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10월 국정감사에 EBS ‘펭수’를 참고인으로 부르겠다는 합의가 알려지자 여론은 좋지 않았다. ‘왜 펭수를 건드리냐’부터 ‘현안이 많은데 왜 펭수를 부르냐’, ‘쇼하냐’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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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일 황보승희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어제 오늘, 주변에서 연락 많이 받았다”며 “펭수를 국감장에 부르지마라 라는 의견이 많으셨다”고 썼다. 황보승희 의원은 “제가 관심받고 싶어서나 펭수를 괴롭히고자 함이 절대 아니다”라며 “그리고 펭수는 참고인이기 때문에 본인이 원하지 않으면 나오지 않아도 된다”고 적었다.

황보승희 의원은 “제가 펭수를 참고인으로 요청한 이유는 크게 세가지”라며 △펭수 등 캐릭터가 EBS 경영환경 개선에 큰 도움이 됐다는데, 캐럭터 저작권을 정당하게 지급하는지 수익구조 공정성을 점검하고 △펭수 등 캐릭터연기자가 회사에 기여한 만큼 그에 맞는 합당한 대우를 받고 있는지 △EBS가 휴식 없이 과도한 노동을 요구하는 등 열악한 근무환경에서 근무하는지 확인하기 위함이라고 밝혔다.

황보승희 의원의 ‘펭수 부르기’가 비판 받는 이유는 지금까지 국감장에서 눈요기로 황당한 등장인물을 동원해 관심을 받으려는 사례가 있었기 때문이다. 예를들어 2018년 10월 국정감사에서 국정감사장에 뱅갈고양이를 대동해 동물학대 논란을 일으킨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의 사례. 튀는 행동을 해서 스스로 뉴스화를 노리고 온갖 신문과 온라인에 등장하려는 전략이다.

이런 사례 때문에 이번 ‘펭수부르기’에도 곱지않은 시선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EBS ‘자이언트 펭TV’에서 펭수는 캐릭터를 넘어 하나의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실정인데 펭수 ‘연기자’라는 사람이 분리돼 나온다면 ‘펭수’의 세계관은 무너지고 만다. 그렇다고 펭수 탈을 쓰고 등장한다면 앞서 언급한 뱅갈고양이 같은 상황이 전개될 수도 있다.

▲EBS '자이언트 펭TV'
▲EBS '자이언트 펭TV' 펭귄 의혹 전격 해부편. 

펭수 그 자체를 부르는 것은 ‘쇼’일지 모른다. 하지만 황보승희 의원이 제기한 물음은 EBS 측에 충분히 물어볼만 하다. EBS가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펭수는 지난해 11월부터 지난 7월까지 광고 모델, 협찬 수익(28억3000억원), 다른 회사에 이미지 상표권 등을 판매한 수익(14억2000만원), 별도의 라이선스 상품 수익(58억8000만원) 등 총 101억3000만원의 매출을 올렸다.

그러나 정확한 분배 금액과 비율에 대해선 영업비밀이라고 했다. EBS는 “펭수 연기자 신분은 직원이 아닌 프리랜서 출연자로서 일반 직원 고정 급여가 아닌 프로그램 출연자 계약에 근거한 회당 출연료를 지급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펭수의 계약 조건은 알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EBS 측은 미디어오늘에 지난 3월 “펭수의 건강관리를 위해 1일 촬영하면 1일 휴식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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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펭수라는 캐릭터의 특성상, 출연료만으로 충분치 못하다는 지적도 있다. 다른 캐릭터탈과는 다르게 펭수가 큰 사랑을 받은 이유는 펭수를 연기한 연기자의 즉흥성, 대담성까지 합쳐져 스스로 정체성을 창작했기 때문이다. 

신정아 한신대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초빙교수는 2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펭수라는 캐릭터는 기존의 EBS의 캐릭터탈과 다른 것이 기존의 캐릭터탈은 작가가 쓴 대본으로 연기자가 액션을 한다는 개념이었지만 펭수는 연기자 스스로가 창작을 한다고 말할 수 있다”며 “출연료에 그칠 것이 아니라 저작권자로서 인정을 받고 정당한 대가를 받고 있는지는 꼭 점검해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꼭 국감에 펭수를 부르지 않더라도 이슬예나 ‘자이언트 펭TV’ PD나, EBS 저작권 담당자를 불러 물을 수 있을 것”이라며 “펭수의 연기자가 어떤 식으로 계약이 돼있는지, 이익 배분은 별도의 새로운 계약을 하고 있는지, 저작권은 공유하고 있는지 등을 물어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신 교수는 “펭수에게 생명력을 깊이있게 구축하는 ‘창작권’을 인정하지않는다면 저작권 침해”라며 “펭수 연기자의 창작이 없었다면 사람들이 열광하는 펭수는 불가능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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