 사기투표’라는 주장을 다시 꺼내 들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에서 “놀랄 만한 투표용지 더미가 개표되면서 (선거에서 나의) 우위는 하나하나씩 마법처럼 사라지기 시작했다”고 주장했다. 4일 새벽 백악관 기자회견에서는 “연방대법원으로 이번 문제를 가져갈 것”이라며 소송전을 예고했다.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수천명 규모의 변호인단을 꾸리고 우리 돈으로 228억원에 달하는 2000만달러의 소송 비용을 준비했다. 트럼프 후보 측의 도발에 바이든 후보 캠프도 “이를 막기 위해 대기하는 법률팀이 있다”고 맞섰다. 소송전과 함께 혼란도 장기화될 거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동아일보(트럼프측 우편투표 소송내면 당선자 확정 늦어져 큰혼란 불가피)는 “현행법에 따르면 미국의 모든 주는 다음 달 8일까지 개표와 관련된 모든 법적 분쟁을 마무리 짓고 선거인단을 확정해야 한다. 법원 측도 이런 일정을 고려해 소송에 대한 판결을 신속히 처리할 계획이지만 자칫 이 시한을 넘길 가능성도 있다”며 “주요 경합주가 선거인단 명단을 내지 못해 12월14일 선거인단 투표에서 어느 후보도 과반(270명)을 넘지 못하면 나중에 미 하원에서 대통령을 선출하는 사태까지 벌어질 수 있다”고 했다.

▲ 11월5일자 동아일보 5면 기사.
▲ 11월5일자 동아일보 5면 기사.

미국 대선의 혼전은 한반도 정세에도 불확실성을 가져올 수 있다. 청와대는 입장 표명을 최소화하면서 개표를 지켜보고 있다. 한국일보는 “정부 관계자들이 특히 촉각을 곤두 세우는 것은 ‘누가 당선되느냐’ 보다는 ‘언제 승패가 결정되느냐’”라면서 “선거 결과가 확정되면 그간 준비해온 방안에 따라 대응할 수 있지만, 양측이 승패를 인정하지 않고 우편투표 등을 둘러싸고 법적 소송을 벌일 경우 우리 정부가 난감한 상황에 처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당장 이달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방미가 관건이다. 이르면 내주 워싱턴을 방문해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부장관과 회담할 예정이다. 승패가 확실하지 않은 상황에 회담이 진행되면 가시방석일 수 있다는 관측이다. 세계무역기구(WTO) 사무총장 결선에 진출해 있는 유명희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장의 경우 “트럼프 당선 시 유 후보에게 다소 힘이 실릴 수 있는 반면 바이든 후보가 이길 경우 후보직 사퇴를 택할 것이란 관측도 흘러나온다. 미 대선 결과가 늦게 나올 수록 유 본부장이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골치 아픈 상황에 처할 수 있다”고 한국일보는 보도했다. 통일부는 북한의 입장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편 미국 대선과 함께 치러진 상·하원 선거도 접전을 보이고 있다. 민주당 하원, 공화당 상원 우위가 바뀌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이색 인물의 의회 입성도 관심을 끌고 있다. 극우 음모론 집단 ‘큐어넌’ 지지자인 마조리 테일러 그린 공화당 후보가 그중 한명이다. 경향신문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그린을 ‘미래 공화당 스타’라고 칭찬해왔지만, 거짓 정보와 음모론을 퍼뜨리는 그린을 향해 미국 매체들은 ‘하이힐을 신은 트럼프’라는 별칭을 붙였다”고 전했다. 하원에서는 한국계 의원 2명이 진출했다. 뉴저지주에서 재선을 확정한 앤디 김 하원의원은 버락 오바마 행정부에서 중동 전문가로 일한 ‘오바마 키즈’로 꼽힌다. 메릴린 스트릭랜드 후보는 워싱턴주 하원의원 선거에서 당선돼 사상 첫 한국계 여성 의원이 됐다. 경향신문을 비롯한 국내 언론은 “나는 한국의 딸이다”“어머니는 일제 치하에서 살아남은 한국인으로 엄청난 교육열이 있으셨다”는 스트릭랜드 후보의 지역 언론 인터뷰를 조명했다.

장수 장관들의 사표 ‘액션’?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4일 막을 내렸다. 지난달 7일부터 26일까지 진행된 국정감사 피감기관은 국방위를 제외하고도 643개다. 반복되는 정쟁과 내실 없는 국정감사에 여론은 싸늘하다. 부실 국감의 책임이 국회의원에게 있다는 응답자가 과반(53.3%)이라는 여론조사 결과가 나왔다. 경향신문은 비영리 공공조사네트워크 ‘공공의창’과 함께 시행한 여론조사(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시행)를 “내년엔 다시 보고 싶지 않다, 그들만의 정쟁터 ‘맹탕국감’”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전했다. 다만 국감 필요성에 대해서는 51.4%가 “매우 필요”하다고 봤다. “불필요”하다는 응답은 28.3%에 그쳤다.

경향신문은 “행정부를 견제하고 정부 정책을 면밀히 평가해 개선책을 모색해야 할 국감이 여야 의원들의 ‘돋보이기’ 경쟁 무대로 전락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관심도가 떨어지는 정책 질의보다 정쟁에 가세해 주목도를 올리는 편이 낫다는 것”이라며 “국감 보도자료 생산 건수, 자료집 발간 건수, 언론 보도 건수 등을 실적으로 소속 의원들의 국감 성적을 매기는 행태도 문제점”이라 지적했다.

국정감사 기간 동안 주요 부처 장관들이 사의를 밝히거나 자리에 연연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일들도 빚어졌다. 한국일보는 “국회서 ‘사표 흔드는’ 장수 장관들” 제목의 기사로 이를 다뤘다. 대표 사례는 홍남기 기획재정부 장관 겸 경제부총리의 사퇴 번복이다. 지난달 26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강경화 외교부장관이 외교관의 잇단 성비위 관련해 “리더십에 한계를 느끼고 있다”며 “대통령께서도 그렇게 평가하면 그에 합당한 결정을 하실 것”이라 말했다. 지난달 23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선 김현미 국토교통부장관이 부동산 정책 실패 논란에 대해 “저는 절대 자리에 연연하거나 욕심이 있지 않다”고 밝혔다. 민주당 관계자는 한국일보에 “오랜기간 장관직을 수행하며 피로감이 쌓였을 수 있지만, ‘이제 할만큼 했다’며 기강이 풀린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불만을 표했다.

▲ 11월5일자 경향신문 9면 사진 기사.
▲ 11월5일자 경향신문 9면 사진 기사.

특히 홍남기 경제부총리의 사의 표명과 번복이 논란이다. 3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본인 스스로 대통령에게 사의를 밝혔다고 말한 것이다. 청와대가 사표 반려 소식을 전했고, 홍 부총리 본인도 “인사권자 뜻에 따라 부총리로서 직무 수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했지만 논란은 이어진다. 한겨레는 “여당 힘에 밀린 홍남기…‘액션’이 필요했다”는 제목의 기사를 냈다. “이번 ‘사의 파동’은 여당과 기획재정부 간 파워게임의 균형추가 여당 쪽으로 급속하게 기울고, 재정관료 집단의 불만이 임계점을 향해 치닫는 과정에서 경제 수장이 벌인 ‘시위’의 성격이 짙다”며 “‘계속 궁지에 몰면 나는 못 버틴다’는 게 청와대·여당을 향해 보낸 신호라면, 내부의 재정관료 집단을 향해선 ‘직을 걸 만큼 최선을 다해 방어하고 있다’고 해명성 시위를 벌인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선일보 사설은 “정책 결정에서 밀렸다고 사표를 던지고 이를 스스로 공개한 것도 이상하지만 하루도 안 돼 번복한 것도 정상은 아니다. 경제팀장의 처신이 이렇게 가벼울 수 있는가”라고 물으며 “홍두사미”(‘용두사미’에 빗댄 표현)라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홍 부총리에 대해 “취임 후 23개월 동안 단 한 번도 민주당의 포퓰리즘 압력을 돌파하지 못하고 내내 끌려다니기만 했다. 증권거래세 인하, 전 국민 재난지원금, 부동산 감독기구, 2차 재난지원금, 추경 편성 등이 모두 민주당 계획대로 됐다. 민주당이 정치적 계산을 담은 포퓰리즘 정책을 쏟아내면 반대 의견을 말하는 척하다 이내 입을 다물고 당의 지시를 따랐다”며 “무리한 정치적 압력에 직을 걸고 막아야 할 경제부총리가 민주당이 요구만 하면 반대하는 시늉만 하고 다 그대로 받아들였다. 이번 사표 소동은 나중에 책임을 면하려는 '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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