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르몽드의 디지털 유료 구독자는 34만 명가량으로 올 초에 비해 50%가량 증가했다. 물론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유럽 언론사들의 구독자 수가 증가 추세라고는 하지만 르몽드의 경우는 그 추세가 가히 독보적이라 할만하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르몽드의 편집국장 제롬 페노글리오에 따르면, 그건 바로 저널리즘의 퀄리티와 독자 관계의 심화다. 

얼마 전부터 유럽에서는 보다 덜, 그러나 좋은 정보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전략을 수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늘고 있다. 트래픽에 목메는 언론사들은 재정적으로 점점 힘든 상황에 처하는 반면, 가치 없는 정보를 과감히 포기한 언론사들은 비즈니스 측면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 때문이다. 르몽드도 마찬가지다. 이 신문은 2018년 이후 기사량을 25% 가량 줄이고 분석과 심층 보도를 늘렸다. 그러자 독자가 늘기 시작했다. 이러한 전략이 ‘르몽드는 주요 사안들을 단순 전달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그 너머에 어떤 진실이 숨겨져 있는지 보여주려 애쓰는 언론’이라는 인식으로 이어졌고, 이것이 독자와의 신뢰 관계를 형성하는 밑거름이 되면서 등 돌린 독자들을 돌려세운 것이다. 

그러나 보다 중요한 비결은 독자와의 관계 강화에 있다. 굳이 비용을 들여 뉴스를 구독하지 않아도 웹에서 꽤 괜찮은 무료 정보를 얼마든지 얻을 수 있는 시대에 퀄리티 기사만으로 언론사의 유료서비스가 성공할 리 만무하다. 그래서 르몽드는 다양한 방식으로 독자와의 관계 회복에 나섰다. 그 중 하나는 독자의 삶에 가까이 가거나 그들의 본질적인 문제를 건드리는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선언에 불과한 독자 서비스가 아니라 ‘진짜’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지난 3~5월 봉쇄 기간에 선보인 실시간 동영상 서비스 ‘Nos Vie Confinées(우리의 격리생활)’가 아닐까 싶다. 팬데믹 상황으로 어쩔 수 없이 세상과 단절된 채 살아가야 하는 독자들과 함께 하겠다는 야심찬 의도로 출발한 이 서비스를 위해 두 달에 가까운 봉쇄 기간 동안 르몽드는 매일 오전 10시부터 오후 5시30분까지 동영상 라이브를 진행했다. 

독자와 함께 일상생활에 관해 대화하고, 코로나19 관련 정보를 공유하는 이 동영상 서비스는 ‘슬기로운 집콕 생활’을 위해 전문가들의 상담을 제공하기도 하고, 전대미문의 일상에서 겪는 독자들의 다양한 경험을 공유하거나, 장난기 가득한 대화를 통해 독자의 불안감을 해소하도록 돕는 등 작은 커뮤니티 속에서 독자들이 따뜻한 위로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언론으로서 독자와 세상을 연결시켜주고자 마련한 이 서비스에 대한 반응은 뜨거웠다. 매일 7만2000여명 가량이 방문해 평균 15~20분가량 참여한 것이다. 당시 이 서비스를 주도했던 기자, 세실 프리에르에 따르면 “연결되고자 하는 독자들의 의지는 강했고, 이들은 정기적으로 라이브 서비스에 찾아와 서로를 격려해주고 수많은 경험들을 공유했다.” 독자의 힘겨운 일상을 함께하고 이를 통해 인간적인 관계를 형성하면서 새로운 커뮤니티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는 비즈니스 측면에도 긍정적인 결과를 제공했다.       

수많은 정보 채널이 우후죽순 등장하는 시대, 르몽드는 독자와의 소통을 통해 강력한 독자 공동체를 형성하고, 매체에 대한 소속감을 불어넣으려 노력 중이다. 이미 오래전부터 광고 시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으면서 언론이 독자에게 좋은 기사에 대한 비용 지불의 필요성을 설득해야만 하는 처지에 놓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모델은 독자의 관심사를 파악하고 체계화해서 효능감을 제공하는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만든다는 측면에서 고무적이다. 나아가 이는 신뢰할만한 검증된 정보를 기반으로 ‘독자 퍼스트’를 실천하는 방안이기도 하다. 

이제는 우리 사회도 보이지 않는 ‘대중’을 상대로 헛발질을 할 게 아니라, 구체적인 시민 독자와 적극적으로 소통하고 가치 없는 정보 생산을 멈추고, 이를 통해 건강한 뉴스 생태계를 건설하려는 시도가 등장해야 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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