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근 전 대위가 논란이 되면서 방송가는 ‘이근 지우기’에 나섰다. 그런데 방송사마다 판단이 엇갈린다.

이근 전 대위는 유튜브 콘텐츠 ‘가짜사나이’에 교관으로 출연하며 인기를 끌어 방송가 섭외가 이어졌다. 최근 이근 전 대위의 과거 채무 문제와 성추행으로 법원 확정판결을 받은 사실 등이 드러나자 방송사들은 VOD를 삭제하고 현재 제작 중인 방송의 경우 편집하는 방식으로 대응하고 있다.

SBS ‘집사부일체’는 이근 전 대위 출연분 2회차 VOD를 삭제하고 현재 촬영 중인 ‘정글의 법칙’에서 이근 전 대위를 통편집하기로 했다. 삭제된 ‘집사부일체’는 이근 전 대위가 교관으로 출연해 출연자들에게 훈련을 시키는 내용이다. JTBC ‘장르만 코미디’ 역시 이근 전 대위가 출연한 에피소드를 삭제했다. MBC는 ‘라디오스타’ 이근 전 대위 출연분의 클립 영상(짧은 편집 영상)을 삭제했으나 풀버전 VOD는 삭제하지 않았다. MBC ‘라디오스타’에선 이근 전 대위가 패널 가운데 1명으로 출연해 토크를 했다.

MBC관계자는 “클립 특성상 유포가 더 많이 돼 확산을 선제적으로 막는 차원에서 삭제하기로 했지만 출연자가 현재 법적으로 큰 문제가 있거나 파렴치범이라고 볼 정도는 아니라고 판단해 VOD는 삭제하지 않았다”고 했다. SBS는 OTT 웨이브에 “출연자 사생활 논란”을 이유로 관련 영상을 삭제했다.

▲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 MBC ‘라디오스타’ 화면 갈무리.

출연자 논란에 따른 VOD 삭제는 이전에도 있었다. 정준영 사건 당시 KBS는 2013년 12월1일부터 2019년 3월10일까지 ‘1박2일’ 방영분을 삭제했다. JTBC는 2016년 방송된 '히트메이커'를 삭제했고, 엠넷은 로이킴이 출연한 ‘슈퍼스타K 시즌4’(2012년 방영)를 삭제했다. 

방송사들은 논란이 될 때마다 내부 논의를 거쳐 VOD 삭제 여부를 논의하고 있는데 기준이 불분명해 문제라고 보는 시각도 있다. 

한 지상파 관계자는 “어느 시점부터 삭제해야 할지 모호하고, 특정 출연자가 문제가 된다고 콘텐츠 자체를 삭제하는 게 맞는지 모르겠다”며 “시청자 입장에선 특정 출연자 한 명 때문에 원하는 콘텐츠를 볼 수 없을 수 있다. 사안이 심각한 것과 별개로 몇 년이 지나거나, 몇 년 치를 통째로 삭제할 정도로 대응해야 한다고 보지는 않는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방송사 판단에 따라 콘텐츠를 삭제하거나 존치하는 결정을 할 수 있다. 중요한 건 판단 그 자체가 아니라, 왜 이런 결정을 하게 됐는지 시청자에게 제대로 설명할 필요가 있다는 점”이라며 “현재는 판단 배경을 잘 알려주지 않는데 이런 방식이면 (시청자들의) 반감만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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