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M 99.9㎒ 경기방송이 14일로 폐업 199일째를 맞은 가운데 전국언론노동조합이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방송통신위원회를 규탄하며 FM 99.9㎒ 새 사업자 공모안을 조속히 확정하고 공모절차에 즉각 돌입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경기방송 경영진은 지난 3월 한국 방송 사상 유례없는 자진 폐업을 결정, 3월29일을 끝으로 송출이 중단됐다. 방통위는 경기방송이 방송법과 상법을 위반하고 있었으며, 대표이사가 아닌 현준호 이사가 경영 전반을 장악한 비정상적 상황이었다며 지난해 말 법 위반을 해소할 강력한 재승인 조건을 부과했으나 경기방송 경영진은 재승인 조건 이행 대신 ‘폐업’을 선택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은 이날 기자회견문에서 “일방적으로 정리해고된 방송 노동자들은 장기실업의 고통 속에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고 전하며 “방통위는 그동안 조속히 사업자 공모를 실시한다고 밝혀왔지만 누구하나 이 말에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그 사이 방통위원 절반이 새로 임명됐고, 담당 공무원도 자리를 바꾸면서 일정만 더뎌지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명래 언론노조 경인협의회 의장은 “서울에 있는 방송사가 문을 닫았다면 어땠을까”라고 되물으며 “경기방송 문제를 오랜 시간 방치하는 것이 지역 차별로 보인다”고 주장한 뒤 “경기방송 폐업 이후 방통위는 조속한 시일 내 방송을 재개하겠다고 공표했지만 행정 절차만 얘기하며 상황을 방관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4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방통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정철운 기자
▲전국언론노동조합이 14일 오전 과천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방통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 모습. ⓒ정철운 기자

장주영 언론노조 경기방송지부장은 “내일이면 정파된 지 200일이다. 그간 인내하며 기다렸다. 특정 사업자를 기다리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면서까지 공모를 안 하는 이유가 궁금하다”고 말하며 “방통위는 더 이상 눈치 살피지 말고 지금 당장 방치된 99.9㎒ 주파수에 대한 사업자 공모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다. 

앞서 언론노조와 경기방송지부, 경기지역 시민단체가 연합한 ‘새로운 999 추진위원회’는 “경기도의 예산으로 운영되지만 경기도의 간섭으로부터 벗어난 소유·경영 분리의 모범이 되는 방송사를 설립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민진영 경기 민언련 사무처장은 “경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청취율에 얽매이지 않는, 도민의 목소리를 담는 방송을 만들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그런데 방통위는 아무런 이야기 없이 사업자 공모를 계속 지연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방통위 지상파방송정책과 관계자는 14일 “많은 압박을 받고 있다. 오늘도 압박을 받았다. 국정감사에서도 공모절차를 빨리 진행하라는 이야기가 나왔다”며 “조속히 하겠다는 것이 우리의 입장”이라고 재차 밝혔다. 

이같은 상황에서 경기도 행보에 시선이 쏠린다. 경기도는 경기방송 폐업 직후 ‘경기교통방송 설립 타당성 검토’ 연구용역을 발주했으며 지난달 14일에는 경기도주식회사 설립 및 운영 조례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개정안에는 경기도 주식회사 사업 종목에 방송사업을 추가하는 내용이 담겼다. 

경기도 주식회사는 경기도가 초기 자본금 60여억원 중 12억원(20%)을 투자한 경기도 출자기관으로, 앞으로 공모가 시작될 FM 99.9㎒ 주파수 사업자 자격을 갖추기 위한 절차에 나선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경기도 관계자는 14일 “여러 말들이 많은데 아무것도 결정된 것이 없다”고 밝혔으며 “연구용역 결과는 연말까지 나오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한편 장주영 경기방송 지부장은 이날 청주방송과 OBS 등 사례를 언급하며 “청주방송과 OBS, 경기방송 문제의 본질은 갖다. 사주 이익을 위해 마른걸레 쥐어짜듯 제작비를 깎고 청취자와 시청자를 외면하고 심지어 폐업을 운운한다. 지금은 (자진 폐업 사례가) 경기방송 하나지만, 이대로라면 방송 질서가 무너질 것이다. 사주들의 모럴 헤저드(도덕적 해이)가 도를 넘었다”며 방통위가 공모절차와 더불어 민영방송 대주주의 전횡을 막을 수 있도록 방송법 개정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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