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지난 9일 공개한 오리지널 다큐멘터리 ‘소셜딜레마’(The Social Dilemma, 감독 제프 올롭스키)는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유튜브의 전·현직 종사자들이 소셜미디어 중독성을 경고하는 내용이다. 소셜미디어 알고리즘은 인간이 소셜미디어에 중독되도록 설계됐고, 소셜미디어 중독은 인간을 극단적 의견을 가진 사람으로 만든다. 결국 소셜미디어는 민주주의에 해악을 끼친다는 것. 

소셜딜레마는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 전 구글 디자인 윤리학자를 중심으로 전·현직 소셜미디어 종사자들을 인터뷰했다. 트리스탄 해리스는 현재 ‘인간적 기술센터’(Center for Humane Technology) 공동 창업자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지메일(Gmail)팀에 있을 때 수신함 모양과 색깔은 지겹게 이야기했지만 이메일 중독에 대해서는 아무도 듣지 않는 것 같았다”며 구글 동료 20여 명에게 메일을 보내 ‘메일 중독’이라는 화두를 던진 경험을 전했다. 그의 문제 의식을 담은 메일은 임원에게도 입소문이 났지만 구글이 변한 것은 없었다. 

해리스는 “소셜미디어는 인간에게 사용되길 기다리는 ‘도구’가 아니다”라며 “소셜미디어는 특정한 목적(이윤)이 있고,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인간 심리를 이용한다”고 말했다. 해리스는 “MIT 연구에 의하면 트위터에서 가짜뉴스는 진짜 뉴스보다 6배 빨리 퍼진다”며 “한쪽이 다른 쪽보다 6배나 유리한 게임을 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이어 “우린 거짓 정보에 편향된 시스템을 만들어버렸다”라며 “거짓 정보가 회사에 더 이익이 될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영화.
▲넷플릭스 '소셜딜레마' 포스터. 사진출처=네이버영화.

누구나 한 번쯤은 들어본 이 주장에 우리는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그래도 유용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잖아?”, “알고리즘을 통해 내가 좋아하는 정보만 선별해준다면, 내 시간을 오히려 절약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스마트폰으로 시간을 허비하는 게 아니라 유용한 정보를 얻는 건데” 등등. 

소셜미디어 사용을 합리화하는 이들에게 컴퓨터 과학자이자 ‘가상현실의 아버지’라는 별명을 가진 재런 러니어(Jaron Lanier, ‘미래는 누구의 것인가’ 저자) 박사는 위키피디아와 소셜미디어를 비교하며 유해성을 설명한다.

“위키피디아는 검색하는 모두에게 똑같은 결과를 보여준다. 만약 위키피디아가 검색하는 상대에 따라 단어 검색의 다른 결과를 보여주고, 그걸 통해 돈을 번다고 생각해봐라. 그걸 공정하다고 말할 수 있나? 아닐 것이다. 이게 유튜브나 페이스북이 하는 일이다.”

누가, 어디에서 검색하는지에 따라 다른 결과를 보여주는 소셜미디어 특성 때문에 다큐멘터리는 페이스북에 대해 ‘27억 개의 트루먼쇼’라고도 덧붙였다. 27억개의 ‘팩트’가 존재한다는 소셜미디어를 많이 활용하다 보면 모두 자신에게 동의하게 되리라 생각하게 된다. 자신과 다른 의견을 말하는 사람에 대해선 이렇게 생각하게 한다. “쟤는 왜 저렇게 멍청한 거야?”

다큐멘터리는 이 현상을 ‘마술사에게 홀린 사람’에 비유한다. 예를 들어 마술사는 모든 장치를 준비해놓고 상대방에게 카드 한 장을 고르라고 한다. 마술을 모르는 사람이 카드를 한 장 고르면 마술사는 그 카드를 정확히 맞춘다. 마술을 모르는 사람은 “와, 어떻게 이걸 맞췄지?”라고 놀란다. 즉 마술사인 소셜미디어는 그 장치를 모르는 사용자를 현혹하고 속이는 것. 

소셜미디어가 마법사가 될 수 있는 이유는 그들이 모은 방대한 데이터에 있다. 내가 ‘좋아요’를 누른 글과 콘텐츠, 재생한 영상, 문자를 보낸 상대는 물론이고 ‘상대가 텍스트를 쓰고 있습니다’라는 알림까지 지켜본 우리의 SNS 활동 시간까지. 그 방대한 데이터 때문에 우리는 ‘이제 그만 봐야지’라고 다짐하는 순간에도 소셜미디어가 추천하는 영상에 어김없이 무너지고 만다. 

▲소셜딜레마의 한 장면. 사진출처=네이버영화.
▲소셜딜레마의 한 장면. 사진출처=네이버영화.

끊임없는 영상을 보다 보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주장도 맞는 말처럼 들린다. 이런 개인이 많아지면 결국 사회는 분열된다. 2016년부터 올해까지 계속하고 있는 미국의 ‘피자게이트’(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이 피자 가게 지하에서 아동 성매매 조직을 운영했다는 음모론)는 물론, 러시아가 페이스북 가짜 계정을 개설해 미국 대선에 개입하려 했던 정황, 2020년 전 세계를 휩쓴 코로나19에 대한 음모론까지. 트리스탄 해리스는 “소셜미디어는 사람들의 판단력을 잃게 만들고, 아무도 진실을 믿지 못하게 한다. 이는 민주주의를 공격한다”고 경고한다. 

다큐멘터리가 말하는 해법은 무엇일까. 다큐멘터리는 소셜미디어를 사용하는 개인에게 ‘중독에서 벗어나세요’라고 말하는 동시에 소셜미디어를 만든 이들에게 윤리적 행동을 촉구한다. 또 소셜미디어 기업을 규제하지 않는 국가도 비판한다. 

유튜브 추천 알고리즘을 만든 기욤 샤슬로(Guillaume Chaslot) 전 유튜브 엔지니어는 사람들에게 “유튜브 영상 추천 기능을 꺼버리세요”라고 호소했다. 사용자의 검색 기록을 수집하지 않는 검색엔진을 사용할 것을 권하기도 한다. 해리스는 소셜미디어 개발자나 종사자들에게 다큐멘터리 마지막에 호소하듯 말한다. “우리가 만들었으니 우리가 바꿀 책임이 있다.”

전문가들은 소셜미디어 회사들이 수집하는 데이터 양에 따라 세금을 매기는 방안도 제안했다. 소셜미디어 기업이 긁어모으는 데이터를 규제하지 않는 건, 결국 사상 최대 부자인 소셜미디어 회사들을 국가가 보호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고객을 ‘사용자’라고 부르는 산업은 불법 마약 시장과 소프트웨어 시장이다.”

에드워드 터프티(Edward Tufte) 예일대 교수의 말처럼 소셜미디어는 사용자를 어떻게 하면 소셜미디어에 중독시킬 수 있는지를 디자인해왔고 관련 데이터를 수집해왔다. 이 다큐멘터리는 우리들이 유튜브 추천 영상을 보며 시간을 보내고 있을 때 문득 한 번씩 떠오르는 문제의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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