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코로나로 경제적 피해를 입은 이들을 선별해 2차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하겠다고 밝혔다. 결정 과정에서 이재명 경기도지사를 비롯해 일부 여당 지도부, 진보 성향 야당 등에서 1차 지원 때처럼 전 국민 지급을 요구하며 ‘선별vs보편’ 논쟁이 벌어졌다. 정치권에서 유권자 눈높이에 맞지 않는 이슈나 막말로 정쟁을 일삼던 때와 비교하면 이러한 경제정책 논쟁은 생산적이다. 

경제 이슈인 만큼 시민들은 경제신문의 다양하고 깊이있는 시각을 궁금해하기 마련이다. 이성적인 논쟁과 판단의 근거가 될 경제기사에서는 적확한 용어를 사용하고, 그 자체로 왜곡 가능성을 가지고 있는 수치나 통계를 인용할 때 다른 관점의 해석까지 덧붙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과도한 비유나 자극적인 표현은 지양해야 독자들의 합리적 판단을 끌어 낼 수 있다. 

지난 8일 매일경제 논설고문이 쓴 “이재명 홍남기 누가 더 철없나”라는 칼럼을 보면 이재명 지사의 주장 뿐 아니라 이 지사까지 비난했다. 

이 지사가 “30만원 지급하는 걸 50번, 100번해도 서구 선진국 국가 부채비율에 도달하지 않는다”고 한 발언에 대해 임이자 국민의힘 의원이 “철없는 얘기”라고 했고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이에 동조한 일이 있다. 재정건전성을 이유로 2차 지원금 지급여력이 없다는 주장에 대한 반박으로 발언자의 발언취지를 이해하지 않고 비유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며 왜곡한 것이다. 

이 지사가 재정건전성이 충분하다는 취지의 주장이었다고 해명까지 했고, 결국 정부가 선별지급을 결정하자 이를 수용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매경의 해당 칼럼에선 30만원을 50번, 100번 지급하면 각각 얼마가 드는지 계산하며 재차 이 문제를 꺼냈다. 다소 의도적인 비판으로 보일 수 있는 부분인데 이어지는 내용에는 더한 표현도 등장했다. 

매경 논설고문은 “한국의 차기 대통령이 되고자 하려면 우선 국가와 국민, 무엇보다 후손에 대한 투철한 책임감이 첫 번째 요소라 할 것”이라며 “미국 정치사에도 ‘유권자를 왕으로 만들어주겠다’며 대통령 후보로 나선 전설적인 포퓰리스트 휴이 롱은 결국 총 맞아 죽었고, 조지 월리스(George Wallace)는 1972년 대선에 출마했다가 총을 맞아 하반신 마비로 평생 휠체어에 의지했다”고 썼다. 

보편복지, 기본소득 등을 주장하는 이 지사를 포퓰리스트라고 비판해 온 경제지에서 급기야 포퓰리스트 정치인들이 암살당한 사례를 엮은 것이다. 이 지사가 계속 철없는 주장을 할 경우 총에 맞을지 모른다는 협박성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다. 

이 지사가 정부와 이견을 보인 부분은 지원 방식이었다. 같은 금액을 지급하더라도 선별지원이 아닌 전 국민에게 지급하자는 것인데 이를 비판하는 취지로 쓰기엔 지나친 사례다. 

자극적 표현은 다른 경제지에서도 등장했다. 지난 1일자 한국경제 “유보이익 과세는 씨암탉 배 가르기”라는 칼럼에서도 역시 이 지사의 ‘50번, 100번 줘도 괜찮다’는 발언을 인용하며 “허경영도 놀라 자빠질 배포”라고 했다. 

또한 이 지사를 선동가라며 ‘사이비 종교의 교주’에 빗대기도 했다. 한경의 해당 칼럼에선 “‘세금 더 걷어 지원금 더 풀기’는 기업활동을 위축시켜 실업과 나랏빚 폭증을 유발할 것이 뻔하다”라며 “빚 걱정 말고 더 나눠 쓰자는 선동가는 사교(邪敎) 교주만큼 경계해야 한다”고 했다. 사교(邪敎)는 사회에 해를 끼치는 건전하지 못하고 요사스러운 종교를 뜻한다.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청
▲ 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청

언론사가 특정 입장을 가질 수 있지만 이를 독자들에게 강요하거나 불안을 조장하는 표현을 쓰는 것 역시 지양할 부분이다. 위에서 언급한 매경 칼럼에선 “한국의 인구구조, 성장률, 국민연금과 각종 충당금, 그리고 만약의 경우 남북통일이라도 갑자기 하면 국가부채는 핵폭탄처럼 터져버릴 것”이라고 했다. 굳이 ‘국가부채가 핵폭탄처럼 터진다’는 과장된 비유보다는 수치와 통계를 제시하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자신들과 다른 입장을 논박하는 수준이 아니라 단죄하는 부분도 쉽게 발견할 수 있다. 지난달 28일 매경 사설 제목은 “전 국민에 30만원 재난지원금 뿌리자는 주장은 틀렸다”였다. 정책에 대한 비판을 논리적 우위, 즉 ‘타당하다·그렇지 않다’ 차원이 아닌 ‘맞는다·틀리다’의 영역에서 공격하는 보도다. 

정부·여당이 재난지원금 선별지급을 결정하자 지난 7일 경제지 파이낸셜뉴스는 사설 “선별 재난지원 불가피하나 공정성 지키길”에서 선별지급 결정에 환영하면서도 지급기준에 대해 “형평성 논란을 야기해선 곤란하다”며 보완할 점을 지적했다. 선별지급 역시 완벽한 제도가 아닌데 ‘나는 맞는데 너는 틀렸다’는 식의 주장을 사설에서 한 것이다.  

또한 지난 3일 한경 수석논설위원은 “지옥 길은 위선으로 포장돼 있다”는 칼럼에서 이 지사 등이 주장하는 현행 법정최고 이자율 연 24%를 연 10%로 낮추자는 주장을 부작용이 예상되는 포퓰리즘이라며 “지옥으로 가는 길은 선의가 아니라 위선으로 포장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어떠한 정책이든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고, 현행 법정최고 이자율이 높아서 고통받는 서민들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자신의 생각과 다른 정책을 주장하는 정치인을 위선자로 몰고 해당 정책이 실현될 세상을 지옥에 비유하는 건 전형적인 선악구도의 한 사례다. 4년전 김무성 당시 새누리당 대표가 이재명 당시 성남시장의 복지정책을 “악마의 속삭임”이라고 비난하던 사례가 연상된다. 최근 정치권에서도 ‘막말’을 자제하는 분위기인데 경제지라면 거친 언어와 과도한 비유 대신 좀 더 다양한 관점의 기사와 깊이있는 경제해설이 필요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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