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국환. 28살의 순천소방서 소방관이다. 김 소방관은 지난달 31일 전남 구례군 지리산 피아골 계곡에서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외치는 시민을 구하다 순직했다. 2017년 임용돼 3년간 위험에 빠진 시민 540명을 구조했다.

많은 시민을 구한 그는 집에선 3녀1남의 막둥이였다. 유족들은 물론 그의 죽음에 순천소방서 동료들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에 있는 동료들도 힘들어한다고 한다. 평소 밝은 성격의 그가 순천소방서 동료들뿐만 아니라 타지역 소방관들이랑도 친했기 때문이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2일 “[앵커로그] 떠난 소방관, 남은 소방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22일 “[앵커로그] 떠난 소방관, 남은 소방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하지만 소방관들은 동료를 떠나 보낸 바로 다음 날 슬픔을 느낄 새도 없이 현장에 나가야 했다. 부족한 인력 탓이다. “힘든 일 하시는 소방관들이 정신적으로 힘드시지 않도록 제도적으로 회복의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국환씨 젊은 나이에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감사합니다.” MBC 보도에 달린 누리꾼들의 댓글이다.

‘앵커로그’를 제작하는 MBC 기획취재팀은 의로운 일을 하다 세상을 떠난 ‘김국환’ 소방관 이름 석 자가 스치듯 보도되는 게 싫었다. 앵커로그는 앵커가 직접 현장에 가서 자세한 소식을 전하는 코너다. MBC 기획취재팀은 충주소방서 소속 29살 ‘송성한’ 소방관도 기억해달라고 당부했다. 이번 수해기간 숨진 또 한 명의 의인이다.

▲지난 22일 MBC ‘뉴스데스크’는 “[앵커로그] 떠난 소방관, 남은 소방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김경호 앵커는 지난 19일 직접 전남 구례 순천소방서를 찾아갔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지난 22일 MBC ‘뉴스데스크’는 “[앵커로그] 떠난 소방관, 남은 소방관”이라는 제목의 리포트를 보도했다. 김경호 앵커는 지난 19일 직접 전남 구례 순천소방서를 찾아갔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아쉽게도 송 소방관 이야기는 담지 못했다. ‘앵커로그’팀이 지난 19일 순천소방서를 방문해 촬영하는 동안에도 그의 시신이 발견되지 않아서다. 촬영을 마치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 그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의 이야기를 미처 담지 못해 아쉬워하는 김경호 MBC 앵커와 남형석 MBC 기회취재팀 기자를 미디어오늘이 24일 전화 인터뷰로 만났다.

▲MBC 기획취재팀 기자들. 왼쪽부터 남형석 기자, 김경호 앵커, 서두범 영상취재기자. 사진=MBC 기획취재팀 제공.
▲MBC 기획취재팀 기자들. 왼쪽부터 남형석 기자, 김경호 앵커, 서두범 영상취재기자. 사진=MBC 기획취재팀 제공.

-지난달 31일 일이다. 직접 전남 순천소방서까지 찾아간 이유는?

“뉴스를 진행하는 앵커라서 김국환 소방관이 순직한 소식을 전하게 됐다. 너무 안타까웠던 점은 젊은 소방관이 사람을 구하다 죽었는데, 뉴스에서 너무 짧게 지나치듯 이야기가 끝났다. 게다가 처음 숨졌다는 소식을 전할 땐 이름 석 자도 제대로 안 나갔다. 김모씨로 보도됐다. 사람들이 이름조차 모르고 지나가는 게 너무 안타까웠다. 이 사람의 희생을 기록으로 남겨주고 싶었다. 김국환 소방관의 이름과 희생을 많은 사람이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현장을 가서 보니 어땠나? 동료 소방관들은 괜찮나?

“김국환 소방관이 순직하고 동료 소방관들은 힘들어했다. 일단 그가 숨지고 나서 동료들은 바로 다음 날부터 일해야 했다. 인력이 부족해서 슬퍼할 새도 없이 바로 사고현장에 다시 투입돼서 일해야 하는데, 그곳을 지나갈 때마다 동료들은 힘들 수밖에 없다. 동료의 죽음으로 트라우마를 겪는 사람들의 경우엔 큰 충격을 당했을 때 그 현장을 피하는 게 보편적이다. 어떤 분 같은 경우엔 출동 벨만 울려도 가슴이 두근거린다고 했다. 공황상태가 온 것이다. 심한 분들은 두근거림이 없어지지 않고 계속 유지된다고 했다. 소방관 한 명이 순직했을 때 다른 소방관에서 미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 게다가 김 소방관은 활발한 성격이라 다른 지역의 젊은 소방관들이랑도 교류가 많았다.”

▲동료의 죽음을 옆에서 목격해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의 소방관들은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동료의 죽음을 옆에서 목격해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의 소방관들은 쉬지 못하고 계속해서 일하고 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소방관들이 트라우마 상담을 받고 있는데, 잘 이뤄지고 있는 건지?

“이번 취재를 하러 전남에 갔을 때 트라우마 상담해주는 소방관 2명이 있었다. 이 상담 소방관 인력이 모든 지역에 있지 않다. 그분들은 전남 지역에서만 하는 분들이다. 아직 상담 소방관이 없는 곳도 많다. 그런 것들이 빨리 좀 갖춰져야 한다. 상담 소방관들은 이 일만 하는 게 아니라 인력이 부족해 다른 행정업무도 같이 한다. 상담받은 소방관들은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위로를 받는다고 했다. 상담 소방관들이 판단했을 때 심각하면 병원 연결도 가능하다. 이런 제도가 전국적으로 잘 시행됐으면 좋겠다.”

▲동료를 잃은 슬픔을 상담해주러 상담 소방관이 전남 구례 순천소방서 인근을 방문했다. 하지만 상담 소방관이 전국 모든 지역에 있는 건 아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동료를 잃은 슬픔을 상담해주러 상담 소방관이 전남 구례 순천소방서 인근을 방문했다. 하지만 상담 소방관이 전국 모든 지역에 있는 건 아니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취재하는 게 힘들었는지?

“감정이입이 안 되긴 힘들다. 죽음에 관한 취재는 기자들도 어렵다. 기사에서 볼 땐 하나의 사건으로 보이지만, 앵커로그로 취재하면 그 사람의 인생을 보게 된다. 28살이라는 너무 젊은 나이에 세상을 떠났다. 3년이라는 짧은 시간 활동하고, 숨진 게 안타까웠다. 누나가 3명인 집의 막내다. 이 분을 떠나보낸 부모님의 마음이 어떨까 싶어 마음이 너무 아팠다.”

-미처 담지 못한 이야기가 있었을 것 같다.

“맞다. 이번 수해에 목숨을 잃은 젊은 소방관이 한 명 더 있다. 충주소방서 소속 29살의 송성한씨다. 처음엔 앵커로그에서 두 분을 같이 다루려고 했다. 하지만 저희가 지난 19일에 전남 구례에 취재를 갈 당시만 해도 실종상태였다. 시신을 찾지 못하고 있었다. 촬영을 다 마치고, 저녁에 KTX를 타고 올라오는 길에 시신을 발견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방송 날짜가 너무 임박해서 담지 못해 안타까웠다. 꼭 기억해달라.”

▲동료의 죽음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의 소방관이 상담 소방관에게 상담받았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동료의 죽음으로 정신적으로 힘든 상태의 소방관이 상담 소방관에게 상담받았다. 사진=MBC ‘뉴스데스크’ 보도화면 갈무리.

-소방관들을 관할하는 당국에 하고 싶은 말이 있나?

“소방관이라는 직업 특성상 이런 일을 겪는 사람들이 워낙 많다. 그렇다 보니 자신이 이런 트라우마가 있어도 상담받는 것 자체를 부끄러워한다거나 유난스러운 일인 것처럼 생각해서 상담받지 않는 사례도 있다. 상담을 받는 게 당연해지는 분위기 조성이 필요하다. 이런 일이 발생하면 상담을 받는 ‘상담 의무화 시스템’이 가동되면 좋을 것 같다. 이번에도 김국환 소방관이 숨질 때 현장에 있던 동료들이 전혀 쉬질 못했다. 쉬면서 마음을 치유할 시간이 필요할 텐데 인력이 부족해 불가능했다. 제도 마련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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