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서해에서 실종된 공무원 피격 사건에 대해 25일 사과했다. 북한 노동당 통일전선부 명의의 대남 통지문을 통해서였다. 문 대통령이 북한 당국에 책임있는 답변과 조치를 요구한 지 하루만이다.

26일 토요일 지면 신문을 발행하는 주요 종합 일간지는 모두 1면 머리기사에 해당 이슈를 배치했다. 언론은 북한의 이례적인 사과로 인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치닫진 않을 것이지만 시신훼손 등에 대한 양측 입장이 갈려 진실공방은 남았다고 전했다. 

경향신문 “북한 김정은 위원장 ‘불미스러운 일…남녘동포에 대단히 미안하다’”
국민일보 “김정은 ‘미안하다’했지만… ‘사살은 근무규정’ 주장”
동아일보 “北 ‘미안하다’ 면서도 ‘규정따라 사격’ 강변”
서울신문 토요판 신문 없음
세계일보 “김정은 깜짝 사과…‘불미스러운 일, 대단히 미안’”
조선일보 “만행이라더니...김정은 ‘미안’ 한마디에, 반색하고 나선 文정부”
중앙SUNDAY “합참은 월북이라는데, 북한은 ‘도주할 듯해 쐈다’”
한겨레 “김정은 ‘대단히 미안’ 파국 피해 이례적 사과”
한국일보 “김정은 사과, 국제적 공분·남북 긴장 ‘불끄기’”

언론, 김정은 사과 ‘이례적’…조선일보 ‘반색하는 문 정부’

언론은 공통적으로 북측의 사과가 매우 이례적이라고 평가했다. 이례적 사과를 통해 남북관계가 ‘최악’으로 갈 것은 면했지만 국민 분노는 쉽게 꺼지진 않을 것이며, 특히 남측 군의 늦장대응과 정부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사망한 공무원이 북한에 간 이유가 무엇인지 등 논쟁이 남아있다.

경향신문 1면 “북 최고지도자 대남 사과 이례적”, 국민일보 1면 “북, 정부 성명 하루만에 이례적 사과”, 세계일보 1면 “이례적인 일”, 중앙SUNDAY 1면 “이례적 사과 담은 통지문 보내”, 한겨레 1면 “최고통치자가 하루 만에 직접 사과”, 한국일보 1면 “전례없는 통지” 등 공통된 평가를 내렸다.

▲26일 한겨레 1면.
▲26일 한겨레 1면.

한국일보는 1면에서 북한의 사과에 대해 “통전부 차원의 유감 표명에 이어 김 위원장의 직접적인 사과 메시지까지 담아 북한으로선 사실상 최고 수위의 유감을 전한 것”이라며 “실제로 공식 문서로 북한이 사과문을 보낸 것은 전례가 없다. 북측은 1968년 1월 발생한 청대 무장공비 침투사건은 4년이 지난 후 구두 사과를 했고 1976년 판문점 도끼살인 사건은 남측이 아닌 유엔군에 유감을 전했다”고 정리했다.

한국일보 기사는 이 같은 빠른 사과가 △정상국가 지도자 이미지 만회 △이번 사건 지시와 무관함 드러내기 △남북관계 상황 관리 △11월 대선 이후 북미 비핵화 협상 염두에 둔 것 등의 효과를 기대한 조치라고 분석했다.

▲26일 조선일보 1면.
▲26일 조선일보 1면.

이례적인 사과를 언급한 다른 종합 일간지와는 달리 동아일보 1면 머리기사는 그러한 평가를 담지 않았고 조선일보 1면 머리기사는 청와대 고위 관계자들이 ‘이례적 사과’라고 말한 것을 두고 ‘반색하고 나선 문 정부’라고 제목을 지었다. 

이례적 사과 이후 ‘진실 공방’ 남아

동아일보 1면은 “북한이 사실 확인이 어려운 일방적인 주장으로 잔혹한 살해 과정을 은폐했을 가능성”을 강조했고 조선일보 1면도 “시신 훼손, 월북 시도, 총격 상황, 상부 지시 등 핵심 쟁점에서 우리 군 당국 발표와 상당히 다른 입장을 밝혔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처럼 이례적 사과 이후 ‘진실 공방’이 남은 상황이다. 경향신문은 2면에서 “북측이 밝힌 내용은 국방부가 발표한 내용과 큰 틀에선 같다. 하지만 실종자의 월북 의사 표시와 북측 상부의 사격 명령, 시신을 불태웠는지 여부 등에 대해서는 양측 발표 내용이 확연히 다르다”고 지적했다. 북측은 ‘불법침입자’를 행동준칙에 따라 사살했고 시신을 불태우고 유기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26일 한겨레 5면.
▲26일 한겨레 5면.

한겨레도 1면 기사에서 “불안 요소는 여전하다. 민간인 총격 사망의 충격이 여전한데다, 남북 양쪽의 주장이 엇갈리는 주검 훼손 문제가 남은 탓”이라며 “주검이 발견되지 않고 희생자의 사망 과정에 대한 의혹이 해소되지 않으면, 한국 사회의 반북 정서가 강화되고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노력은 급격하게 동력을 상실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한겨레는 5면 기사 “‘진상파악 열쇠’ 주검은 어디에…남북 공동수색 필요”에서 “북한 쪽 설명이 사실이라면, 희생자의 주검은 사망 지점인 옹진반도 남단의 등산곶 주변에 떠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남북 공동수색을 해 진상 파악을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26일 한국일보 3면.
▲26일 한국일보 3면.

한국일보는 3면 기사 “‘시신 태웠다’ ‘혈흔만 있었다’...남북, 누군가는 거짓말” 기사에서 “월북하겠다는 비무장 민간인을 북한이 즉결처분한 것이라면 북한 국제 사회에서 궁지에 몰릴 터”라며 북한의 설명에 대해 “파장을 의식한 북한의 면피성 해명일 가능성이 상당하다. 비무장 민간인 사살은 유엔 인권이사회나 국제사법재판소(ICC)로 전선이 옮겨갈 수 있고, 전쟁 중 민간인 보호를 위한 제네바협약 위반 소지도 다분하다”고 썼다.

조선일보는 26일 사설 3개 “北 막을 수 있었던 文은 공연관람까지, 행적 다 밝히라”, “軍이 秋 아들 구하는 노력 절반만 했어도 北 만행 막았을 것”, “‘내가 안했다’ 김정은 사과, 文은 ‘金 생명 존중 경의’ 친서 공개” 등을 내며 북한의 행위와 남측 정부의 대응을 강하게 비판했다.

조선일보는 사설에서 “(북측과 남측 입장의) 가장 큰 차이는 시신이 아니라 부유물만 소각했다는 것”이라며 “야만적 처사를 ‘현장 군인들의 불법 침입자 사살’ 사건으로 성격을 바꾸려는 것”이라고 썼다. 이어 “이것이 사실이라면 신(神)과 같은 김정은이 사과하게 만든 그 군인들은 목숨을 부지하지 못한다”고도 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 언론사 포함에 “오죽하면”

28일 법무부가 징벌적 손해배상제의 본격 도입을 위해 입법예고를 할 예정이다. 이번 상법 개정안에 언론사도 포함된다.

한겨레는 26일 사설 “오죽하면 언론에도 ‘징벌적 손배’ 법안 나왔겠는가”에서 “언론사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 표현의 자유를 침해할 것이라는 우려도 수긍할 수 있지만, 언론의 신뢰와 영향력을 높여 본연의 역할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가짜뉴스 억제책은 긴요하다”고 썼다.

이어 “형사처벌 방식을 지양하고 입법 과정에서 정교한 오남용 방지책을 마련함으로써 정당한 비판 보도가 위축될 위험을 제거한다면 징벌적 손해배상제가 가짜뉴스 대응의 합리적 대안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또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보다 언론계의 성찰과 자정 노력이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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