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인 OOO 집’, ‘XXX 집 한강뷰 럭셔리한 인테리어 화제’, ‘반포OO 아파트 구입한 연예인 XXX’ 등.

MBC ‘구해줘 홈즈’, SBS ‘나의 판타집’, tvN ‘신박한 집’, EBS ‘건축탐구 집’ 등 최근 집을 소재로 다양한 프로그램이 주목받지만 프로그램이 끝나면 수많은 질문들은 ‘OOO 집 어디죠?’로 모아진다.

수많은 인기 유튜버들도 돈과 부동산 등 자산, 재테크를 이야기한다. 부자들 이야기를 전하는 유튜버 ‘신사임당’의 구독자는 102만명이다. 15만 구독자를 둔 ‘N잡하는 허대리’의 경우 회사원들에게 월급 외 재테크 방법을 알려주며 인기를 끌었다.

돈을 대놓고 이야기하는 프로그램도 생겼다. EBS ‘돈이 되는 토크쇼 머니톡’은 보험, 연금, 부채상환, 노후준비 등 재무 전문가가 나와 재무관리를 해준다. 포스트 코로나19 시대, 버는 돈은 한정되지만 소비를 잡아 현명하게 살자는 것이 기획 취지다. 유튜브 방송이지만 KBS ‘구라철’의 경우 장사가 잘되는 카페에 들어가 “이 카페 하루 매출 얼마예요?”라고 물어보기도 하고 연예인 행사비 등을 공개하기도 했다.

정재응 EBS 머니톡 PD는 “돈에 대한 이야기는 굉장히 중요한데도 돈 이야기를 꺼내기만 하면 ‘투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며 “‘머니톡’의 경우 일상 속에서 나도 모르게 새는 소비를 잡아주고 ‘숨어있는 돈’에 집중해 재무 설계를 하는 데 도움을 드리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특히 연금, 보험 등은 굉장히 많이 공부해야 하고 일부 보험사 등은 제대로 된 설명을 제공하지 않기 때문에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쓰고 있는 돈을 공부해볼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더 나은 미래의 삶을 준비할 수 있게 도울 수 있다”고 전했다.

▲EBS '돈이되는 토크쇼 머니톡'에서는 의뢰인의 소비에서 새는 돈을 지적해주는 등 재무 설계를 해준다. 사진=머니톡 화면.
▲EBS '돈이되는 토크쇼 머니톡'에서는 의뢰인의 소비에서 새는 돈을 지적해주는 등 재무 설계를 해준다. 사진=머니톡 화면.

 

"돈 이야기 빼놓는 건 오히려 비현실적"

최근 부동산을 자산 관점으로 바라본 MBC ‘돈벌래’는 ‘투기 조장’이라고 비판 받았다. 정덕현 문화평론가는 “투자에 대한 정보가 쏟아지는 시대 어떤 미디어에서 다루느냐에 따라 의미가 달라진다”며 “지상파와 같이 영향력이 큰 곳에서 부동산을 투자 관점으로 다루면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CBS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에서도 18일 해당 프로그램을 다뤘고 강유정 강남대 교수는 이 프로그램에 대해 “부동산 정보는 너무 과다해서 문제라며 사람들의 관심이 모두 부동산에 쏠려서 문제인데 굳이 하나 더 생기는 건 별로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재테크나 투자는 곧 ‘생존’이고 더 활발하게 다루고 이야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월급으로 집을 살 수 없는 시대, 또 저금리 시대에선 재테크에 관심을 갖는 게 당연하다는 것이다. 재테크는 노후자금이나 자녀 학자금을 고민하는 중년층만의 것은 아니며 시대를 초월한 관심으로 확장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사회 초년생을 위한 머니레터 ‘어피티’(UPPITY)를 설립한 박진영 대표는 “밀레니엄 세대가 투자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예전처럼 4인 가족이라는 형식이 깨졌고 일에 대해서도 ‘평생 직장’이라는 개념이 사라지면서 불안뿐 아니라 미래 대비가 꼭 필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우리나라처럼 돈에 대해 관심이 많으면서도 돈 이야기에 함구하는 문화가 또 있을까 싶다”고 전했다.

박 대표는 “예를 들어 실제로 주식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주식이 돌아가는 상황을 공부하고 싶은 사람도 있다. 이런 돈에 대한 공부를 모두 ‘투기’라는 식으로 부정적으로 말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어떤 세대든 투기 광풍은 있었다. 우리 세대가 돈에 관심을 갖는 것을 투기라고 치부하고, 상식적 투자도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있기도 하다”고 지적했다.

▲머니 뉴스레터 '어피티'의 홈페이지.
▲머니 뉴스레터 '어피티'의 홈페이지.

돈 관련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한다는 논리도 있다. 서정문 MBC‘돈벌래’ PD는 “돈벌래는 최근 2-3년간 급등한 부동산 시장에서 불안과 혼란을 겪고 있는 시청자들께 부동산에 대한 좀 더 정확한 전망과 정보를 드리기 위해 기획한 프로그램”이라며 “ 부동산은 공공재적인 성격과 투자 자산으로서의 성격을 함께 품고 있는데 부동산에 대한 두 가지 측면을 모두 프로그램에 담으려고 했다”고 전했다.

서 PD는 “수많은 사람들이 부동산과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하는데 방송에서는 건축의 아름다움이나 인테리어 위주로 보여주는데 이는 부동산의 한 부분만 다루는 것”이라며 “부동산에서 돈 이야기를 빼놓는 건 비현실적”이라고 전했다.

서 PD는 부동산 자산에 대한 이야기가 오히려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그는 “부동산 정보 제공은 정보의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다”며 “예를 들어 어떤 지역에 GTX가 들어선다고 하면, 보통 부동산 카페나 ‘유료 강연’ 등에서 접하게 되는데 이 정보를 방송에서 제공하는 것이 부동산 투자에 밝은 사람과 일반 시청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성을 해소할 수 있다고 봤다”고 전했다.

이어 “공영방송이 부동산을 자산 관점에서 조명하는 걸 죄악시한다면 스스로 답을 정해놓고 프로그램을 보는 것”이라며 “재테크가 생존이 돼 버린 시대에 자산 관점을 떼어놓고 부동산 이야기를 하는 건 시대 상황을 외면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MBC '돈벌래' 화면.
▲MBC '돈벌래' 화면.

김헌식 문화평론가는 “부동산에 대한 자산 관점은 시청자들이 원하는 정보의 부분이기도 하고, 방송에서 다룰 것이냐 다루지 않을 것이냐에 대한 이야기보다는 어떻게 다뤄야하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한다”며 “단순히 연예인의 집이 얼마다, 건물이 얼마다 하는 식의 접근이 아니라 왜 이 부동산의 가격이 이런지 여러 관점에서 짚어주고 이것이 적절한 지 적절하 지 않은지 등의 깊이있는 이야기를 해야 한다. 단순히 가격에 대한 이야기로만 다가가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성상민 문화평론가는 “MBC ‘경제야 놀자’ 등 이전부터 공영이나 민영을 가리지 않고 많은 방송국들이 경제, 투자 정보 프로그램을 만들었다”며 “다시 이런 프로그램이 부상하는 까닭은 저금리가 오랫동안 지속되고, 예금 저축으로 더 이상 목돈을 모으는 것이 어려운 상황에서 어떻게든 자녀 교육이나 노후 등을 위한 자금 형성을 해야만 한다는 심리에 있다”고 전했다.

성 평론가는 “자금을 만들어야만 한다는 심리를 방송사들이 마냥 무시할 수 없다”면서도 “투기를 부추기는 것보다 기초 투자 상식부터 합리적 투자법, ‘감언이설에 속지 않는 방법’ 등 투자가 기본이 되는 사회에서 최소한으로 갖춰야 할 정보를 알려줄 수 있는 쪽으로 다뤄야 한다”고 짚었다.

저작권자 © 미디어오늘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