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탄소년단의 새로운 싱글 ‘Dynamite’가 미국을 대표하는 음악 차트 ‘빌보드’(Biilboard)가 운영하는 메인 차트의 1위에 등극했다. 물론 방탄소년단이 빌보드 차트에서 1위를 한 것이 처음은 아니다. 2018년에 이미 화제가 되었던 것처럼 ‘FAKE LOVE’를 전면에 내세운 앨범 ‘LOVE YOURSELF 轉 Tear’가 한국에서 제작, 기획된 앨범으로는 처음으로 빌보드 메인 차트 1위에 오른 이래, 다시 같은 해 ‘IDOL’이 메인 노래였던 리패키지 앨범 ‘LOVE YOURSELF 結 Answer’, 그리고 올해 ‘ON’을 타이틀 노래로 선정한 앨범 ‘MAP OF THE SOUL : 7’이 빌보드의 메인 차트 1위에 각각 등극한 바 있다.

그러나 이번 하반기에 달성한 빌보드 메인 차트 1위는 이전과는 사뭇 느낌이 다른 1위인 것은 분명하다. 이전까지 방탄소년단이 여러 차례 달성한 빌보드 1위는 빌보드를 대표하는 두 개의 메인 차트 중에서 앨범의 판매 수치를 집계하는 ‘빌보드 200’에서 거둔 기록이었다. 허나 이번에 방탄소년단이 1위를 기록한 메인 차트는 한국은 물론 소위 아무런 부가 설명 없이 ‘빌보드 차트’를 수식할 때 대표적으로 칭하는 싱글의 판매 수치를 집게하는 차트인 ‘빌보드 Hot 100’이다. ‘빌보드 200’과 ‘빌보드 Hot 100’ 모두 빌보드를 대표하는 메인 차트의 양대 축이나, 미국을 비롯해 대다수의 음악 산업은 단일곡 위주의 ‘싱글’ 중심으로 시장이 집중되는 경향이 있다. 한국 정도만 여러 역사적·경제적 사정으로 인해 2000년대 ‘디지털 싱글’ 시장이 활성화되면서도 조금은 누그러졌어도 여전히 한꺼번에 여러 곡을 즐길 수 있는 ‘앨범’이 강세일 따름이다.

이전까지 방탄소년단의 앨범은 2018년부터 빌보드의 앨범 차트에서는 발매하는 음반마다 손쉽게 1위에 등극했지만, 싱글 차트에서는 사정이 조금은 다른 편이었다. 2018년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 올라왔던 두 앨범의 대표곡인 ‘FAKE LOVE’와 ‘IDOL’은 싱글 차트에서는 각각 10위와 11위에 올랐다. 이 차이는 빌보드의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의 순위 산정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차이기도 하다. 빌보드의 앨범 차트는 순수한 ‘구입량’만을 판정에 반영한다. 실물 앨범의 판매량과 더불어 2014년부터는 앨범에 수록된 각 노래의 스트리밍·다운로드 판매량을 합사하여 집계한다. 반면 싱글 차트는 음반·음원의 판매량에 더해 미디어의 차원에서 얼마나 각 노래를 많이 선호하였는지를 합산하여 순위를 매긴다. 전통적으로는 ‘에어플레이’(라디오 방송 횟수) 수치를 더하며, 여기에 2013년부터는 노래 향유 환경의 변화를 반영하여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 ‘유튜브’의 조회수를 합산하여 순위를 산정한다.

방탄소년단의 노래가 ‘앨범 차트’와 ‘싱글 차트’ 사이의 차이는 이러한 집계 방식의 차이에서 발생한다. 앨범 차트는 무조건 많이 판매되면 그대로 그 수치가 차트에 반영되지만, 싱글 차트에서는 미디어 차원의 움직임이 함께 반영이 되어야 한다. 특히 ‘라디오 방송 횟수’는 오랜 시간 비서구권 가수들이 싱글 차트 상위권이 오르기 어려운 큰 장벽이 되었다. 한국을 비롯한 대다수의 라디오 프로그램이 그러하듯, 전세계적으로 히트한 노래가 아닌 이상 보통 가사나 문화권이 비슷한 자국의 노래를 선곡하는 경향이 강하기 때문이다. 2013년부터는 유튜브 조회수도 차트에 반영이 되었지만, 결국 유튜브를 통해 노래를 듣는 행위는 팬덤의 결집 이상으로 ‘대중성’도 동시에 반영이 된다. 어떤 의미로 빌보드 싱글 차트의 상위권 기록은 코어 팬덤의 영향력 이상으로 노래가 지니는 대중적인 영향력을 모두 겸비해야지만 가능한 일이었다.

▲BTS - 다이너마이트 MV.
▲BTS - ‘Dynamite’ MV.

물론 빌보드 싱글 차트의 10위권 안에 등극한 것도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2012년 아무도 쉽게 예상하지 못한 채 전세계를 강타했던 싸이의 대표곡 ‘강남 스타일’이 싱글 차트 2위에 등극한 이래 한국 노래로서는 가장 높은 순위에 등극한 것도 결국 방탄소년단이었다. 게다가 2020년 상반기에 발매했던 ‘MAP OF THE SOUL : 7’의 타이틀 ‘ON’은 싱글 차트에서도 4위를 기록하며 무척이나 많은 화제가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2020년 9월이 되어 방탄소년단은 ‘Dynamite’를 통해 한국 노래로서는 사상 최초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등극하게 된 것이다. 아시아에서 발매된 노래로는 1963년 미국에는 ‘SUKIYAKI’라는 이름으로 발매된 사카모토 큐(坂本九)의 ‘위를 보고 걷자’(上を向いて歩こう)가 3주 연속으로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달성한 이후 약 50년 만에 거둔 기록이다.

흔치 않은 기록이기에 동시에 이에 대한 구설수도 적지는 않다. 특히 ‘음원 가격 덤핑’과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일이라 생각했던 팬덤 차원의 ‘총공’에 대해 많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미국에서 판매되는 싱글 노래는 통상적으로 1.29달러 차원에 팔고 있지만, 방탄소년단은 싱글 노래의 가격을 통상 가격의 절반 수준인 0.69달러로 낮춰 발매했다. 미국의 방탄소년단 팬들은 마치 한국의 아이돌 팬클럽에서 보이는 움직임처럼, ‘스포티파이’나 ‘애플 뮤직’ 같은 음원 스트리밍 사이트에서 어떻게 하면 순위를 높일 수 있는가에 대한 콘텐츠를 만들어 공유한 것이 드러나 많은 놀라움을 안기기도 했다.

이외에도 ‘Dynamite’는 이전까지 방탄소년단이 발매했던 노래와는 여러모로 다른 요소들을 내재하던 노래기도 하다. 일본 발매 싱글·앨범을 제외하면 별도로 발매하는 나라에 맞춰 가사를 수정하지 않았던 방탄소년단은 ‘Dynamite’에서는 처음부터 끝까지 가사를 전부 영어로 작사해서 발표했다. 동시에 작곡자와 작사자 모두 미국 그래미 어워드와 영국 브릿 어워드에서 여러 차례 후보에 등극하고 수상한 경력이 있는 데이브 스튜어트(Dave Stewart)에게 맡기며 적극적으로 영미권에서 수용이 쉬운 느낌으로 곡을 구성한 점이 돋보인다. 역시 어떤 의미로는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가 여러모로 작심하고 빌보드 싱글 차트 1위에 오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대대적인 판을 벌였다고 봐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물론 이러한 변화나 돌출을 근거로 ‘방탄소년단이 부정한 경쟁을 펼쳤다’고 말하기에는 어렵다. 한국처럼 직접적인 ‘음원 사재기’만 공개적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빌보드 차트 역시 어떻게든 자신의 싱글·앨범을 상위권에 올리려는 수법이 무궁무진하기 때문이다. 싱글 차트에 ‘라디오 방송 횟수’가 반영된다는 점을 악용해서 라디오 프로그램 DJ를 상대로 전격적인 홍보 전략을 펼치는 것은 물론, 콘서트 티켓을 판매할 때 무조건적 싱글을 함께 강매하는 방법도 널리 사용되었다.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가격 덤핑’ 전략도 심심치 않게 존재했던 것이 사실이다. 동시에 싱글 차트 집계시에 실물 음반과 디지털 음원의 판매량을 별도로 집계한다는 함정을 악용하여, 실물 음반에 디지털 음원을 세트로 판매해 이중으로 차트에 판매량을 등록하는 움직임도 있었다. 빌보드 사무국도 이를 모르지 않기에 계속 차트 집계의 허점을 봉쇄하고 있지만, 오랫동안 지속되었던 이 싸움이 쉽게 끝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BTS -
▲BTS - ‘Dynamite’ MV.

그러나 한국 뿐만 아니라 미국의 빌보드를 비롯한 각국의 음원 차트에서 이러한 ‘신경전’이 발생한다는 사실은 ‘메인 차트 1위’를 비롯한 상징성이 곧바로 각국의 음악 문화의 상황이나 수준을 즉각적으로 입증할 수 있는 표상으로 해석할 수 없음을 드러낸다. 이는 어떤 의미로는 한국이 오랜 시간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 수상을 열망했던 모습과도 같다.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은 자국을 넘어 세계 각국에 영향을 미치는 미국 문화와 발맞춰 맹위를 떨치고 있지만, 동시에 아카데미 시상식은 철저히 ‘미국 영화 내부’를 대상으로 하는 연례 행사에 불과한 것도 사실이다. 극히 일부 예외를 제외하면 해외 영화는 ‘국제영화상’에 따로 분류를 마련해 묶는 것도 이러한 시선의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

오랜 시간 아카데미 시상식을 원하고 또 원하던 끝에 한국 영화는 드디어 사상 최초로 바른손이엔에이 제작, CJ ENM 투자·배급으로 완성된 봉준호의 ‘기생충’을 통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국제영화상을 비롯해 감독상, 작품상, 각본상을 모두 수상하며 소원을 성취할 수 있었다. 그러나 이와 함께 아카데미 시상식의 결과에 눈에 쏠린 언론들은 ‘기생충’을 비롯해 아카데미 시상식의 후보에 올라가는 영화들이 최대한 심사위원들에게 자신의 작품을 어필하기 위하여 수많은 마케팅 예산을 써야하는 지에 대해서는 깊게 이야기하지 않았다. 설사 언급이 되더라도 ‘다른 작품들도 그러니 우리도 이에 밀리지 않을 수 없다’는 논리가 반복될 따름이다.

정리하자면 아카데미상도, 빌보드 차트도 높은 순위에 올라가기 위해서는 최소한의 퀄리티가 담보되어야 하지만 동시에 ‘퀄리티만으로는 쉽게 해결할 수 없는’ 입소문을 만들어내야 한다. 그 ‘입소문’을 다시 풀어서 보자면, 미국이라는 엔터테인먼트 영역의 가장 거대하고 큰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홍보와 마케팅 전략을 수립하고 다시 이를 감당할 수 있는 ‘비용’이 존재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영화계는 물론, 음악계도 내심 미국에서 자신들의 작품이 ‘인정’받기를 원하고 국가 차원에서도 이를 직간접적으로 독려해온 모습은 결국 다시 역설적으로 족히 10년 넘게 고착화되고 있는 ‘향유의 양극화’ 문제로 이어질 수 밖에는 없게 된다. 시장과 자본의 총량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최대한으로 모든 자원을 집중해서 성과를 낼 수 있는 ‘몰빵’이 가능한 곳은 결국 ‘거대한 자본’ 정도 밖에는 없기 때문이다. 방탄소년단의 경우 빅히트엔터테인먼트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중소기업이지만, 근래 막대한 비판을 받은 오디션 프로그램 ‘아이랜드’를 CJ ENM과 공동으로 기획하는 등 CJ ENM의 자본을 수혈받으려는 움직임이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문화 정책을 대표하는 문화체육관광부는 그 수치에 흠뻑 취해 다시 한국의 ‘국위선양’을 자랑하는 것에 머무른다. 지난 9월 7일 발표한 ‘방탄소년단 빌보드 1위, 경제적 효과 1조 7000억원’이라는 낯뜨거운 제목의 보도자료는 그 심리를 너무나도 극명하게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이다. 보도자료에서 ‘1조 7000억원’에 달하는 경제적 효과는 방탄소년단과 직접적으로 연결된 매출 규모에 더해 한국은행·관세청의 통계, 그리고 ‘구글 트렌드’ 검색량을 종합하여 분석하였다고 설명하고 있다. 동시에 이 ‘1조 7000억원’이라는 상세한 규모는 방탄소년단의 기획사 빅히트엔터테인먼트의 매출에 대해,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측되는’ 문화 소비의 추이와 화장품·식료품·의류 영역의 추정치를 모두 더한 결과이다.

실제로 방탄소년단의 인기가 방탄소년단과 밀접한 관련 없이, 그저 ‘한국에서 만든’ 문화 콘텐츠의 소비에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물론 ‘한국산’ 화장품·식료품·의류의 판매에 영향을 줄지는 알 수가 없다. 그것은 마치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을 비롯해 무수한 국제 행사를 유치·개최하거나 대형 시설을 개설할 때마다 항상 호출되는 수치기도 하다. 정작 막대한 비용을 매번 투자할 수 있는 자본의 규모나 인맥이 있지 않은 음악 활동을 하는 사람이 얼마나 이 ‘수치’의 혜택을 누릴 수 있는지도 좀처럼 알 수 없다.

물론 애시당초 문화체육관광부나 한국콘텐츠진흥원에서 ‘이미 잘 나가는’ 영역 이외 일상적으로, 주목받지 않아도 유의미하지만 근근히 유지되는 흐름에는 이렇다 할 접근을 하고 있지 않으니 더더욱 이 수치가 실질적으로 어떤 파급력을 지닐지도 인지할 수 없다. 앞으로도 방탄소년단을 비롯해 CJ 등의 자본이 기획, 유통하는 문화 ‘상품’은 해외에서도 충분히 경쟁력을 지닐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흐름이 얼마나 많은 문화 영역의 창작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지는, 결코 ‘국위선양’과 같은 프레임 안에서는 도출될 수 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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