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포와 혐오를 유발하는 유언비어가 범람했고, 이 문제에 주류 언론까지 동참했다. 부끄러워해야 한다.” 박유신 석관초 교사의 지적이다. 코로나19는 많은 변화의 계기가 됐고, 교육 역시 예외가 아니다. 허위정보와 음모론, 혐오표현 문제는 사회를 뒤흔들었고 아동·청소년들은 혼란의 중심에 있었다. 비대면 교육이 시행되면서 교육 자체가 ‘미디어’가 되기도 했다.

그 어느 때보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이 주목 받고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는 미디어를 비판적으로 수용하고 능동적으로 활용하고 사회적으로 실천하는 역량을 말한다. 미디어오늘은 미디어 교육을 해온 현직 교사 집담회를 통해 코로나19 시대 미디어 교육의 현황과 과제를 점검했다. 집담회에는 송여주 관양고 교사,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 박유신 석관초 교사가 참석했다.

- 각자 어떤 방식으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을 했는지 궁금하다.

박한철= 자율동아리를 통해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교육하고 있다. 소셜미디어를 통한 소통 과정에서 생기는 문제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캠페인을 통해 직접 참여하고 행동할 수 있게 하는 내용이다. 학생들이 직접 참여하고 행동하는 게 중요하다.

송여주= 고등학교 1학년을 가르친다. 고1 국어교육과정 성취기준에 매체에 나타난 관점과 표현을 평가하는 내용이 있다. 지난 학기에 온라인, 오프라인을 연계해 팩트체크 수업을 했다. 이전에도 교육 과정을 재구성해 뉴스, 유튜브, 웹툰 등에 대해 교육했다. 삶과 연계된 미디어 교육을 해야 하기에 대상은 계속 달라질 수밖에 없다.

박유신= 초등학교는 여러 교육과정에 연계할 수 있다. 4학년을 가르치는데 국어 사회 등 다양한 교육과정에 미디어 관련 내용이 포함돼 있다. 정보화 사회에 대한 교육을 할 때 광고에 대한 얘기를 하고, 미술 교과에서 애니메이션을 다뤄볼 수 있다. 최근에는 유튜브 교육을 했다. 유튜브의 어떤 점이 좋고, 문제는 무엇인지 다루는 내용이다. 미디어에 나오는 어린이의 모습을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물었다.

▲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 사진=김용욱 기자
▲ 박한철 덕성여고 교사. 사진=김용욱 기자

- 지난 학기 코로나19 국면에서 이뤄진 첫 비대면 교육은 어땠나.

박유신= 코로나19가 우리 사회의 어두운 측면을 드러낸 거 같다. 특히 스마트 미디어 강국의 허상을 드러냈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의 디지털 환경이 세계적으로 앞서고 미래에 가장 가깝다고 느꼈지만 정작 코로나19 상황에서 학습 격차를 겪고 있다. 학습과 과제를 하는 과정은 PC에 의존하는데 PC 보급률이 낮기도 했다. 여유 있는 학생들은 집에 PC, 노트북 등이 있지만 평범한 가정에선 치워버린 곳이 많다. 학교에서 스마트 기기를 대여한다고 했지만 가정에서 아이가 파손하면 변상해야 하기에 거부한 경우도 있다.

송여주= 초창기엔 교사와 학생 모두 어떻게 원격 학습을 해야 하는지 어려움이 있었다. EBS 온라인클래스를 활용하고, 구글 설문과 카카오톡 오픈채팅방, 패들랫 등 다양한 도구를 이용해 수업을 했다. 그런데 모든 아이들이 디지털을 잘 활용하는 건 아니었다. 디지털을 활용한 수업을 따라가기 어려운 학생들에게 전화를 통해 알려주는 경우도 종종 있었다. 인프라 격차를 넘어 개개인에 대한 세심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박한철= 스마트 기기를 통한 교육에 처음에는 어려움이 있었지만 극복하는 기간이 생각보다 짧았다. 다만 교육은 정서적인 측면에서 주고 받는 게 있는데 온라인 교육은 그런 점이 부족해서 어려워하는 경우가 있었다. 시간이 흐르고 오프라인 교육을 하게 되니 좋아하더라. 교육의 방식이 변해도 오프라인 교육은 어느 정도 필요하다.

▲ 박유신 석관초 교사. 사진=김용욱 기자
▲ 박유신 석관초 교사. 사진=김용욱 기자

박유신= 한국은 모든 학생에게 스마트 기기를 보급해 끌고 가려는 노력을 한 점이 의미 있다. 이제 그 다음을 고민해야 한다. 단순히 링크 붙여서 영상을 시청하는 데 그치지 않고 어떻게 하면 효과적으로 교육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한다. 코로나19 국면이 끝나더라도 면대면 100% 교육으로 돌아가지는 않을 것 같다. 본격적으로 디지털을 통한 공교육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이 필요하다.

- 코로나19 국면에서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이 커졌던 거 같다.

박한철= 미디어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다. 평소보다 미디어를 더 많이 접촉하게 됐고, 내 삶에 큰 영향을 미치는 코로나19에 대한 정보가 사실인지 아닌지 관심이 커지기도 했고, 정보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일례로 사회 시간에 유럽의 사회보장제도를 장밋빛으로 배웠지만 막상 현실은 달랐다는 점을 느끼는 계기가 됐다. 미디어를 통해 당연하게 여겼던 것들을 당연하지 않게 여기는 마음을 갖게 된 게 가장 큰 소득이다.

송여주= 코로나19를 계기로 디지털 리터리시와 미디어 리터러시의 경계가 허물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팩트체크와 같은 비판적 이해 교육을 강조하지만 실제로 수업해보면 디지털 도구 활용이 함께 맞물려야 한다. 또한 코로나19 국면에서 비대면 온라인이 일상화되면서 디지털 사회에서의 권리와 책임 문제를 다루는 디지털 시민성 교육이 강조되는데 디지털 시민성은 미디어 리터러시 없이 갖추기 힘든 자질이라고 본다. 일부 교사가 느끼던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의 중요성을 모든 교사가 느끼게 됐다.

▲ 사진=pixabay
▲ 사진=pixabay

- 코로나19 국면에서 허위정보나 혐오표현에 학생들이 영향을 많이 받았나.

박한철= 얘기를 들어보니 두려움을 많이 느낀 거 같다. 이러다가 학교도 못 다니고, 대학도 못 가는 거 아닌가, 내가 코로나19에 걸리는 건 아닐까하는 불안과 공포를 느꼈다. 언론 보도가 불안과 공포를 주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팩트가 뭔지 알려주는 게 큰 의미가 있는지 고민이 들었다. 지금은 어느 정도 적응이 됐으니 이성적으로 팩트체크 등을 교육할 단계라고 생각한다.

박유신 =일본 관동 대지진 당시 조선인을 겨냥한 혐오가 있었는데, 이번에 우리 사회에서도 같은 혐오가 번졌다. 특히 소셜미디어가 사이버불링에 적합한 방식으로 진화했다. 과거 입에서 입으로 ‘조선인이 우물에 독 탔다’는 말을 전했다면 이제는 미디어를 통해 톡에서 톡으로 옮겼다. 심지어 이 과정에 언론이 참여했다는 사실을 언론이 부끄러워해야 한다. 항상 가짜뉴스를 만드는 수준 낮은 언론 뿐 아니라 주류 언론까지 여기에 동참했다. 

-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KATOM) 차원에서 학생들을 위해 ‘미디어 리터러시 백신’을 제작했다. 

박유신= 온라인상의 공포가 혐오, 가짜뉴스로 번지면서 근거 없는 정보가 초기에 많이 쏟아졌다. 과도한 양의 뉴스를 접하며 피로감을 느끼기도 했다. 이 상황이야말로 미디어 리터러시가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해 가이드라인 형식으로 제작했다.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에서 해온 내용에 신체·건강에 대한 내용을 덧붙였다. 재난 상황에서 내 신체를 지키기 위한 리터러시가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해외에서도 우리의 백신을 활용하기도 했다.

▲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백신.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버전.
▲ 코로나19를 이겨내는 미디어 리터러시 백신. 전국미디어리터러시교사협회와 교육부가 공동으로 마련한 버전.

- 미디어 리터러시는 ‘비판적 읽기’에 그치지 않고 ‘참여’로 이어져야 한다고 하는데, 이와 관련해선 어떤 고민을 하고 있나.

송여주= 사회적으로 참여하고 발언하는 걸 무조건 좋게 생각하기보다는 이를 뛰어넘는 참여의 ‘질’과 방향을 고민할 단계라고 본다. 행동 그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거나 댓글을 얼마나 달았는지, 토론에 얼마나 참여했는지 등 양적인 면을 강조하는데, ‘잘못된 참여’가 오히려 사람들에게 피해를 입힐 수도 있다. 편견과 혐오를 노출하는 것도 참여인가? 이런 질문을 던지는 교육을 고민해야 한다.

박유신= 청소년은 이미 기술적 참여 역량이 매우 높은 편이라 그 자체를 가르칠 필요성은 크게 못 느낀다. 1020 세대는 자신들의 의견을 모아서 집단적으로 표출하는 데 능하다. 일례로 기술을 활용해 영향력을 과시하는 역량은 팬덤 문화를 통해 극대화 돼 있다. ‘총공’(총공격의 준말, 온라인을 통한 집단행동)이라는 말이 있다. 특정인에 대한 안티로서 나타나고, 청원 등 집단 행동으로 이어진다. 참여가 무조건 좋다고 하는 게 아니라 어떠한 참여는 범죄라는 걸 알려주는 교육이 필요하다.

- 지난해 교육부가 협의체 마련, 교재 개발, 연수 확대, 센터 확충 등을 골자로 하는 미디어 교육 내실화 지원 계획을 발표하고 1년이 지났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송여주= 교육부에서 종합 계획을 세워 여러 노력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실질적인 교육으로 이어지려면 교육 과정에 반영되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본다. 2022년 개정 교육과정 논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미디어 리터러시’를 교육 과정에 반영해 학교에 안착시킬 필요가 있다.

▲ 송여주 관양고 교사. 사진=김용욱 기자
▲ 송여주 관양고 교사. 사진=김용욱 기자

박한철= 지난 3월 교육과정이 일부 바뀌어서 고등학교 진로선택과목으로 학교별로 원하는 과목 개설이 가능해졌다. 우리 학교는 청소년과 미디어라는 과목을 개설하기로 했다. 300명 중에 110명 가량이 신청했다. 중학교는 자유학기제를 통해 미디어 교육을 접목시켰고, 초등학교는 특정 단원에 미디어와 관련된 내용을 개설할 수 있다. 이런 식으로 학교 교육에서 실질적으로 이뤄질 수 있는 교두보를 마련하면서 미디어 교육을 확산시켜야 한다.

- ‘디지털 리터러시’가 아닌 ‘미디어 리터러시’의 중요성에 대한 언급이 나왔는데 디지털 기기 활용을 핵심으로 한 디지털 리터러시를 미디어 리터러시와 혼재해 쓰는 경우가 많다.

박한철= 교육 당국에서 ‘미디어 리터러시’를 ‘디지털 리터러시’로 대체하면 안 되냐는 식의 말이 나온다. 하지만 코로나19 국면에서 단기적 처방으로서 새로운 디지털 기술을 배우는 도구적인 디지털 리터러시는 미디어 리터러시와 구분해야 한다. 기기를 마련해주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도 중요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드러난 미디어의 문제를 풀어낼 수 있는 교육이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박유신= 디지털 교육에 대한 판타지가 있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단순히 팩트체크 기술로만 보는데, 미디어 리터러시는 그 자체로 역량이다. 미디어 리터러시를 큰 틀로 보고 디지털 리터리시는 하위에 들어가야 한다. 디지털 리터러시로 포괄해버리면 시대가 바뀌면 교육도 다시 설계해야 하나? 기술은 찰나에 바뀌는데 신기술이 나올 때마다 교육을 다시 세워야 하나? 기업의 이해관계와 연결돼 디지털 리터러시라는 표현을 전유하려는 경우도 있는데, 경계해야 한다. 중요한 건 어떤 미디어냐가 아니라 성찰하는 교육 그 자체다.

박한철= 미디어 리터러시를 올드하다고 느끼는 경향이 있다. 디지털 리터러시를 신상품처럼 여긴다. 하지만 어떤 미디어가 새롭게 등장하고 환경이 바뀌든 간에 어떻게 대처할 수 있는지, 어떤 능력을 길러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게 미디어 리터러시다.

- 미디어 교육을 하면서 현장에서 어떤 애로사항을 느끼나.

박한철= 보이는 면과 보이지 않는 면의 균형을 맞춰야 한다. 학교에선 미디어 교육 중에서도 결과물이 눈에 잘 드러나는 미디어를 제작하는 교육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다. 비판적 사고 위에서 성찰하면서 자신을 표현하는 과정에서 결과물이 나와야 하는데, 겉으로 드러나는 데 우선순위를 두니 제작, 기술 교육이 부각된다. 학교에서는 미디어 교육을 할 수 있는 시간이 한정돼 있어 흥미를 갖기 쉬운 제작 교육에 초점이 맞춰지기도 한다.

송여주= 교육을 하는 사람들 사이의 협업도 중요하다. 외부 강사를 통해 미디어 교육을 하면 수업 자체를 맡기고 끝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강사분들은 학생들의 현황과 수업의 목표에 대해 잘 모르는 상황에서 교육을 하게 된다. 교사와 강사가 미디어 교육의 목표를 함께 고민하고 협업하고, 피드백을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장. 왼쪽 위부터 주감초 뉴스 리터러시 교육, 경희여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민비평교육,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니어 일러스트레이터 교육. 사진=금준경 기자
▲ 미디어 리터러시 교육 현장. 왼쪽 위부터 주감초 뉴스 리터러시 교육, 경희여중 뉴스 리터러시 교육, 부산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민비평교육, 광주 시청자미디어센터 시니어 일러스트레이터 교육. 사진=금준경 기자

- 끝으로 미디어와 언론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박한철= 교사와 언론인이 한 공간에서 미디어 교육을 함께 논의하고 협업하는 체계가 필요하다. 한때 방송사에서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가졌는데 대부분 체험, 활용 교육으로 귀결됐다. 언론을 비판적으로 바라보니 리터러시 교육을 불편하게 느낀다. 미디어를 통해 함께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한 공통의 목표를 갖고 교육을 해야 한다. 자신들에게 공격적인 교육이라고만 느껴서는 안 된다.

송여주= 언론사가 전 국민 미디어 교육에 관심을 보이면 좋겠다. 모든 문제가 학생 대상의 미디어 교육을 통해 해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혐오표현의 경우 청소년이 아닌 분들이 더 심각하고, 언론이 부추기기도 한다. 언론사들이 전 국민 대상 미디어 교육을 하기 위해선 스스로의 미디어 리터러시 역량도 키워야 한다.

박유신= 언론이 소셜미디어와 다른 점은 ‘책임’이라고 보는데 최근 언론은 자신들이 소셜미디어라고 착각하는 거 같다. 뉴스는 여전히 엘리트 미디어로서 책임이 있다. 책임을 다하지 않으면 시민들은 갈 길을 잃는다. 다른 측면에서는 넷플릭스를 통해 아동, 여성, 인종에 대해 다양성을 추구하는 사례를 목격한다. 넷플릭스에 ‘브레인차일드’라는 콘텐츠가 있는데 미디어에 청소년이 어떻게 접근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내용이 인상적이었다. 아이들에게 보여주니 반응이 좋았다. 우리가 공영방송에 기대하는 건 오락이 아니다.

박한철= 미디어가 미디어 교육에 필요한 콘텐츠를 고민해야 한다. 특히 미디어오늘과 같은 미디어비평지가 교육에 필요한 콘텐츠를 제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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