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브로드밴드 케이블 설치·수리 업무를 맡는 하청업체가 설치 기사들을 3시간 거리의 업장으로 강제발령해 부당전보 논란이 이는 가운데 SK브로드밴드 설치수리 하청 노동자 250여명이 철회를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3명의 조합원은 지난 15일부터 국회 앞에서 무기한 단식농성 중이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19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 단식농성장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원청 SK브로드밴드와 하청업체 중부케이블은 사실상 구조조정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19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 단식농성장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희망연대노조 케이블방송비정규직티브로드지부(케비티지부)는 19일 국회의사당 정문 앞 단식농성장 앞에서 파업 선포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김예리 기자

SK브로드밴드와 전북·충청권의 케이블·망 설치수리 위탁을 맺는 중부케이블은 지난 6월19일 소속 전주센터 노동자 8명을 천안·아산·세종으로 발령했다. 케비티지부는 해당 업체서 유례 없는 장거리 강제전보인 데다, 7년 새 SK브로드밴드(구 티브로드) 하청업체에서 1600명의 설치수리 노동자 가운데 900명이 사측 압박에 퇴사한 추세에 미뤄 사실상 구조조정 의도라며 반발하고 있다. 

이들은 중부케이블 소속 4개 센터 가운데 전주센터는 비교적 조합원이 많은 업장이란 점에 미뤄 노조탄압 의혹도 제기한다. 전보 당한 8명 가운데 6명이 조합원이며, 이 중 1명은 실제 이달 초 퇴사했다. 희망연대노조는 지난 7월 전북지방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냈지만 전북지노위는 지난달 말 기각했다. 지난 6월부터 이들은 교통비로 50~100만원을 써가며 편도 3시간 거리를 출퇴근하고 있다.

▲15일부터 5일째 단식 중인 김종이 케비티지부 전주기술지회 부지부장과 이화성 조합원. 사진=김예리 기자
▲15일부터 5일째 단식 중인 김종이 케비티지부 전주기술지회 부지부장과 이화성 조합원. 사진=김예리 기자

15일부터 5일째 단식 농성 중인 김종이 케비티지부 전주기술지회 부지부장은 “한 분씩 그만두는 것 마다, 왜 이렇게 우리는 힘들게 살아야 하나 싶다. 그러나 억울해 못 그만두겠다. 20-30년동안 배우고 한 게 이것밖에 없다”며 “바라는 것은 크지 않다. 일하게 두고 내몰지 말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강제전보 당사자이자 단식 중인 이화성 조합원도 “3개월동안 장거리 출퇴근 해보니 사람 할 짓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저도 그만둘까 생각했지만 같이 싸워보자는 마음에 이 자리에서 단식 투쟁을 하고 있다”고 했다.

단식 농성 중인 권석천 케비티지부장은 “SK브로드밴드는 티브로드와 합병과 동시에 뒷짐 지는 행태를 중단하고 하청업체의 인사권을 빙자한 구조조정을 즉각 중단시키고, 하청업체를 교체해야 한다”고 했다. 또 “(합병을 승인해) 이 사태를 만든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인수합병 조건을 재점검하라”고 요구했다. 과기부는 올초 SK브로드밴드와 티브로드의 합병을 승인하면서 하청업체 노동자들의 고용 안정을 3년간 보장하라는 등의 조건을 제시했다.

중부케이블 측은 “작업 불균형이 원래 많아 맞추기 위한 전보였다. 전례가 있었는지는 무관하다”며 “지노위에서 판정 난 사안으로 전보 철회를 검토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SK브로드밴드 관계자는 “하청업체의 인사개입은 노동법 위반이라 하지 않는 선에서 추이를 지켜보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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