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에서 성평등센터 설립 후 사내 성희롱 사건 9건의 신고가 있었고 7건을 징계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조명희 국민의힘 의원이 KBS에서 받아 25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성범죄 신고가 2017년엔 없었고, 2018년 1건, 2019년 6건, 2020년 2건이 있었다. 이중 지난해 2건 기각한 것을 제외하고 나머지 7건은 감봉·정직 등 중징계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 서울 여의도에 위치한 KBS 사옥

 

KBS는 ‘미투’ 운동 분위기에 힘입어 지난 2018년 7월 직장 내 성범죄 등을 전담하는 성평등센터를 만들었다. 2017년에 조사 건수가 없었지만 2018년 설치한 성평등센터가 자리를 잡으면서 2019년 성희롱 신고가 증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올해 여전히 성희롱 신고와 징계가 2건 있었다. 지난해에 비해 실제 성희롱 범죄 자체가 감소한 것인지, 미투 운동 분위기가 흘러가면서 신고가 줄어든 것인지 점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KBS 2017년~2020년 사내 성희롱 사건 처리현황. 자료=조명희 의원실
▲ KBS 2017년~2020년 사내 성희롱 사건 처리현황. KBS는 피해자 보호 및 피해예방을 위해 구체적 사건 내용과 관련자 정보는 공개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자료=조명희 의원실

 

다른 공영방송도 비슷한 분위기다. 조 의원이 EBS에서 받아 이날 공개한 ‘최근 5년간 EBS 직원 성범죄 현황’ 자료를 보면 미투 운동이 한창이던 2018년 2건의 성희롱 사건으로 각각 ‘견책’ 징계가 있었고, 지난해 성희롱 사건 1건이 발생해 ‘정직 3월’ 징계가 있었다. 미투 운동 이전이나 올해는 관련 징계가 없었다. 실제 징계받은 이들의 직급을 보면 부장, 선임급 등으로 성폭력이 사내 권력관계에서 발생한 것을 알 수 있다. 

▲ EBS 최근 성희롱 징계 현황. 자료=조명희 의원실
▲ EBS 최근 성희롱 징계 현황. 자료=조명희 의원실

 

한편 지난 2018년 방송계갑질119와 방송스태프노조준비위가 조사한 방송계 성폭력 실태조사를 보면 방송현장 노동자 중 89.7%가 성폭력 피해를 경험했다고 답했다. 성폭력 발생원인으로 성폭력 행위자와 권력관계(78.5%), 성폭력을 가볍게 여기는 조직문화(66.5%)를 꼽았고, 성폭력 발생시 참고 넘어간 이유에 대해 신분상 열악한 위치(57.7%), 문제제기해도 해결될 것 같지 않아서(55.8%) 등의 답변비율이 높았다. 

여전히 스태프 등 방송계 비정규직의 경우 성폭력에 노출되더라도 제대로 신고조차 하지 못하는 분위기가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계 특성상 방송사 소속이 아님에도 함께 일하는 비정규직이 많지만 이들은 사각지대에 존재하는 셈이다. 

이에 조명희 의원은 “성범죄 처리건수가 올해 수치적으로는 줄었지만 이것이 전체 성범죄가 줄었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며 “오히려 미투 운동과 같은 사회적 화두가 침체하면서 피해자들의 신고 건수도 줄어든 건지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조 의원은 “여전히 방송계는 성범죄에 노출됐음에도 신고하기 어려운 분위기라는 점을 볼 때 근본적인 조직문화 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