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7일 “추미애 법무부장관 아들이 엄마찬스로 특혜성 황제 군복무한 것을 지켜보는 국민들은 조국사태 때 교육 공정성을 무너뜨린 아빠찬스의 데자뷔라고 느낀다”고 말했다. 야권에선 추 장관 아들 휴가 관련 의혹을 제2의 조국사태로 부르며 연일 공세를 펴고 여권은 야권과 다른 의미에서 제2의 조국사태로 보고 추 장관을 비호하는 중이다. 이번 논란은 지난해 조국사태와 어떤 부분이 다르고 얼마나 비슷할까.

추 장관 아들 논란은 군생활을 편하게 해주려는 권력자 부모의 청탁 의혹으로 사안이 비교적 단순하지만 조국 전 법무부장관의 경우 자녀들의 입시 전반에 대해 특혜 의혹에 50억원대에 이르는 재산과 사모펀드·웅동학원 관련 의혹까지 거론됐으며 등장인물도 자녀들과 배우자뿐 아니라 동생부부에 5촌조카까지 전방위적이고 스토리도 추 장관 논란보다 훨씬 복잡하다. 

검찰의 수사행태나 언론보도 행태도 조국사태와 상당한 차이를 보인다. 보수 진영에선 ‘윤석열사단 죽이기’를 진행한 이후라 추 장관에 대한 수사가 더 힘들다고 주장하는데 이를 감안해도, 피의사실공표로 의심되는 보도가 현저히 줄었고 언론에서도 대체로 추 장관 의혹이 조국사태에 비해 경미한 문제로 보고 있다. 그럼에도 이번 논란은 여러 이유로 조국사태와 닮았다. 

▲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 조국 법무부장관 인사청문회 모습. 사진=민중의소리

무책임한 해명으로 의혹 증폭

당사자들이 명확하게 해명하지 않아 논란이 커지는 현상은 두 사안에서 모두 벌어졌다. 여권에서 맹목적으로 장관을 비호하며 여당에 도움되지 않는 이들을 ‘검찰개혁을 방해하는 적폐세력’, 심지어 ‘범법자’ 취급하는 모습 역시 닮았다. 

당사자가 아닌 한, 어떤 사건의 실체를 단번에 파악할 길은 없다. 이에 고위공직자는 의혹을 책임 있게 설명하는 모습이 중요하고, 해명 태도가 불러올 후폭풍도 감안해야 한다.

청와대가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을 법무부장관에 내정했다는 소식이 알려지자 각종 의혹이 터져 인사청문회가 무산되고 이례적으로 기자회견까지 진행하는 등 혼란을 초래했다. 문재인 대통령은 “의혹만으로 임명하지 않는 건 나쁜 선례”라며 임명을 강행했다. 

기자회견에서 조 전 장관은 의혹들을 부인하며 “청문회 준비과정에서 처음 알았다”는 식의 태도를 보였다. 인사청문회에선 검찰수사를 핑계로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않은 조 전 장관은 검찰에 출석해 진술을 거부한 뒤 재판에서 밝히겠다고 했다. 조 전 장관과 배우자 정경심 동양대 교수, 그의 아들은 최근 각종 재판에서 증언을 거부하고 있다. 의혹을 해소하지 않는 태도다. 

추 장관도 “소설을 쓰시네” 등 냉소적 반응에 이어 ‘피고발인 입장이니 검찰수사를 기다리겠다’며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게다가 자신의 보좌관이 아들 문제로 민원실에 연락했는지에 대해 “확인하고 싶지 않다”거나 추 장관의 배우자가 군에 전화했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주말부부라 남편에게 물어볼 형편이 못 된다”는 등 무책임한 답변으로 공분을 샀다. 이런 태도는 야당 시절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게 들이댔던 기준이 부메랑으로 돌아와 ‘위선적인 이중잣대’라는 비판을 받게 한다. 

추 장관이 딸의 유학비자를 빨리 받게 해달라고 외교부 쪽에 부탁한 게 부적절한 것 아니냐는 보도가 나왔다. 유학비자를 독촉하는 일은 다수 유학생이 겪는 문제고 해당 사건의 경우 평소라면 기사거리가 안 되지만 아들 관련 의혹이 이어지면서 딸에게도 불똥이 튄 것이다. 

▲ 국민의힘 카드뉴스. 사진=국민의힘
▲ 국민의힘 카드뉴스. 사진=국민의힘

 

불법보다 무서운 국민정서

여권에서는 불법소지가 없다거나 판결이 나지 않았다며 두 장관을 옹호해왔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추 장관 의혹 관련 “사실관계가 분명해졌다”고 한 것 등으로 추론할 때 추 장관 사건은 법적으로 큰 문제가 안 되는 분위기다. 하지만 이들 사건이 국민의 공분을 불러일으킨 건 불법이라서가 아니다. 

두 장관이 평범한 서민의 부모였다면 상상하지 못한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게 비판 여론의 핵심이다. 추 장관의 아들 휴가 문제의 경우, 고위 공직자의 자녀인만큼 위력행사의 가능성에 시선이 갈 수밖에 없어 절차의 투명성을 확보하는 게 중요하다. 특히 교육과 병역 문제는 한국사회에서 예민한 분야다. 추 장관 아들의 의혹이 무차별 공세에 따른 것이라는 여권의 주장에 큰 힘이 실리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 문재인 대통령. 사진=청와대

다시 소환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 

전·현직 법무부장관은 검찰개혁이라는 정권차원의 과제를 부여받았다. 연장선상에서 정치검찰의 편을 드는 언론도 개혁의 대상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여야 모두 정략적으로 검찰개혁과 언론개혁을 끌어다 쓰고 있다는 점도 추 장관 관련 의혹을 제2의 조국사태에 빗댈만한 부분이다.  

야권에선 법무부장관을 포함해 정권 수뇌부를 겨눌 수 있도록 하는 게 검찰개혁의 핵심이라며 성역없는 수사를 주문한다. 야권 성향 언론에선 검찰 인사 하나하나를 기사화하며 법무부의 ‘검찰 죽이기’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여권에선 법무부장관에 대한 의혹제기를 검찰개혁에 저항하는 움직임으로 보고 반격에 나섰다. 검찰발 기사를 보도한 언론은 개혁대상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조국사태부터 반복한 일이다. 

조 전 장관 자녀의 허위 인턴증명서 관련 재판을 받는 최강욱 열린민주당 대표는 지난 14일 “또 다시 법무장관을 흔들어 개혁을 좌초시키려는 꼼수”라며 야권을 공격했고 “조국 전 장관에 이어 추 장관의 아들 문제로 일부 정치세력과 언론의 소란이 이어지고 있다”고 제2의 조국사태 프레임에 편승했다. 

이는 두 사건에서만 벌어지지 않았다. 이인영 통일부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야당에선 자녀 유학과 관련해 ‘엄마찬스’라며 이 장관과 그의 배우자를 공격했다. 여당 의원은 근거없이 의혹만 제기하는 정치공세가 조국사태를 떠오르게 한다며 이를 반박했다. 여야 모두 기회가 될 때마다 자신들에게 유리한 방식으로 제2의, 제3의 조국사태를 만들고 있었다. 

유권자를 대리해 싸우는 게 국회의 일이지만 타협하고 조정하는 것도 정치의 역할이다. 하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여권에선 ‘조국사태’가 변형돼 나타날때마다 야권 정치인들 자녀 관련 의혹을 거론하며 검찰과 언론이 소극적인 점을 지적한다. 즉 여권 입장에선 ‘왜 야당의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우리만 필요 이상으로 비판받는다’고 이해할 여지가 있고 야권 입장에선 ‘현 여당이 야당시절 우리에게 들이댔던 잣대를 자신들은 지키지 않는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  

▲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법무부
▲ 추미애 법무부장관. 사진=법무부

 

나경원, 윤석열, 황교안은?

정청래 민주당 의원은 지난 15일 대정부질문에서 열 번이나 고발당한 나경원 전 국민의힘 원내대표의 자녀들 입시 관련 특혜 의혹과 역시 고발당한 윤석열 검찰총장의 장모와 부인 사건을 왜 수사하지 않느냐고 추 장관에게 물었다. 특히 나 전 원내대표의 경우 민생경제연구소 등이 고발한지 1년이 지났지만 피고발인 소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 언론과 검찰이 주장하는 정의가 ‘선택적 정의’라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최강욱 대표는 나 전 원내대표 의혹뿐 아니라 황교안 전 국민의힘 대표의 아들 의혹도 거론했다. 황 전 대표가 대구고검장 취임 이후 그의 아들이 대구로 자대배치를 받았는데 이 과정에서 특혜가 있었다는 의혹이다. 아들의 KT채용에서도 특혜 의혹이 불거졌다. 

분명 이들 자녀 의혹이 정치권과 포털을 뒤덮은 적은 없다. 권력자들의 특혜 의혹을 규명하는 일이 물론 중요하지만 해당 의혹이 일상을 사는 서민들에게도 가장 중요한 일이라고 단정하긴 어렵다. 야권의 주장대로 추 장관이 사퇴하거나, 추 장관의 말대로 현 정권이 검찰개혁을 완수하면 시민들은 더 공정한 사회, 사람이 먼저인 나라가 됐다고 믿을지 의문이란 점에서 추 장관 관련 논란은 제2의 조국사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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