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경기도지사가 최근 조선일보 비판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 지사는 지난 22일 자신의 서울경제 인터뷰 기사를 인용해 이 지사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이견을 제시했다는 취지로 보도한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자신의 발언을 왜곡했다는 주장과 함께 조선일보의 일제강점기, 한국전쟁, 전두환 정권 등 역사 속 행보까지 거론하며 비판했다. 

여권 유력 대선주자가 언론을 비판하는 모습이 이례적인 일은 아니다. 더구나 이 지사와 조선일보의 공방이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다만, 이 지사가 왜 가장 강력한 대권 경쟁자인 이낙연 대표가 아닌 조선일보를 필두로 한 야권과의 전선에 집중하고 있는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 

이낙연·이재명 양강구도 4개월 

지난 1월 리얼미터 차기 대권주자 여론조사를 보면 이 지사는 5.6%로 한자리에 불과했다. 당시 의미있는 구도는 당시 이낙연 총리(30.1%)와 2위 황교안 전 미래통합당 대표(17.7%)의 대결이었다. 자세한 여론조사 개요 및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2월 코로나19가 확산하면서 이 지사의 코로나 대응과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이슈가 되면서 이 지사가 주목을 받았다. 정책적으론 차이가 있지만 정치적으로는 긴급재난지원금은 이 지사의 대표정책인 기본소득과 비슷한 의미로 해석된다. 4월 총선에서 이 대표가 황 전 대표를 꺾으며 야권의 유력 주자가 사라진 이후 대선판은 1강(이낙연)-1중(이재명) 구도로 변했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언론에서 이 대표와 이 지사를 ‘양강구도’로 표현하기 시작한 건 지난 7월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 내 접전에 돌입하면서다. 허위사실 공표 혐의로 2심에서 유죄를 받은 이 지사는 같은달 15일 대법에서 무죄 취지의 파기환송 판결을 받았다. 같은달 21일 이 지사는 “이낙연은 엘리트, 난 흙수저” 발언으로 이 지사와 각을 세웠고 곧 여론조사에서 오차범위내로 진입했다. 

실보다 득이 많았던 2차 재난지원금 논쟁

2차 재난지원금 선별·보편지급 논쟁은 정책에서도 양강구도를 만들며 이 대표와 이 지사의 위치를 규정짓는 국면을 만들었다. 이 대표가 선별지급으로 야당과 입장을 같이 하며 이 지사는 보편적 기본소득을 강하게 주장해 존재감을 드러냈다. 궁극적으론 정부와 이 대표의 입장을 수긍하며 논쟁을 마무리했지만 이 대표·야당과 선명하게 입장 차를 보이는 계기가 됐다. 

김종인 지도부 들어 왼쪽으로 한발 이동한 국민의힘과 협치를 요구받는 이 대표는 야당과 정책 격차가 줄었다. 따라서 기본소득이 대선까지 갈 이슈로 예상하는 가운데 이 지사로선 실보다 득이 많았던 논쟁이었다.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사진=민주당

최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를 두고 이 대표가 야권과 대립하지만 사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이슈로 대권주자로서 이낙연표 정책으로 보기 어렵다. 이 대표가 당정청 조율, 야당과 협치 등을 고려하느라 정치적으로 발언에 한계를 보이는 당대표 시기에 이 지사의 야권 비판은 이 대표를 간접 비판하는 효과까지 얻을 수 있다. 

이 지사의 야권 비판은 그의 약점인 당내 비토세력(친문 지지자)들을 우회하는 방법이기도 하다. 2차 재난지원금 논쟁 당시에도 이 지사는 당내에서 비판을 받았다. 

본격적인 대선 경쟁은 이 대표가 당대표직을 내려놓는 내년 3월과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가 있는 4월 이후로 볼 수 있다. 그때까지 이 지사가 현재로선 친문의 지지를 받는 이 지사와 대립각을 세워 불필요한 논란을 만들기보다는 야권과의 전선을 만들어 선명성을 부각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해석된다. 

친문과 격돌 피하며 이낙연 추격하기

이 지사가 22일 문제 삼은 조선일보 기사 ‘이재명, 부동산 오락가락…이번엔 “집값 인위적 억제하면 왜곡”’은 이 지사가 현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비판했다는 내용이다. 이 지사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적극 공감하며 실제 현장에서 일어나는 부작용이나 정책의 빈틈을 메울 것을 주문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현 정부와 대립구도를 부인하는 내용이다. 

▲ 조선일보.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 조선일보. 미디어오늘 자료사진

유승민 전 국민의힘 의원이 문 대통령을 향해 “경제위기의 심각성을 알기는 아는가”, “경제는 포기한 대통령” 등이라고 비판하자 이 지사는 지난 21일 “유 의원님이 경제전문가라는 사실을 의심하게 할 정도로 그간 보수언론이 쏟아냈던 가짜뉴스를 그대로 옮기며 국민들을 호도하고 있어 우려스럽다”고 비판했다. 보수정치권과 언론을 비판하며 민주당 정치인의 정체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이 지사는 지난 18일에도 “국민의힘 소속 모 국회의원과 보수언론이 ‘이재명이 홍보비를 남경필의 두배를 썼다’, ‘지역화폐 기본소득 정책 홍보가 43%로 많다’며 비난한다”는 비판에 남경필 전 지사 때보다 소액 증가했을 뿐이고 다른 광역지자체보다 인구 당 홍보예산이 많지 않다고 비판했다. 최근 이 지사가 보수야권과 언론을 비판하는 논조를 보면 자신 또는 현 정부를 옹호하는 내용이다. 

민주당 대권주자의 성공요인은 크게 두 가지다. 야당과 싸움에서 압도할 수 있는 사람, 당내 핵심세력인 친문과 전략적 연대가 가능한 인물 등이다. 두 번째 조건은 현 정부가 남은 임기를 성공적으로 마친다는 걸 전제로 하는데 현재 이 조건에서 이낙연 대표가 유리한 국면이다. 

4월 재보궐선거 결과에 따라 당 안팎의 환경이 급변할 수 있다. 이 대표와 대립각은 4월 이후에 본격 벌어질 전망이다. 다른 말로 그전까지 환경이 크게 변할 가능성이 적다. 당분간 이 지사는 라이벌인 이 대표가 아닌 야권 비판에 집중할 가능성이 큰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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