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사용자 1167명이 여성·소수자 혐오 논란을 불러 온 인기 웹툰작가 ‘기안84’ 작품의 네이버웹툰 연재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크워크위티, 고려대정보대학여성주의소모임추진모임, 버터스푼, 콜렉티브뒹굴, 페미당창당모임 등 8개 단체들은 14일부터 5일 간 네이버 아이디로 연서명을 받은 공동 요구안을 19일 네이버 측에 전달했다.

8개 단체들은 이날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 네이버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웹툰 속 여성혐오 소수자 혐오 논란 뒤에는 구조적으로 이를 방관했던 네이버 웹툰이 있었다”며 “표현의 자유라는 미명 아래 묵인되고 방조됐던 혐오할 자유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크워크위티, 고려대정보대학여성주의소모임추진모임, 버터스푼, 콜렉티브뒹굴, 페미당창당모임 등 8개 단체들은 네이버이용자 1167명 연서명을 받은 공동요구안을 19일 네이버 측에 전달했다. 사진=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크워크위티, 고려대정보대학여성주의소모임추진모임, 버터스푼, 콜렉티브뒹굴, 페미당창당모임 등 8개 단체들은 네이버이용자 1167명 연서명을 받은 공동요구안을 19일 네이버 측에 전달했다. 사진=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최근 기안84의 웹툰 ‘복학왕’은 여성 등장인물(봉지은)이 배 위에 ‘대왕 조개’를 올려놓고 깬 뒤 직장 상사의 눈에 들어 정직원이 된다는 내용으로 논란을 불렀다. 웹툰은 껍질이 깨지고 조개 속살이 드러나는 장면에 “학벌이나 스펙, 노력 그런 레벨의 것이 아닌...그녀의 세포 자체가 업무를 원하고 있었다...”고 썼다. 이어진 장면에서 해당 직장 상사는 ‘봉지은과 잤느냐’는 질문에 손가락으로 “ㅋ” 모양을 만들어 보인다. 

“여성, 지역, 장애인 혐오 반복...네이버웹툰 운영규칙에 ‘혐오금지’ 없어”

문제의 장면은 여성의 성기를 암시하는 ‘조개’ 클리셰를 이용해 ‘여성이 상관과의 성관계를 이용해 정직원이 됐다’고 묘사했다고 비판 받았다. 특히 고 박원순 서울시장에 대한 성폭력 피해자의 고발을 계기로 직장 내 위계에 의한 성폭력이 사회적 화두가 된 시점에, 대중적 파급력과 영향력이 큰 유명작가와 플랫폼이 여성혐오를 확산했다는 지적이 나왔다.

네이버 사용자와 단체들은 △네이버 웹툰의 ‘복학왕’ 연재 중단 △네이버·네이버웹툰은 플랫폼에서 연재되는 작품이 여성혐오거나 소수자 모욕적인 경우 불이익 조치 시행 △네이버·네이버웹툰은 이용 규칙에 여성혐오적·소수자비하적 게시물 금지 조항 신설 등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서 성수현 만화계성폭력대책위 대표는 “여성혐오와 지역혐오, 농인의 수어를 청인의 욕설에 사용하는 등 (기안84의) 비윤리적 연출에 대한 항의는 몇년째 반복되고 있으나 네이버 측은 ‘주의하겠다’는 답변 외에는 구체적 개선안을 내놓고 있지 않다”며 “가장 문제적인 것은 대다수 작품이 전 연령이 볼 수 있도록 서비스되고 있으며 어린 나이대 독자를 이런 혐오를 그대로 학습해 재생산할 수 있다는 것”이라 비판했다.

▲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기안84의 ‘복학왕’ 갈무리.
▲ 네이버웹툰에 연재 중인 기안84의 ‘복학왕’ 갈무리.

신민주 기본소득당 젠더특별위원회 위원장은 “기안84의 여성혐오에 있어 든든한 뒷배는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이라 꼬집었다. 신 위원장은 “네이버 웹툰 운영규칙에는 단 한번도 여성과 소수자 비하를 금지한다는 조항이 나오지 않는다. 네이버 웹툰 직원은 미리 원고를 공유받은 후에도 그대로 문제적 장면을 업로드했다”며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신고된 민원 수는 250개나 된다. ‘복학왕’ 연재 중단을 요구하는 국민청원에 11만여명 시민이 동의했다. 이 모든 것은 네이버와 네이버웹툰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라고 말했다.

노서영 유니브페미 활동가는 “(네이버의) 경쟁사인 카카오는 국가인권위원회, 한국언론법학회와 협력해 온라인 혐오표현의 개념 분석부터 국내외 정책 현황을 연구해 발표한다고 한다”며 “네이버의 책임 있는 변화”를 촉구했다. 그는 “아직도 웹툰이 그저 ‘포털사이트 한쪽 코너’였던 시절 감성으로 밀레니얼 세대 ‘코인’을 벌어들이며 거대 플랫폼으로 군림할 생각이라면 그만두기 바란다. 우리는 만화에 도덕을 요구하는 게 아니라 당신들의 성공에, 부에 도덕을 요구한다. 그저 도덕이 아니라 여성과 소수자 권리를 침해하지 않을 최소한의 책임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네이버 “작가에게 수정 강요 어려워...의견청취와 담당자 교육 강화할 것”

네이버웹툰 측은 “전사 원격근무 상황이라 자세한 내용은 파악해봐야 할 거 같다”며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는 만큼 플랫폼 차원에서 큰 책임을 느끼고 있고 이용자분들의 의견 잘 청취하고, 작가분들과도 심도 있고 다양한 부분을 소통하려 한다. 서비스 담당자 분들과도 다양한 시각이나 변하는 흐름과 관련해 변화해나갈 예정”이라 밝혔다.

▲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크워크위티, 고려대정보대학여성주의소모임추진모임, 버터스푼, 콜렉티브뒹굴, 페미당창당모임 등 8개 단체들은 네이버이용자 1167명 연서명을 받은 공동요구안을 19일 네이버 측에 전달했다. 사진=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 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만화계성폭력대책위원회, 유니브페미, 청소년페미니스트네크워크위티, 고려대정보대학여성주의소모임추진모임, 버터스푼, 콜렉티브뒹굴, 페미당창당모임 등 8개 단체들은 네이버이용자 1167명 연서명을 받은 공동요구안을 19일 네이버 측에 전달했다. 사진=기본소득당 젠더정치특별위원회

다만 “창작의 영역이다보니 작가들의 권리와 표현의 자유도 있고 독자들이 하나의 작품에 다양한 해석과 시각이 존재하고 있지 않느냐”며 “작가분에게 수정을 강요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다”고 내용 수정에 직접적인 개입을 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어 “논란을 면밀하게 살펴보고 있고 편집부에서 선정성, 폭력성 등을 꼼꼼하게 검토하고 있다. 자율규제위원회에서 논의해 결정한 연구내용을 기준으로 삼고 있다”며 “다양한 의견을 빠르게 청취하기위해 모니터링 조직 역할 책임 강화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한편 기안84는 문제의 웹툰 장면에서 ‘조개’를 ‘대게’로 바꾸고 일부 장면을 수정했다. 13일 해당 회차 하단에 붙인 사과문에서 그는 “작품에서의 부적절한 묘사로 다시금 심려를 끼쳐드려 정말 죄송하다”며 “수달이 조개를 깨서 먹을 것을 얻는 모습을 식당 의자를 제끼고 봉지은이 물에 떠 있는 수달로 겹쳐지게 표현해보고자 했는데 이 장면에 대해 깊게 고민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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