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차별금지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날 장혜영 정의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이 법사위에 상정된 가운데 국민의힘 의원들은 추 장관에게 관련 입장을 물었다.

윤한홍 국민의힘 의원은 추 장관에게 “차별과 관련된 사항은 다양한 환경이나 조건이 있을 거다. 지금도 차별을 금지하고 있는 양성평등기본법, 장애인차별금지법 등 개별 법들이 있다”며 “이렇게 포괄적으로 차별을 금지하는 법률이 만들어지면 구체적인 상황과 조건에 따라 역차별이 발생할 수도 있다. 개별적 차별금지법과 충돌도 발생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포괄적 차별금지법은 제정 취지가 맞지 않는 게 아닌가”라고 물었다.

추 장관은 이에 “독일의 일반평등대우법을 참고하지 않았나 싶다. 다수의 국가들이 이런 법을 갖고 있다”며 “현재 국제사회 추세를 보면 대한민국이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향유하고 행복을 추구할 권리를 국민에게 보장하는 취지에서 차별금지법은 추세적으로 현재 시점에서 있을 수 있는, 있어야 하는 법안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만 ‘찬성’이라는 직접적 표현은 피했다. 유상범 국민의힘 의원이 “차별금지법에 찬성인가”라고 묻자 추 장관은 “필요성을 검토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찬성이라는 단어는 쓰지 않은 것 같다”고 말했다. “긍정적으로 보는 건 맞나”라는 질문에는 “그렇다”고 답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21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서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지난 2007년 노무현 정부가 처음 발의한 차별금지법은 지난 10여년간 국회를 넘지 못했다. 2008년 노회찬, 2011년 권영길 민주노동당 의원안과 2012년 김재연 통합진보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들은 진척 없이 폐기됐다. 2013년 김한길·최원식 민주통합당 의원은 보수개신교계 반대에 못이겨 대표발의 두달 만에 법안을 철회했다. 지난 6월에는 7년 만에 정의당 의원 전원(강은미·류호정·배진교·심상정·장혜영·이은주 등 6인)과 강민정 열린민주당 의원, 권인숙·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가까스로 최소 인원(10명)을 채워 법안을 발의했다. 지난 4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시행한 여론조사에서 응답자 88.5%가 평등법 제정이 필요하다고 밝혔고, 인권위는 6월 ‘평등법’이라는 이름의 차별금지법 시안을 공개하며 국회 입법을 권고했다.

이번 법사위에 상정된 차별금지법 제정안(장혜영안)은 신체조건(성별·장애·나이·언어·출신국가·출신민족·인종·국적·피부색·출신지역·용모 등), 혼인여부, 임신·출산, 가족·가구 형태와 상황, 종교, 사상, 정치적 의견, 형 효력이 실효된 전과, 성적지향·성별정체성, 학력, 고용형태, 병력·건강상태, 사회적 신분 등으로 인한 차별 금지가 골자다. 각 영역에서의 차별금지 유형을 구체화하고, 국가인권위원회가 차별행위에 대한 진정과 시정명령을 내릴 수 있도록 했다. 시정명령을 따르지 않으면 3000만원의 이행강제금을 부과할 수 있고, 인권위는 중대 사안의 피해자 소송을 지원할 수 있으며, 차별에 대한 입증책임은 가해자가 지도록 하는 내용도 담겼다.

▲ 지난 6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 지난 6월 국회 기자회견장에서 차별금지법 제정 관련 기자회견이 진행되고 있다. 사진=민중의소리

장혜영 의원은 이날 “제가 대표발의한 차별금지법에 대한 왜곡된 정보들로 인한 일부 오해와 우려 목소리가 있음을 알고 있다. 그렇기에 더욱 간곡하게 호소드린다”며 “헌법재판소는 평등의 원칙은 국민 기본권 보장에 관한 우리 헌법의 최고원리라 선언한 바 있다. 차별금지법은 이런 헌법 이념을 실천하고 존엄과 평등이 시민의 삶에서 꽃피는 대한민국을 만들어가기 위해 발의됐다. 아무쪼록 이 법안 취지를 깊이 헤아려 긍정적으로 검토해주고 지지해줄 것을 간절히 부탁드린다”고 법안 통과를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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