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MBC가 1990년대부터 지속해온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 3가지 가운데 일부를 수용키로 한 데에 시민사회와 정당이 “이행여부를 지켜보겠다”고 밝히는 한편 일부 불수용 결정을 비판했다.

대전MBC 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는 23일 오후 입장문을 내고 “정규직 전환하겠다는 대전MBC의 결정을 대단히 환영”한다면서도 “아나운서 직군의 채용성차별 사실에 대해 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모습을 보임으로써 인권위 권고안 수용의 의미를 스스로 퇴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공대위는 “대전MBC가 일부 수용하겠다고 밝힌 여성 아나운서의 정규직 전환을 진행하며 인권위 결정문의 취지에 맞게, 신규채용 절차를 진행하는 등의 꼼수 없이 그간의 경력을 인정해야 할 것”이라며 “전환 과정에서 진정인 여성 아나운서에게 유무형의 압력이 가해지지 않도록 주의를 기울이길 당부한다”고 밝혔다.

▲대전MBC 로고
▲대전MBC 로고

공대위는 대전MBC가 거부한 인권위 권고 내용도 이행하도록 촉구했다. 이들은 “공영방송으로서 인권위의 권고에 따라 성차별적 채용 관행을 해소대책 마련에 있어 진정성 있는 태도로 임하기 바란다”며 “인권위 진정을 이유로 진정인들에게 불이익을 가한 사실을 인정하고 이에 대한 위로금을 지급하라는 인권위의 권고를 이행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했다.

대전MBC는 18일 인권위에 권고 일부수용 입장을 밝히며 “공정한 채용 시스템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오인되지 않기를 바란다”거나 “대전MBC는 동일 업무 및 지휘 감독과 관련해 다툼의 소지가 다수 존재한다”고 밝히고, 위로금 지급은 거부했다. 공대위는 “조직의 성차별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불이익을 가하고도 이를 방송 편성의 자율성을 빙자해 면피하려 한다면 이후 어떤 구성원이 대전MBC 내부의 문제에 대해 시정을 요구할 수 있을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꼬집었다.

공대위는 “대전MBC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권고안을 성실하게 이행하고 채용성차별 관행을 근절해나가는 모습을 끝까지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대전MBC아나운서 채용성차별 문제해결을 위한 공동대책위원회’는 지난 6월18일 오전 서울 상암동 MBC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인권위 결정을 환영하며 대전MBC는 여성 아나운서를 정규직으로 전환하고 채용 성차별 관행을 시정하라”고 촉구했다. 사진=김예리 기자

정의당도 이날 대전MBC의 수용한 대목엔 환영하면서도 성차별 채용 자체를 인정하지 않는다고 비판 입장을 냈다.

조혜민 정의당 대변인은 오후 브리핑에서 “(대전MBC가) 이제라도 입장을 밝히며 전환 의지를 밝힌 것은 환영할 만하나 성차별 채용 자체에 대해 인정하지 않은 것은 아쉬울 뿐”이라며 “인권위가 대전 MBC에 권고한 사항들을 성실히 이행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지켜보고 필요한 목소리를 내겠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지 6월17일 대전MBC에 이른바 프리랜서로 채용된 유 아나운서가 낸 채용 성차별 진정을 두고 대전MBC와 대주주 MBC 본사에 문제 관행을 시정하고 재발방지책을 마련하라고 권고했다. 또 유 아나운서를 포함한 채용 성차별 피해자들을 정규직 전환하고, 불이익을 가한 데에도 위로금 500만원을 지급하라고 했다. MBC 본사에는 전국 지역계열사의 채용 성차별 실태를 조사해 대책을 마련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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