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오늘이 2012년~2019년 8년간 언론 관련 손해배상 판결을 언론사별로 전수조사했다. 그 결과 지난 8년간 200여 곳의 국내 언론사가 잘못된 보도로 지불한 손해배상 총액이 62억7088만2632원으로 나타났다. 확정판결로 금전배상이 이뤄진 손해배상소송은 모두 315건으로 나타났으며, 인용된 평균 손해배상액은 1990만원 수준이었다. 그러나 33억원의 배상 판결이 이뤄진 소비자TV 판결을 제외하면 지난 8년간 언론사 손해배상 총액은 29억7000만원, 평균 손해배상액은 946만원 수준이다. 

미디어오늘은 이번 조사를 위해 매년 언론중재위원회가 집계한 언론 관련 민사판결을 토대로 매해 손해배상액 인용이 확정된 사건만 추렸다. 때문에 2019년 손해배상 판결 중 항소·상고 등으로 확정되지 않은 사건의 경우 집계대상에서 제외했다. 확정판결이 난 최종심에서의 손해배상액만 추려 1심 또는 2심 판결에서의 손해배상액 복수 집계를 피했다. 원고가 같은 하나의 사건이지만 피고 언론사가 여러 곳이면 개별 사건으로 분류했다. 언론중재위원회가 집계를 놓친 사건이 있는 경우 실제 언론사 손해배상액과 차이가 있을 수 있다. 

언론사별로 보면 주요 언론사들의 지난 8년간 손해배상액은 각종 보도 논란에 비춰봤을 때 높지 않았다. 조선미디어그룹의 경우 조선일보 4700만원, 조선닷컴 2532만4150원, TV조선 1350만원, 인터넷TV조선 850만원, 주간조선 500만원, 월간조선 300만원, 스포츠조선 500만원, 조선비즈닷컴 300만원으로 총 손해배상액은 1억1032만4150원으로 나타났다. 반면 조선미디어그룹을 상대로 한 지난 8년간의 손해배상 청구액은 73건의 확정판결 기준 총 37억2682만2165원으로 집계됐다. 대부분의 손해배상 청구 사건이 기각되거나 청구액의 일부만 인용된 결과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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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기간 중앙그룹은 중앙일보 9300만원, 조인스닷컴 5365만7483원, 월간중앙 666만원, JTBC 250만원으로 총 1억5582만원을 나타냈다. 동아미디어그룹의 경우 동아일보 1300만원, 동아닷컴 1000만원, 채널A 6150만원, 신동아 4000만원, 스포츠동아 200만원으로 모두 1억2650만원이 집계됐다. 매경미디어그룹은 매일경제 300만원, 매경닷컴 1350만원, MBN 1억1050만원 총 1억2700만원을 나타났다. 신문·방송을 겸영하는 4곳의 주요 미디어그룹이 모두 1억원대를 기록한 점이 눈에 띈다. 

한겨레는 한겨레21과 인터넷한겨레를 포함해 모두 5000만원이었고, 경향신문도 인터넷경향을 포함해 5000만원의 손해배상을 물었다. 이밖에 시사저널이 3300만원, 연합뉴스가 850만원을 나타냈다. 방송사의 경우 KBS가 5건에서 5600만원. MBC가 11건에서 1억860만원, SBS가 7건에서 3억9300만원으로 나타났다. 

역대 손해배상 최고액은 소비자TV의 33억 판결이다. 소주 ‘처음처럼’에 사용되는 알칼리 환원수가 인체에 해롭다는 프로그램을 방송한 뒤 비방이 인정돼 참이슬 제조사인 하이트진로와 공동배상 책임을 지게 됐다. 배상액 규모는 방송이 이뤄진 2012년 3월부터 6개월간 롯데주류의 매출 감소에 따른 영업상 손해 30억원이 인정된 결과다.

지상파 손해배상 최고액은 2013년 SBS의 3억원이다. SBS는 2008년 방영된 ‘긴급출동SOS24’ 찐빵소녀 편에서 한 소녀가 휴게소에서 임금착취·상습폭행·감금 속에 찐빵을 팔고 있다는 취지의 방송을 내보냈으나 재판부는 해당 방송을 조작으로 판단했다. 피해 가족은 10억원의 위자료를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SBS가 해당 방송으로 약 3억원의 광고 수익을 올린 점을 고려해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온라인매체 가운데 역대 최고액은 한경닷컴이 배상한 4억2730만6000원이다. 한경닷컴은 2011년 기사형 광고를 노출했는데, 해당 기사형 광고로 사기 피해를 입은 35명이 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기사와 광고를 명확히 구분하지 않은 언론사 책임이 인정된다며 피해자들이 입은 손해액의 40%를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게티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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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소를 직감하는 경우 소 취하를 조건으로 합의에 나서는 경우도 있다. 일례로 조선일보는 2012년 9월1일자 1면 머리기사에서 경찰도 공개하지 않았던 성폭행범 얼굴을 단독 공개했으나 일반인으로 밝혀져 소송을 진행할 경우 대규모 손해배상액이 예상되었으나 해당 일반인이 소송 대신 합의를 했다. 이 같은 합의금까지 고려하면 언론사들이 잘못된 보도로 지불한 금액은 더 높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앞서 미디어오늘이 언론중재위원회 ‘언론판결분석보고서’를 바탕으로 2009년~2018년까지 10년간 언론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재판 2220건(동일사건 1·2·3심 포함)을 확인한 결과 실제 금전배상으로 이어진 재판은 900건이었으며, 청구액 최빈액(가장 빈번하게 청구한 손해배상액)은 평균 7800만원, 인용액 최빈액(가장 빈번하게 선고한 손해배상액)은 평균 565만원으로 나타나 10분의 1 이하 수준을 보였다. 같은 기간 언론사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가 승소할 확률은 39.74%(일부 승소 포함)로 나타났다.

앞선 소비자TV 판결을 제외하면 실제 평균 손해배상 인용액은 946만원 수준으로, 보통 2심 또는 최종심까지 이어지는 동안의 변호사비용을 고려하면 소송에 큰 실익이 없다는 지적이 가능해 보인다. 미디어워치가 지난 8년간 7건의 재판에서 단 2800만원의 손해배상만 했다는 점은 특히 이 같은 지적에 힘을 실어준다. 

이와 관련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언론위원회 소속 김성순 변호사는 “현행 법·제도로는 실질적인 언론 보도 피해구제가 이뤄지기 어렵다. 한국의 문제점은 거액의 손해배상액이 나갈 수 있는 상황에서 제도적 뒷받침이 안 되어 있다는 사실”이라며 민변이 언론보도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찬성 입장이라고 밝혔다. 

한국기자협회와 한국신문협회 등 현업단체는 언론자유를 위축시킬 수 있다며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에 반대입장이다. 장철준 단국대 법대 교수는 기자협회·대한변협 주최 토론회에서 “(언론보도 피해자들이) 언론사 상대로 손해배상 받아봐야 액수가 높지 않다면 소송이 무의미할 것”이라며 “명예훼손죄 형사처벌을 없애고, 손해배상 액수를 현실화해야 한다”고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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