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로 방통심의위원 : 채널A가 뉴스 가치가 있다고 생각하면 침실 영상을 보여주고 댓글도 보도하는 게 맞다. 대단히 훌륭한 방송을 했다.
김승련 채널A 보도제작에디터 : 과거로 돌아가도 침실 영상을 방송 안 하겠다고 답 못한다.
이상로 : 서울시 건물은 국민 세금으로 만들어진 시설물이다. 국민이 침실이 어떻게 생겼는지 알아야 할 권리가 있다.
김승련 : 침실 영상이 흥밋거리로 전락시켰다는 평가는 동의할 수 없다. 하지만 침실 영상을 사용할 때 2011년 영상이라는 걸 말했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상로 : 채널A 보도는 대단히 모범적이고 교과서적인 보도였다.

고 박원순 전 서울시장의 성추행 의혹 소식을 다루면서 박 전 시장의 침실 등 집무실 영상을 보여주며 “저 집무실에서 성추행 사건이 일어난 거냐”고 발언하는 내용의 채널A 방송에 방통심의위원이 ‘훌륭한 보도’라고 격찬했다.

▲지난 7월14일 방송된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방송화면 갈무리. 당일 조간 중앙일보에 보도된 사진을 영상으로 보도했다.
▲지난 7월14일 방송된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방송화면 갈무리. 당일 조간 중앙일보에 보도된 사진을 영상으로 보도했다.

방송통신심의위원회 방송심의소위원회(방통심의위 방송소위·소위원장 허미숙)는 14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회의를 열고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2회 방영분(지난 7월14일, 7월15일)과 채널A ‘뉴스 TOP10’(7월14일)이 방송심의 규정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등’ 조항을 위반했는지 심의한 결과 행정지도 ‘권고’를 결정했다.

‘성폭력·성희롱 사건 보도’ 조항을 보면 방송은 성폭력·성희롱 사건을 선정적이고 자극적으로 다뤄서는 안 되며 가해자 책임이 가볍게 인식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와 ‘뉴스 TOP10’(7월14일) 등 두 프로그램은 박 전 시장의 성추행 의혹 소식을 전하면서 박 전 시장 집무실 평면도 사진과 2011년 집무실 영상 등을 반복해서 방송했다. 

김진 채널A 앵커는 “오늘 중앙일보와 조선일보 등에 박 시장 집무실 평면도가 나왔다. 해당 고소인 측이 피해를 호소했던 부분도 ‘박 시장의 집무실 안에서 일정 정도 행위가 이뤄졌다’는 주장이 나왔기 때문에, 그 집무실 평면도도, 저희가 한 번 조간에 나온 그대로 준비해 봤다”고 말했고 채널A는 중앙일보에 실린 평면도를 보고 만든 CG 화면을 방송했다.

김 앵커가 “그런데 그 책상 뒤쪽에 일종의 벽이 있고, 그 벽 안에 뭐랄까요. 숨겨진 공간이랄까요? 화장실과 샤워실 그리고 침실이 있다는 겁니다. 저 침실 안에서 ‘나를 안아달라’는 부적절한 성추행 행위가 있었다는 것이 고소인 측 주장”이라고 하자 패널 중 누군가가 헛웃음 소리를 냈다.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7월15일)는 박 전 시장에 대한 옹호성 댓글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진행자인 김진 앵커가 출연자에게 “박 시장이 피해자에게 보냈다는 속옷 사진이 SNS에 올린 런닝셔츠와 같은 것이냐”고 질문하기도 했다.

이날 의견진술자로 출석한 김승련 보도제작에디터가 “박 시장이 2011년 취임 당시 직접 촬영해 올린 공간 영상을 사용했다. 일부 공사 과정이 있었지만, 거의 같다. 김재련 변호사 주장이고 시청자에게 이해를 돕기 위해 사용했을 뿐”이라 설명하자, 강진숙 위원은 “성추행 의혹을 모두 덮을 순 없지만, 범죄인으로 단정하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접근하는 건 신중했어야 하지 않았냐”고 지적했다.

그러자 김승련 에디터는 “범죄인으로 단정했다는 게 무슨 의미냐”고 물었고, 강진숙 위원은 “집무실을 보여주면서 범행 장소를 묘사하는 것처럼 보인다”고 답했다. 김 에디터는 “집무실에 샤워실이 있다고 한 거지 범죄와 연결지어 말하진 않았다. 사실 책임PD가 침실 방송이 별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당부하긴 했다. 하지만 선정적으로 다루진 않았다”고 말했다.

이소영 위원은 “무엇을 다뤘느냐보다 어떻게 다뤘느냐가 중요하다. 집무실 영상을 보여주고 박 전 시장의 속옷 차림과 관련한 댓글 이야기를 한다. 다루지 말라는 게 아니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은 자칫 잘못 접근하면 굉장히 소비적이고 선정적으로 전달돼 본질에서 자꾸 멀어지는 이슈가 파생된다”고 지적했다.

이 위원은 “집무실을 보여주는 건 지나치게 과도한 정보 제공이다. 사건 본질에서 벗어나 집무실 영상을 보면서 자꾸 당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상상하게 되고 그와 관련한 걸 생각하게 된다. 저런 일이 일어날 수 있는 장소라는 상상을 하게 된다”고 짚었다.

김 에디터는 “집무실 영상을 보여준 이유는 페미니스트를 자처한 시장이 자신의 집무실에서 부적절한 행위를 했다. 저희는 고위공직자의 잘못된 행위를 비판한 것”이라고 해명한 뒤 “본질에 충실한 방송을 했다. 진행자인 김진씨가 출연자인 박용진 의원(더불어민주당)에게 속옷이 그 속옷이냐라고 말한 건 부적절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7월14일 방송된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방송화면 갈무리.
▲지난 7월14일 방송된 채널A '김진의 돌직구 쇼' 방송화면 갈무리.

심의위원들은 채널A 3개 방영분에 행정지도 ‘권고’를 의결했다. 허미숙 소위원장은 “방송 내용이 시청자에게 전달될 때 수용자에게 어떤 효과를 남기냐는 건 방송 제작자가 끊임없이 고민하고 방향을 잡아야 할 의제다. 성희롱 성폭력 사건 보도는 매우 민감해 어떻게 다루냐에 따라 큰 파장을 낳는다”며 “부차적인 걸 다루면서 확대 해석하거나 보도해 사건을 재구성하면 2차 피해를 줄 수 있다는 걸 잊어선 안 된다. 확인된 내용과 객관적으로 드러난 사건 위주로 보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소영 위원은 “선정적이고 자극적인 방식으로 다뤄선 안 된다. 표현이나 접근 방식을 절제하고 신중하게 보도해야 한다. 침실 이야기, 런닝셔츠 이야기 등을 다룬 건 문제다. 방송사의 본래 문제 의식엔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할지라도 비본질적 부분으로 시청자를 끌고 갈 수 있는 방송을 했다”고 꼬집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