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대 첫 국정감사에서 가장 뜨거웠던 이슈는 윤석열 검찰총장과 야권, 추미애 법무부장관과 여권이 치열하게 대립한 일이다. 그러면서 윤 총장의 존재감이 자연스레 부각됐다.  

신동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한때 황나땡(황교안 나오면 땡큐)라는 말이 있었다”며 이제 ‘윤나땡(윤석열 나오면 땡큐)’라는 신조어를 만들며 윤석열 대망론에 불을 지폈다. 일각에선 정부·여당이 소위 ‘검찰 길들이기’ 차원에서 윤 총장을 공격한다고 사안을 단순화하지만 윤석열 대망론은 여야 각각의 이해관계 뿐 아니라 윤 총장 자신과 언론이 합작해 만든 허상의 결과물에 가깝다는 지적이다.  

여권, 윤석열 때려서 윤석열 띄우기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국정감사를 비롯해 정부·여당에선 윤 총장을 문제있는 인사로 만드는데 어느정도 성공했다. 추 장관은 윤 총장 감찰을 지시했고, 여당에선 비위 사실이 나올 경우 해임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했다. 

윤 총장 비판으로 여권이 얻을 수 있는 효과는 크게 두 가지다. 

일단, 현재 야권에서 마땅한 대선주자가 없는 가운데 윤 총장을 대선주자처럼 보이게 만든다. 현실적으로 윤 총장이 야당의 대선주자가 되긴 어렵다. 검사 윤석열이 스타검사로 떠오르고 서울중앙지검장을 거쳐 검찰총장에 이른 배경에는 이명박·박근혜 당시 권력 핵심부를 겨눈 칼이었기 때문이다. 국민의힘과 윤석열의 화학적 결합이 적어도 이번 대선에서 이뤄지긴 불가능하다. 

즉 여당에선 윤 총장을 비판하면서 야권을 비판하는 구도지만 여권과 대립각을 세운 인사가 대선주자가 아니란 점에서 부담없는 대립구도다. 또한 윤 총장이 주목받는 동안 다른 야권 대선주자들의 지지세 확장이 어려워, 윤석열을 띄워 다른 주자들을 견제하는 효과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윤 총장을 정치세력화하면 검찰을 불편부당한 수사기관이 아닌 야당과 결탁한 권력집단으로 보이게 할 수 있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 윤석열 검찰총장. 사진=연합뉴스

윤 총장 때리기는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립의 명분을 쌓는 일이었다. 공수처는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 중 하나라고만 설명하기엔 부족하다. 현 정부의 출범과 지지배경인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검찰개혁 의지, 참여정부의 검찰개혁 실패 이후 벌어진 노 전 대통령에 대한 검찰수사, 정권교체 이후 벌어진 이명박·박근혜 정부의 민주주의 후퇴, 국정농단 과정에서 드러난 검찰과 검찰 출신 고위인사들의 행태 등을 녹여낸 역사적인 개혁과제다. 

그런 면에서 법사위 국감장에서 여당 정치인들이 윤 총장의 발언 내용뿐 아니라 그의 태도를 지속적으로 문제 삼고, 심지어 장관급 인사에게 “똑바로 앉으라”(박범계)며 소리를 지르는 모습은 다소 무례한 행동이지만 최근 여야 지지율 등을 고려하면 여권 지지층에선 용인되는 분위기다. 이번 국감에서 여당의 성과는 윤 총장을 ‘문 대통령이 임명한 적폐청산의 도구’에서 ‘또 다른 적폐 검찰 엘리트’로 만드는데 어느 정도 진전을 보였다는 점이다. 

윤 총장 역시 부당하고 편파적이며 부패한 검찰의 상징이 된 만큼 여당은 검찰개혁을 위한 공수처 설립에 속도를 낼 전망이다. 

지지세를 외면치 않는 윤석열

윤 총장은 스스로 ‘윤석열 대망론’을 부인하지 않고 이를 활용한 측면이 없지 않다. 국감에서 정치할 생각이 있냐는 질문에 ‘없다’고 말하지 않고 “퇴임하면 사회에 봉사하겠다”는 모호한 표현으로 가능성을 열어놨다. 대체로 윤 총장은 이낙연 민주당 대표, 이재명 경기도지사,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등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지지율을 나타내고 있다. 홍준표 전 대선주자나 원희룡 제주도지사 등보다 높은 수치다. 

윤 총장이 정계진출 거부의사를 확실히 하려 했다면, 시민들이 윤 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을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보낸 것을 그대로 놔두거나 자신이 차기 대권 여론조사에 지속적으로 포함하는 것을 지켜보고 있진 않았을 것이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노컷뉴스
▲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앞에 윤석열 검찰총장을 응원하는 화환이 놓여져 있다. 사진=노컷뉴스

이는 윤 총장이 자신의 발언권을 키우는 일종의 정치활동으로 해석할 수밖에 없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수사부터 추 장관으로 이어지며 1년 넘게 정부·여당과 대치하는 상황에서 야권 지지자들의 응원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어서다. 

야권, 누가 윤석열을 띄우나

대선 지지율이 높다고 야권에서 윤 총장을 환영할 순 없다. 야권에서도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윤 총장 지지여부가 갈릴 수 있다. 윤 총장을 대놓고 대권주자로 언급한 이는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이다. 

그는 지난 24일 페이스북에 “윤 총장을 상대로 한 법사위 국감은 ‘대권후보 윤석열의 등장’을 알리는 신호탄”이라며 “금태섭 의원 탈당에도 반색했던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왜 윤 총장의 의미심장한 발언에 대해서는 ‘변호일도 봉사’일 수 있다며 애써 의미를 축소했을까”라고 썼다. 

장 의원은 현재 당밖에 있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홍준표 무소속 의원과 친한 것으로 알려졌다. 즉 영남 등을 지역기반으로 하는 전통적 보수층을 지지세로 얻는 홍 의원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 지지층이 겹치지 않는 윤 총장과 같은 인사가 차기 대선주자로 떠오르는 모양새가 나쁘지 않을 수 있다. 

결국 중도층이라고 불리는 스윙보터나 무당층에서 윤 총장이 지지를 받을 순 있지만 그럴수록 당 핵심 지지층에서는 전 정권 시절을 떠올리며 진영내에서 윤 총장을 압도할 전통적 보수 정치인을 찾게 되기 마련이다. 즉 기존의 당내 거물급 인사가 주목을 받기 보단 윤 총장과 같은 인물이 떠오르는 게 홍 의원 입장에선 환영할만한 일이다. 홍 의원은 페이스북에 윤 총장에 대해 “여의도판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는 대단한 정치력”이라고 칭찬했다. 

또한 당내에서 대권주자를 만들고자 하는 의지가 강한 김종인 비대위원장 입장에선 윤 총장의 부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 현상이다. 김 위원장은 안철수 대표의 출마, 안 대표와 연대 등의 질문에도 불쾌감을 드러내며 국민의힘 내부 인사로 선거를 준비하겠다고 수차례 밝혔다. 이를 고려할 때 여전히 복당하지 못하는 홍 의원 입장에선 윤 총장 띄우기가 최근 좌클릭 행보를 보이는 김종인 체제에 대한 비판적 의미도 담겨있다고 해석된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노컷뉴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노컷뉴스

싸움판 만드는 언론 

‘윤석열 대망론’이 힘을 받는 배경에는 정치보도의 오랜 관행과 무관치 않다. 정치판을 스포츠중계와 비슷하게 바라보는 대중의 뉴스소비 패턴을 말한다. 정치뉴스는 기본적으로 여야의 대립구도에서 공방이 있어야 하고 대선이 다가올수록 야권의 대선주자가 주목의 대상이 된다. 사실 정치권에서 싸우지 않으면 기사거리가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윤석열·금태섭, ‘반문연대’로 선거판 흔드나”(한경비즈니스 26일)
“윤석열 뜨자 ‘반문연대 꿈틀’”(채널A 26일)
“윤석열·금태섭 나비효과…반문연대 ‘꿈틀꿈틀’?”(데일리단 25일)
“윤석열 ‘국민에 봉사’에 정치권 화들짝...금태섭까지 묶어 제3 지대론까지”(서울경제 23일) 

금태섭 전 민주당 의원이 탈당하자 이를 윤 총장과 함께 묶은 기사들이다. 단순한 구도다. 금 전 의원과 윤 총장이 ‘반문재인연대’를 이유로 한배를 탈 가능성을 언론에서 쏟아냈지만 기사에는 당사자들의 ‘반문연대’ 관련 발언이나 이들이 반문연대로 함께 할 개연성·근거 등은 나오지 않는다.

‘윤석열 대망론’의 현실성을 떠나 그 자체로 검찰이 정치영역에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는 증거다. 법무부와 검찰, 정치권과 검찰의 관계를 점검할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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