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청문회 방불케한 국감

23일 아침신문은 윤석열 검찰총장의 발언으로 뒤덮였다. “윤석열의 야성이 돌아왔다” 중앙일보 1면 머리기사 제목이다. 중앙일보는 윤 총장이 “작심하고 직격탄을 날렸다”고 부연했다. 한겨레 1면 머리기사 제목은 “온종일 작심 발언... 윤석열의 ‘국감 정치”다. 한겨레는 “윤 총장의 거침없는 국감 태도가 정쟁의 불을 댕겼다”고 했다. 언론은 윤 총장의 직설적이고 적극적인 발언을 조명하면서도 평가에는 온도 차가 있었다. 

22일 국회에서 열린 대검찰청 국정감사는 윤 총장에게 스포트라이트가 쏠릴 수밖에 없었다. 검찰 인사문제, 윤 총장 가족 의혹, 라임 수사, 추미애 장관 아들 수사, 조국 전 장관 수사, 수사 지휘권 문제, 언론사 사주와 부적절한 만남 논란 등 이슈의 중심에 서 있기 때문이다. 

▲ 23일 중앙일보 기사.
▲ 23일 중앙일보 기사.

수사지휘권 문제와 관련 윤석열 총장은 “법리적으로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며 강경하게 말했다. 박범계 의원이 “윤석열의 정의는 선택적 정의”라고 말하자 윤 총장은 “선택적 의심이 아닌가. 과거에는 저에 대해 안 그러지 않았느냐”고 반박했다. 

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의 인사에 대해 “살아있는 권력을 수사하던 검사들이 좌천되는 일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1월 이후에는 좀 많이 노골적인 인사가 있었던 것 같다”고 했다. 윤 총장은 자신의 거취와 관련해 “임명권자인 대통령께서 총선 이후에도 적절한 메신저를 통해 흔들리지 말고 임기를 지키면서 소임을 다하라고 말씀 주셨다”고 답했다. 

라임 사건에 대한 법무부의 지휘권 행사와 관련 윤 총장은 “부당한 것은 확실하다”고 했다. 이어 그는 “사기꾼이라고는 말을 안 하겠지만 중범죄를 저질러 장기형을 받고 수감 중인 사람들의 얘기, 중형의 선고가 예상되는 사람들의 얘기 하나를 가지고 검찰총장의 지휘권을 박탈하고 검찰을 공격하는 것은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채널A, 라임사태 등 지휘권 발동에 대한 지적으로 보인다.

조중동, 윤석열에 힘 싣기

이날 보수신문은 윤석열 총장의 발언을 제목으로 전하는 기사가 많았다. “윤석열 ‘한동훈 비호? 식물 총장인데 누굴 비호하겠나’” “윤석열 ‘박상기 장관이 조국 선처해줄수 있냐고 물었다’” “검찰총장은 장관 부하 아냐... 지휘권 위법”(조선일보) 기사가 대표적이다.

중앙일보는 “윤석열 검찰총장 말이 구구절절 옳다” 사설을 내고 “이런 황당한 사태의 배경에는 정권의 뜻에 고분고분 따르지 않고 울산시장 선거의혹,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일가 비리 수사를 진행한 윤 총장의 소신이 있다는 것을 국민은 안다”고 했다. 그러면서 중앙일보는 “전 정권 관련 수사를 할 때는 정의로운 검사라고 한껏 치켜세우더니 자신들에게 칼날이 향하자 적폐 검사로 모는 여권의 자가당착”이라고 꼬집었다.

조선일보 역시 사설에서 “지금 정권은 사기범들의 말을 이용해 윤 총장을 공격하고 있다. 사건의 본질을 흐리는 행태”라고 했다. 동아일보는 “문재인 정권 이후 정치가 사법의 영엽을 자꾸만 침해하고 권력의 힘으로 지배하려는 행태가 잦아지면서 오늘의 사태를 낳은 것”이라고 했다.

▲ 23일 조선일보 기사.
▲ 23일 조선일보 기사.

양측 비판한 경향, 윤석열 비판한 한겨레

반면 한겨레는 윤 총장에 비판적인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지휘권 수용해놓고 ‘위법’... 장관 저격한 검찰총장” 기사에 이어 “수사지휘 수용하고 국감서 비난 쏟아낸 윤 총장” 사설을 냈다. 한겨레는 수사 지휘권과 관련 “사흘 전엔 곧바로 수용해놓고 국정감사장에서 뒤늦게 비난을 쏟아내는 걸 보니 당혹스럽기까지 하다”며 “윤 총장은 또 가족 관련 사건이나 언론사 사주 만남 등에 대해선 전혀 성찰하는 태도를 보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정치권의 진영논리를 비판하는 데 초점을 맞추면서 여야 모두를 겨냥했다. 경향신문은 “라임수사 사령탑 사임 속 진영논리 대결장 전락한 검찰” 사설을 통해 “추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충돌로 검찰이라는 공적 시스템이 갈수록 망가지는 모습에 우려를 금할 수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1년 3개월 전만 해도 윤 총장을 옹호하던 여당, 비난하던 야당이 정반대 주장을 하면서 부끄러운 줄 모른다”며 여야를 함께 비판했다. 보수신문이 여당의 이중성만 지적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대목이다.

▲ 23일 한겨레 기사.
▲ 23일 한겨레 기사.

백신 ‘혼란’ 어떻게 볼 것인가

독감 백신 접종 후 사망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질병관리청과 각 지자체에 따르면 22일 오후 9시 기준 독감 예방접종 후 사망 사례는 총 28건이다. 

조선일보는 22일에 이어 23일에도 백신으로 인한 문제를 강조했다. 조선일보는 1면 “같은 날 같은 공장에서 생산된 독감백신 맞고 사망한 경우 처음 나와” 기사에서 이 문제를 다루며 “제조 과정에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라고 했다. 이어 조선일보는 “11, 22번째 사망자 백신 7만명 맞아... 정은경, 폐기하나” 기사를 내고 “독감 백신 안전성에 대한 우려가 점점 커지고 있다”고 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22일 1면 머리기사에 “엿새간 10명 사망, 독감백신 쇼크”를 내고 이 문제를 가장 적극적으로 보도했다. 중앙일보는 23일 “28번째 사망 ‘독감백신 접종 당분간 멈추자’”기사를 통해 백신 접종을 멈추자고 주장하는 의사들의 발언을 부각했다.

▲ 23일 조선일보 기사.
▲ 23일 조선일보 기사.

보건당국은 신중한 입장이다. 사망 사고의 인과관계가 분명하지 않고, 코로나19에 독감이 겹치면서 백신 접종을 하지 않은 데 따른 피해가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는 국내 뿐 아니라 수입 백신 접종 후 사망으로 이어진 경우도 있어 특정 백신 제품의 문제로 보기는 힘들다는 점을 전했다. 

한겨레는 “단기간에 접종 인원이 집중되면서 대기시간이 길어진 문제가 고령층 건강상태에 영향을 줬을 가능성이 있다”며 “날씨 탓에 뇌졸중, 심근경색 등의 발생 빈도가 높아지는 데다, 대기시간까지 길어지면서 백신을 접종한 고령층의 건강에 영향을 끼쳤을 수 있다”고 했다. 한겨레에 따르면 19일부터 21일까지 300만명이 넘는 어르신이 예방접종을 맞았다.

경향신문은 “예방접종과 사망 간 직접적 연관성이 낮은 데다 오히려 적기 접종을 놓쳐 독감이 유행하는 경우 고위험군의 피해가 더 커질 수 있다”면서 “더불어 방역당국은 열린 시각으로 유연하게 이 문제를 대처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경향신문은 예방접종 기간을 늘리는 식으로 개개인이 접종을 늦출 수 있는 방안 등을 신중하게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CJ대한통운 대책 나왔다

택배노동자 사망 사고가 이어지는 가운데 CJ대한통운 대표가 22일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과하고 대책을 발표했다. CJ대한통운은 택배물을 분류하는 지원인력을 4000명 투입해 택배노동자 작업 시간을 줄이고, 내년 상반기까지 산재보험을 모두 가입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건강검진 주기 단축, 시간선택 근무제 도입 등도 발표했다. 택배노동자 과로사 대책위원회는 “실효성 있는 대책”이라며 환영했지만 구체적인 이행계획이 보이지 않고, 산업재해 보험료의 전액 사용자 부담 등이 빠진 점을 지적했다.

이날 신문들은 늦은 대처지만 의미 있다고 평가하며 다른 업체들도 동참해야 한다고 했다. 경향신문은 “숱한 희생 뒤에야 나온 늦은 사과와 처방이 개탄스럽다. 다른 택배업체들의 진정성이 담긴 대책이 이어지길 기대한다”고 했다. 한겨레 역시 “비록 뒷북 대책이지만, CJ대한통운은 약속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며 “한진과 로젠 등 택배업계 전체로 확산되어야 함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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