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프랑스, 영국 교회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함에도 이 법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해 법안 도입을 막지 못했다. 그러나 한국 교회는 그렇지 않기 때문에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반대하는 것이다.” (김용환 극동방송 PD)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위원장 허미숙)가 28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FEBC 극동방송 ‘행복한 저녁 즐거운 라디오’ 프로그램이 (7월9일) 방송심의규정 ‘공정성’ ‘객관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법정제재 ‘경고’를 결정했다. 극동방송의 해당 프로그램은 성소수자 혐오 발언을 쏟았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극동방송 CI.
▲극동방송 CI.

도마 위에 오른 프로그램의 진행자는 이상화 서현교회 목사였다. 출연진은 조영길 법무법인 아이앤에스 대표, 육진경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 등이 참여했다. 출연진은 차별금지법 통과를 반대하는 사람들로만 구성됐다.

김영길 바른군인권연구소 대표는 방송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이 최고의 악법”이라고 주장했다. 사실이 아닌 발언들도 난무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는 군형법 때문에 군대 안에서 성행위를 하면 2년 이하의 징역에 처한다”며 “(차별금지법이 통과되면) 자동적으로 이 조항이 무력화된다. 동시에, 성폭행 행위가 벌어졌을 시 (성폭행 가해자가) 동성애자라고 주장하면 이 사람은 특혜를 받는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성폭행 가해자가 자신이 동성애자라고 주장했다는 이유로 처벌 받지 않는 일은 없다. 사실과 다른 주장을 한 것.

육진경 전국교육회복교사연합 대표는 “선진국 사례를 보면 갑자기 (학생이) ‘선생님 나 여잔데 남자로 바꾸고 싶어요. 남자인데 여자로 바꾸고 싶어요’라고 말하면 호르몬 주사나 뭐 이런 것을 하지 않았는데도 그런 주장을 존중해줘야 한다. 선생님이 실수로 (성별을) 잘못 부른 경우에는 이제 처벌이 된다”고 말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김용환 극동방송 PD는 해당 방송분에 “교육현장에서 동성애를 나쁘다고 교육할 수 없게 되는 현실이 우려된다고 말씀드리는 것”이라며 “이는 한 개인의 종교적 신념에 반하는 것이다. 한 교사의 ‘표현의 자유’가 침해 당한다”고 주장했다.

이소영 방통심의위원은 “현재 교육현장에서 동성애 반대 교육을 할 수 있나?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기존에 하던 걸 할 수 없게 된다는 의미인가”라고 묻자, 김 PD는 “그런 교육을 하면 처벌하는 조항이 있다”라고 답했고 이 위원은 “(동성애를 반대하는) 교육은 원래 하면 안 되는 것”이라며 “학생 인권조례는 학생들 권리를 보장하도록 규정한다. 차별금지법을 넘어서는 조례도 있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차별금지법에서 처벌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사례는 차별을 당했다고 고소한 고소·고발인이 외부에 이 사실을 알렸다는 이유로 집단에서 불이익을 당하게 되는 경우”라고 설명했다.

박상수 위원이 “성소수자나 장애인은 우리 사회 약자다. 기독교 정신이 사랑과 박애이지 않나. 저런 분들을 품고 살아가는 게 기독교 정신 아니겠냐”고 말하자, 김 PD는 “기독교는 혐오나 차별을 말하고 있지 않다. 동성애의 성행위를 반대하는 것이다. 성 소수자들을 배격하거나 그들에 강한 미움을 표출하는 게 아니”라고 주장했다.

심의위원 3인(강진숙·박상수 위원, 허미숙 소위원장)은 법정제재 ‘경고’를, 이소영 위원은 ‘관계자 징계’를 주장했다. 반면 이상로 위원은 홀로 ‘문제없음’ 의견을 냈다.

강진숙 위원은 “일방의 의견과 주장만으로 방송했다. (차별금지법은) 성별 호명을 잘못했다는 이유로 교사를 처벌할 수 있는 권한이 포함되지 않는 법안인데, 마치 처벌받을 수 있는 것처럼 발언해 시청자들을 혼동케 했다. 표현의 자유는 용인할 수 있지만, 사실이 아닌 내용이 너무 많았다”고 지적했다.

이소영 위원은 “일방적 주장만 계속 말하며, 공포스러운 방식으로 법안에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며 “차별금지법에 대한 공포와 혐오를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홀로 문제없음을 주장한 이상로 위원은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정의롭다. 하지만 가정의 파괴, 교육의 파괴를 극동방송은 염려했다”며 “(차별금지법의) 긍정적 면만 부각하는 건 위험하다. 종교방송의 역할을 다했다. 훌륭한 방송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방통심의위 방송소위는 지난 21일에도 차별금지법에 대해 잘못된 정보를 전달하고 성소수자를 혐오했다는 이유로 CTS 기독교TV에 법정제재 ‘경고’를 의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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